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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양극화] 주거는 강남으로, 공급은 대형 건설사로 쏠린다

[부동산 양극화] 주거는 강남으로, 공급은 대형 건설사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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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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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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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및 일부 공공택지만 청약 쏠림
1년 만에 53% 급증한 악성 미분양, 12년來 최대
건설업 붕괴, 대형·우량기업만 생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에 잠식되고 있다.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 지역 아파트 단지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지만, 그외 지역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과 미분양 증가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 수급의 강남 편중과 미분양 적체, 건설사 폐업 급증까지 동시에 전개되면서 주거 양극화는 자산 격차를 넘어 산업 재편의 압력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강남 중심 ‘주거 양극화’ 고착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12월 3주차(12월 15일 기준)까지 9.08%를 기록했다. 상승 국면은 강남3구가 주도했다. 송파구(20.13%)는 20%가 넘는 폭등세를 기록했고 서초구(13.47%)와 강남구(13.12%)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성동구(18.31%)와 마포구(13.70%), 용산구(12.54%) 등 ‘한강 벨트’ 역시 2021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60억원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60억8,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이른바 ‘국평 60억 시대’를 공식화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금 부자들 사이에서 강남 핵심지 신축은 달러나 금과 같은 초우량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며 “대출 규제나 경기 침체 우려가 있어도 ‘더 이상 공급이 없다’는 희소성이 가격 저항선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짚었다.

강남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데 반해, 서울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노원구는 1.82%, 강북구는 0.96%, 도봉구는 0.8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수치상으로는 플러스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2021년 당시 젊은 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가 집중됐던 곳이지만 올해는 하락 거래가 잇따르며 체감 경기가 바닥을 쳤다. 과거 상승장에서 나타났던 ‘강남이 오르면 외곽이 따라가는’ 흐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자산 격차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6.8배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의 평균가를 하위 20%의 평균가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서울 안에서도 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 간 자산 가치 차이가 크게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가속한 핵심 요인은 정부의 고강도 금융 규제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하반기부터 전면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10월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기존 1.5% 포인트 수준에서 최대 3.0% 포인트(가정치)까지 확대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까지 DSR 산정에 포함되면서 대출 여력은 한층 더 축소됐다.

분양 시장에서도 격차가 드러난다. 부동산업계에 의하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이 중 절반이 강남권에 몰려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 입주 물량은 각각 5,155가구, 2,088가구로, 총 7,000여 가구다. 이밖에 은평구에 2,451가구, 강서구에 1,066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25개 자치구 중 강북·관악·금천·노원 등 8개 지역은 입주 예정 물량이 아예 없다. 분양 시장의 강남 쏠림으로 내년에도 목돈을 쥔 '현금 부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강남 아파트 청약은 최소 현금 10억원은 있어야 한다"며 "현금 부자만을 위한 리그가 이어지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에 경기 침체까지, 건설사 존폐 위기

이 같은 강남 쏠림은 건설사들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강남이나 일부 공공택지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고 그 외 지역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 아래로 내려온 이후 7월 6만2,244가구까지 감소했지만, 이내 반등하며 7만 가구에 근접했다.

지방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미분양 주택 수(1만7,551세대)도 전월보다 14.3%(2,200세대)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8,080세대로 전월보다 3.1%(832가구) 늘었다. 수도권은 4,347세대로 집계됐으며 이 중 서울이 772세대를 차지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8,080가구에 달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8,307가구)과 비교하면 1년 만에 53% 이상 급증한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신규 분양 물량도 미분양으로 속속 전환되면서 건설사를 옥죄고 있다. 전북 순창군 '대상웰라움순창'은 262가구 모집에 단 3명만 청약하며 1순위 경쟁률이 0.01대 1에 그쳤다. 경북 영주 '효성해링턴플레이스영주더리버'(0.7대 1), 경북 김천 '김천혁신도시동일하이빌파크레인'(0.47대 1) 등 최근 지방에서 청약받은 아파트 상당수가 평균 경쟁률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미분양이 쌓이자 신규 분양도 줄었다. 부동산 정보 플래폼 부동산R114랩스 데이터에 의하면 올해 민간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12만1,12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6만8,396가구)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에 건설사 실적도 하락세다. 지난 12일 대한건설협회는 올해 10월 기준 국내 건설수주액이 9조8,3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3%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건설경기의 대표적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액도 쪼그라들었다. 건설업체가 공정률에 따라 기간별로 분할 수취하는 공사비를 뜻하는 건설기성액은 작년 5월 이후 18개월 연속 하락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0월 건설기성액은 10조7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감소했다.

향후 우량 건설사 중심으로 시장 재편

이로 인해 폐업하는 건설사도 급증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기준 등록이 말소되거나 폐업한 종합·전문건설사는 767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사라진 건설사만 2,301곳에 이른다. 지난해 건설사 3,072곳이 문을 닫으며 8년 만에 폐업 건설사 3,000곳을 넘어섰는데, 현재까지의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폐업 건설사도 3,000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는 주택은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토목 건설 등 전반적으로 수주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올해 건설 수주 건수는 지난 3년 평균 대비 30%가량이나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주택 착공은 직전 3개년 평균 대비 올해 10월 기준 절반가량으로 급감했다. 지방의 한 건설사 대표는 “지방 소규모 업체들은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 원룸 등 소규모 주택 사업을 해야 하는데 대형 아파트도 미분양이 나오는 판에 소규모 주택이 팔리겠나”라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다 보니 올스톱 된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인건비와 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 역시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배가하고 있다. 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폭증하고 있지만, 인상분이 반영되지 못한 공사비에 적자 공사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많은 건설사들로 인해 경쟁이 과열화되며 치킨게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9월 1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15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준공 공사 중 적자 공사 비중은 43.7%에 달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액이 일정 수준 유지해야 공공사업도 따낼 수 있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 사업이라도 수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업 사업 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주가 줄어드는 등 업황이 좋지 않으면 수년간 그 방향성은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우량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분양가가 평당 수천만원을 넘나드는 대규모 사업 단지는 대부분 대형 건설사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수요자들도 입주 후 가치 상승 폭을 키우기 위해 상위 브랜드 건설사를 선호한다.

향후 건설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라진성 이지스자산운용 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산업재해 처벌 강화로 인한 기업 경영 위축, 건설사 금융 비용과 공사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며 미분양 리스크까지 존재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도 “고금리 기조와 원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 미분양 적체 및 미입주로 인한 자금 회수 리스크가 여전해 건설사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건설경기는 계속 부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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