마두로 축출한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 美 지배력 강화 vs 중·러 통제력 확대 갈림길
마두로 축출한 트럼프의 ‘돈로 독트린’, 美 지배력 강화 vs 중·러 통제력 확대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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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로주의’ 기조 속 중남미 반미정권 제거 중국·러시아 견제, 석유 장악 노림수도 ‘포스트 마두로’, 직접 통치보다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사실상 정권 교체에 착수하면서 이른바 '돈로(도널드+먼로) 독트린'을 공식 천명했다. 국제법상 ‘주권국 내정 불개입’ 원칙을 깨고 미국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무력으로 ‘반미 정권’ 제거에 나선 것으로, 이는 중남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반미 정권 축출이라는 전례 없는 강수가 중남미 전역에 친미 정권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거센 반미 저항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베네수엘라판 참수 작전’
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오전 4시 21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체포해 베네수엘라 밖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 영토에서 적의 최고 지휘부나 통수권을 한 번에 제거하는 ‘참수 작전(Decapitation Strike)’을 펼친 것이다. 그는 이번 작전이 “미 사법당국(U.S. Law Enforcement)과 합동으로 수행됐다”고도 했다.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10시 46분 개시를 지시하자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Western Hemisphere) 20개 지상·해상 기지에서 150대가 넘는 항공기가 베네수엘라로 출격해 베네수엘라 방공망을 무력화시켰다.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 등을 태운 헬기는 3일 오전 1시 1분 마두로 대통령의 안가에 도착해 마두로 부부를 침실에서 끌어냈고, 헬기에 태워 오전 3시 29분 베네수엘라 영토를 벗어났다. 체포까지 짧게는 3시간, 작전을 완수하기까지 5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20년 미 법무부에 의해 마약 밀매와 돈세탁 혐의로 기소된 마두로 대통령과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는 곧바로 뉴욕으로 이송됐으며 이번 주 법정에 설 전망이다.
이번 공격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이 미국으로 마약을 유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9월부터 수개월간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를 오가는 소형 선박들을 계속 공격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카르텔의 마약 운반 보트를 공격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35번의 공습에서 최소 115명이 숨지면서, 교전 상대국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재판 없이 살해했다는 측면에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자금줄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유조선까지 나포했으며, 베네수엘라 영토에서 군사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공개 경고하는 등 마두로 대통령 본인을 노리기까지 마두로 정권을 다방면으로 강하게 압박해 왔다.
美, 베네수 직접통치 아닌 압박 통한 정책 개입으로 가닥
13년 동안 이어졌던 마두로 정권이 붕괴되면서 베네수엘라는 당분간 미국의 통치 아래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 누군가가 베네수엘라를 장악할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고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그곳에 있고 적절한 (정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나온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과는 거리가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일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통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바그다드에 설치했던 것과 같은 미군 점령 통치 기구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압박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NBC 뉴스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도 '누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냐'는 질문에 "(국가가 아니라)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베네수엘라가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운영(run)한다'의 의미를 설명한 것이며, 두 사람의 발언 사이에 모순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차단도 계속될 전망이다. 루비오 장관은 CBS 뉴스에 출연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영 석유 산업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고, 다른 변화들을 수용할 때까지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유조선들을 계속 봉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조치는 계속 유지될 것이며, 이는 엄청난 압박 수단"이라며 "미국의 국가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지는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의 원유 인프라를 미국 석유기업이 재건하고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구상까지 밝히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서반구 확장판임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들이 들어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망가진 인프라를 고치고,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우리는 석유 사업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다른 나라에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로 27년간 이어온 베네수엘라 반미 정권의 역사가 끝날 것인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당분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권력을 승계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다. 채텀하우스의 크리스토퍼 사바티니 중남미 담당 선임 연구원은 “현재로서 이것은 정권 교체도 아니고 민주적 이행도 아니며, 마두로 정권의 참수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베네수엘라의 야당은 아직 권력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며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지원하기 위한 작전을 얼마나 지속할지, 단순히 마두로 정권 내부의 권력 교체만을 추구할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돈로 독트린’ 통해 중·러 견제 강화, 남미 질서 재편 시작
한밤중 전격적으로 펼쳐진 마두로 축출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 현실화됨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천명한 ‘서반구 패권 회복’ 의지를 실제 무력 행동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돈로 선언은 ‘도널드’와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 유럽 내정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대신 유럽의 서반구 간섭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1823년 당시 제임스 먼로 미 대통령의 선언)을 합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두로 대통령 압송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작전의) 기원은 먼로 독트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이를 뛰어넘었고 사람들은 돈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미국의 전임 행정부들은 서반구에서 커져가는 안보 위협을 방치했지만 이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뒷마당(Backyard) 중남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非)서반구 강대국의 영향력 확대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이번 작전은 마두로 대통령이 2일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중국 특사 대표단을 만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對)중국 경고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비등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부산 만남’에서 미·중 무역 전쟁 휴전을 밝히긴 했지만, 중국의 중남미 진출에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석유의 84%를 사들이는 국가가 중국이며, 2023년 9월 마두로 대통령의 방중 이후 양국 관계는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다. 이 같은 중국의 중남미 확대 전략을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축출로 차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친미 정서의 확산을 통해 남미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수년간 친미 성향 정권에 대한 외교적 지원과 정치적 보호를 강화해 왔다. 여기에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활용, 금융 시스템 연계, 노동력과 자원 공급망 편입 등이 결합될 경우 남미는 미국 주도의 블록 경제에서 핵심 주변부로 기능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달러 질서의 외연을 확장하고, 중국·러시아 중심의 대안 금융 구상을 견제하는 전략적 효과를 동시에 창출한다.
지난 10여 년간 마두로 정권의 가장 든든한 뒷배는 단연 중국과 러시아였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620억 달러(약 89조원) 이상을 빌려주면서 최대 채권국으로 군림해 왔으며, 현재도 100억~150억 달러(약 14조4,700억~21조7,000억원)의 잔액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역시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 등을 통해 석유담보대출 및 무기구입 대금 형태의 차관을 제공해 왔다. 이들의 차관은 현금이 아닌 원유로 빚을 갚는 '석유 상환 방식(Oil-for-loan)'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원하는 친미 과도 정부가 들어서면 이 계약은 즉각 무력화될 위기에 처한다. 미국은 이들 차관을 독재자가 국민 동의 없이 개인적 용도로 착복한 '불법 부채(Odious Debt)'로 규정하고 상환 의무를 전면 거부하거나 재협상 테이블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는 전략을 취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