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 10시 출근제’ 지원 사업 신설, 지속 가능 지원 위한 재원 마련 과제로
‘육아기 10시 출근제’ 지원 사업 신설, 지속 가능 지원 위한 재원 마련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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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출근제 사업주에 월 30만원 지원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 기간·규모 확대 대기업 쏠림 현상 뚜렷, 육아휴직도 양극화

정부가 육아 지원 정책의 외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육아휴직 활용 증가와 함께 여성 고용률이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자,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를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육아휴직 확대 이면에서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와 기업 규모별 제도 수용 격차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재정 지속 가능성과 대기업 중심으로 집중되는 혜택 구조가 향후 일자리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시 출근제 사업주에 월 30만원 지원
31일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육아기 10시 출근제 지원 사업을 신설한다. 만 12세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육아 사유로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 중소·중견 사업주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부는 임금을 줄이지 않고 근로시간을 주 15~35시간(1일 1시간)으로 단축허용한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을 지원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도 인상된다. 단축 급여 산정에 적용되는 통상임금 상한액이 내년 1월 1일부터 상향돼, 주 10시간 단축분은 상한이 22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그 외 단축분은 1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각각 오른다. 정부는 임금 감소 부담을 줄여 제도 활용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의 지원 기간도 최대 1개월 늘어난다. 기존에는 육아휴직 전 사전 인수인계 2개월과 육아휴직 기간에만 지원했다면, 내년부터는 이에 더해 복직 후 사후인수인계 1개월을 추가 지원한다. 지원금도 대체인력 근무기간 중 전액 지급받을 수 있다. 대체인력지원금의 경우 내년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은 월 최대 140만원, 30인 이상 사업장은 월 최대 130만원으로 오른다.
육아휴직 업무분담지원금도 내년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은 월 최대 60만원, 30인 이상 사업장은 월 최대 40만원으로 인상된다. 출산전후(유산·사산)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급여 상한액도 오른다. 출산전후휴가 급여 상한액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해 월 220만원 기준으로 인상된다.
육아휴직자 20.6만 명 사상 최대
정부가 육아 관련 정책을 대폭 늘린 데는 육아휴직 확대에 따른 여성 고용률 증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여성노동시장 주요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2.1%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20대 후반은 2016년 남성을 추월한 이후 격차를 유지하며 74.5%를 기록했고, 30~34세 고용률도 73.5%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통적으로 노동시장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는 구간인 35~39세 역시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 연령대 여성 고용률은 2022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로 전환해 68.9%를 기록하며 M커브의 최저점 폭이 완화됐다.
여성 고용이 가파르게 증가한 배경으로는 육아휴직 사용 증가가 꼽힌다. 17일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가 발표한 ‘2024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작년 육아휴직자는 20만6,226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19만8,218명)보다 8,008명(4.0%) 늘어난 규모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모도 늘었다. 데이터처는 아이가 태어난 해에 육아휴직을 시작한 부모의 비율로 육아휴직 사용률을 집계하는데,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률은 34.7%로 1년 전(33.0%)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절대적인 규모는 엄마 휴직자가 크지만 아빠 육아휴직자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아빠 육아휴직자는 6만117명으로 1년 전(5만815명)보다 9,302명(18.3%) 늘며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아빠 휴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9.2%로, 1년 전보다 3.5%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육아휴직자는 14만6,109명으로 2022년(14만7,528명)과 2023년(14만7,403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는 육아휴직 지원 제도 개선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돌보는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면 첫 3개월간 통상임금 100%를 주던 ‘3+3 부모육아휴직제’를 지난해 1월부터 ‘6+6 부모육아휴직제’로 개편하고 대상 자녀도 생후 18개월 이내로 확대했다.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 일자리 양극화 우려
이처럼 육아 휴직자와 육아 휴직 사용률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관건은 정책 확산 속도를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다. 현재 육아휴직급여와 같은 모·부성보호급여 재원은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출산전후 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같은 모·부성보호급여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쓰인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 방향성을 유지해 점점 늘어난 예산이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계정 중 모성보호급여의 비중은 2020년 11.2%에서,올해 25.5%로 증가했으나, 일반회계에서 넘어오는 재원이 부족한 점이 문제다.
모·부성보호급여 일반회계 전입금은 2020년 1,800억원, 2021년 2,200억원, 2022년 3,000억원, 2023년 3,000억원, 지난해 4,000억원, 올해 5,500억원이었다. 액수는 늘었지만 모성보호급여 대비 일반회계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0년 11.5%에서 지난해에 15.5%까지 증가했으나 올해에 13.7%로 다시 하락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에서도 일반회계 전입금은 6,000억원으로 모성보호급여 대비 비율은 14.7%에 그쳤다. 그 사이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계정의 재정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동부가 국회에 보고한 실업급여계정 현황을 보면, 실적립금은 2019년 약 4조1,000억원에서 2020년 약 5,000억원으로 떨어졌고, 이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다 올해는 약 -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의 경우 비용 흡수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에는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육아 휴직자 수는 부모가 속한 기업체 규모가 작아질수록 줄어들고 있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를 대신할 인력과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상사와 동료 눈치가 보여 육아 휴직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 휴직을 시작한 아빠의 67.9%는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299명 규모 기업 소속 비율은 14.8%, 5∼49인 규모 기업 소속은 12.7% 등으로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육아 휴직 비율이 하락했다. 육아 휴직을 쓴 엄마 역시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비율이 57.7%로 가장 많았다.
육아 휴직 사용률도 부모가 소속된 사업체 규모가 작아질수록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300인 이상 기업 소속 아빠의 육아 휴직 사용률은 12.5%, 엄마는 78.4%로 모두 평균치를 웃돌았다. 반면 5~49명 규모 사업체에서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은 7.2%,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67.5%로 줄어들었다. 4명 이하 사업체 소속에서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41%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우리나라 상근 근로자의 82%가 300인 미만 기업 소속인 점을 감안하면, 육아휴직 혜택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제도 수용 능력에 따른 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며, 노동 시장의 질적 양극화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