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전통적 고급車’ 이미지에 갇힌 독일 브랜드, 중국 시장 잃고 미국 수출길 ‘막막’

‘전통적 고급車’ 이미지에 갇힌 독일 브랜드, 중국 시장 잃고 미국 수출길 ‘막막’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작년 포르쉐 중국 판매량 28% 급감
폭스바겐그룹은 대규모 구조조정
합작투자 의무에 기술이전, 부메랑으로

뛰어난 기술력으로 오랜 시간 ‘자동차 강국’의 위상을 유지해 온 독일의 명성이 위협받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의 분전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의 먹구름도 짙어지는 양상이다.

‘고급 자동차’ 정의 새로 쓴 중국 업체들

1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고급 자동차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해 고급 자동차의 정의를 바꿨다”고 진단하며 “중국과 기술 혁신 경쟁에서 뒤처진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매출 급감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독일산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포르쉐의 예를 들었다. 포르쉐가 지난달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포르쉐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이는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량이 3% 줄어드는 데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이 같은 중국 시장 내 포르쉐의 부진은 폭스바겐 그룹의 위기로 이어졌다. 폭스바겐의 지난해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은 13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으며, 3분기에는 누적 기준 12%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폭스바겐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약 35%를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 6.3%에서 3분기 누적 2.1%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 시장 내 부진에서 비롯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비단 폭스바겐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 사업부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연간 이익 마진 전망치를 낮췄으며, BMW 자동차 부분은 지난해 2분기 이익 마진이 예상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CNBC는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지난해 이후 경기침체로 흔들리는 독일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 성장 수혜 ‘반짝’ 그쳐

독일 산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쇠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중국과의 동맹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중국은 외국 자동차 기업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나아가 기술 이전과 부품의 현지 조달 또한 요구했다. 이 같은 합작투자 의무는 2022년 1월에야 폐지됐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과감하게 뛰어든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 성장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2022년 기준 폭스바겐 그룹의 전체 판매량 중 40%가 중국에서 발생했고, 벤츠(36.8%), BMW(33%) 또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대세로 부상한 전기차 전환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압도적 기술력을 자랑해 온 독일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발전 속도에 쫓기게 된 배경이다.

2019년 23.6%에 달했던 독일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23년 19.1%로 쪼그라들었다. 비야디(BYD) 같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앞세워서 빠르게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같은 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 10종 목록에도 독일차는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독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철퇴 예고

이런 가운데 독일 자동차 산업은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부가가치세(VAT) 제도를 가진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부가가치세는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세금 체계”라고 꼬집으며 “우리는 부가가치세 시스템을 사용하는 국가를 관세 부과하는 나라들과 유사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산 자동차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EU는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때 10% 관세 외에도 20% 수준의 부가세를 부과해 사실상 세율이 30%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유럽산 차량을 수입할 때 2.5% 관세만 매긴다.

2022년 기준 EU에서 생산된 신차 69만2,334대가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금액으로는 360억 유로(약 54조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으로 넘어간 미국 신차는 11만6,207대로 52억 유로(약 7조8,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부가세로 대표되는 불공정한 관행이 무역 불균형을 유발하는 만큼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가뜩이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거듭 중인 독일 자동차 업계가 또 하나의 거대 시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는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대만, 미국산 무기 대량 구매하며 트럼프식 '거래적 동맹'에 화답

대만, 미국산 무기 대량 구매하며 트럼프식 '거래적 동맹'에 화답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대만,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무기 구매 검토
HIMARS 등 첨단 무기 포함 100억 달러 규모
FT "트럼프 친화적 관계 조성을 위한 보증금"
대만이 구매할 것으로 추정되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사진=록히드마틴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가운데, 대만 정부가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위해 협상에 돌입했다. 이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만의 자국 방어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거래적 동맹관을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산 첨단 무기의 구매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만 정부는 트럼프 집권 1기 시절에도 미국으로부터 201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수입한 바 있다.

中 군사적 압박 속에 美 지지 확보 위한 결정

1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무기 구매 결정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 대만의 자체 방어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구매 목록에는 첨단 무기로 분류되는 해안 방어용 순항미사일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가 포함돼 있으며 계약 금액은 최소 80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바로 답변하지 않았으나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만에 신속하게 무기를 인도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산 무기 구매에 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방어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성명을 통해 "군사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든 무기와 장비는 입찰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은 향후 정밀 유도탄, 방공 체계 업그레이드, 지휘통제 시스템, 예비군 장비, 대(對)드론 기술 구입 등을 포함한 특별 방위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트럼프 집권 1기 210억 달러 규모 무기 구매

대만이 미국산 첨단 무기의 대규모 구매를 추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된 지난해 11월부터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 정부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공격에 대비한 국방력 강화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F-35 전투기 최대 60대, 노스롭 그루먼사의 공중 조기경보통제기인 E-2D 어드밴스트 호크아이 4대, 미 해군의 퇴역 이지스(Aegis) 전함 10척,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400기의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무기의 구매액이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FT는 "대만의 미국산 무기 구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며 "무기 구매는 새 행정부와 친화적 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보증금 성격"이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내 강조해 온 이른바 ‘동맹 비용’ 개념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과 협력에는 동맹국의 비용 지불이 필수적이라는 '거래적 동맹관'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기조하에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유럽 회원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한국·대만·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방위비 지급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인 2019~2020년에도 대만은 F-16V 전투기(80억 달러), M1A2T 에이브럼스 전차(20억 달러), 해안 침투 저지용 하푼 방어 미사일 시스템(23억7,000만 달러) 등 총 210억 달러의 미국산 무기를 사들였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인 대형 무기보다는 중국의 공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기동성이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기를 우선적으로 구입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당시 미국 정부는 무인공격기 MQ-9 리퍼 등 비대칭 작전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 등 모두 7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레이더·잠수함 등 기존 무기의 개량도 추진

대만은 무기 구입에 멈추지 않고 무기 개량·개발 작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은 대만이 중국의 군사 안보 위협에 맞서 공군 레이더 장비와 잠수함 개량에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군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J-20 전투기와 신형 드론을 실전 배치함에 따라 대만 공군은 주력 방공 레이더인 고정 진지용 조기경보 시스템(FPS-117)과 기동 조기경보 시스템(TPS-117)의 성능 개선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이다. 대만은 2002년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PS-117(7세트)와 TPS-117( 4세트)를 도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대만은 현재 운용 중인 젠룽(劍龍)급 잠수함 2척의 전투시스템 개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 측 관계자는 "예비시스템 등 3개 전투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수가 끝나는 2027년이면 젠룽급 잠수함 전투력이 상당히 향상돼 중국군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군의 대만 포위 전략과 제1도련선 봉쇄 전략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진수한 첫 자국산 방어형 잠수함(IDS)에 이어 7척 이상의 IDS를 건조해 대만 주변 해역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이 설정한 작전 반경 중 하나인 제1도련선은 일본 쿠릴열도와 대만 동쪽, 필리핀 서쪽, 믈라카 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을 말한다.

대만은 미국과 무기를 공동 생산하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주미 대사 격인 위다레이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는 지난해 10월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과의 인터뷰에서 대만과 미국이 무기 공동 생산·연구개발(R&D)과 관련해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위다레이 대표는 “미국 장비를 대만 내에서 생산 또는 조립해 대만을 미국 군사 공급망의 일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부 무기의 인도 지연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SK그룹 “신소재·친환경 줄줄이 매각”, 몸집 줄이기 배경엔 ‘아픈 손가락’ SK온

SK그룹 “신소재·친환경 줄줄이 매각”, 몸집 줄이기 배경엔 ‘아픈 손가락’ SK온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SKC 자회사 연이은 매각 행렬
비주력 자산 매각, 사업 재편 박차
친환경 핵심 자회사도 하나둘 시장에

SKC의 자회사 SK엔펄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온 일부 사업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전략이 전 사업 영역에서 본격화한 양상이다. 업계는 이번 매각으로 SKC의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룹 차원으로 시각을 넓히면, SK온 등 주요 계열사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본격 전략 사업 육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SK 신소재 계열사 SK엔펄스 구조조정 가속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C 자회사 SK엔펄스는 블랭크마스크(Blank Mask) 사업부와 CMP슬러리(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Slurry)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블랭크마스크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이며, CMP슬러리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물리·화학 반응으로 연마해 평탄하게 만드는 ‘CMP’ 공정에 필요한 용액이다.

국내 반도체 및 LCD용 파인세라믹 업계 1위 기업인 SK엔펄스는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장비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매각이 완료된다면 SK엔펄스에는 PCB(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인쇄회로기판) 사업과 장비 사업(테스터 및 EFFM) 등이 남게 된다. SKC는 SK엔펄스 일부 사업 외에도 배터리 소재 자회사 SK넥실리스의 박막 사업부를 95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한 상태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도 아래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이다. 최 회장은 과거 외형 확장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탈피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비주력 자산 매각과 계열사 정리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매각에 나섰으며, 지금까지 재무적투자자(FI) 물색을 이어오고 있다. 시장은 11번가의 기업가치로 5,000억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SK네트웍스 산하 SK렌터카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기면서 리밴런싱에 박차를 가했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매각하며 8,2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7,000억원에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베트남 유통기업 마산그룹 지분 5.05%와 자회사인 원커머스 지분 7.1%를 각각 2,948억원과 2,700억원에 정리했다.

최 회장은 이들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 투자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26년까지 계열사를 효율화를 통해 80조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주요 투자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AI 칩, AI 데이터센터, AI 개인비서 등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해 SK텔레콤 주도로 AI 연구개발(R&D) 센터도 신설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서 “SK는 AI 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파트너십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SK의 에너지솔루션 역량을 통합해 AI 데이터센터 등 핵심 영역의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한 AI 밸류체인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장 동력 점찍은 친환경 사업도 떠나보낸다

주목할 만한 점은 SK가 그룹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던 친환경 사업 또한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가 수처리·폐기물 처리 자회사 리뉴어스 지분 75%와 폐기물 매립·소각 전문기업 리뉴원 지분 100%의 매각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자회사는 SK에코플랜트가 기존 건설업에서 탈피해 친환경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매각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수처리 및 폐기물 처리 사업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도 이 시기 SK에코플랜트의 품에 안겼다. 특히 2020년 11월 어펄마캐피털로부터 1조500억원에 인수한 리뉴어스는 전국 1,300여 개 하수·폐수 처리시설과 6개의 소각장을 운영하는 종합 폐기물 처리 기업으로 친환경 사업 확장의 핵심 축과도 같았다.

SK에코플랜트는 약 4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이들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환경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기존 건설회사에서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동시에 환경·에너지 사업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환경 사업은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3분기 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의 매출 총이익은 2,046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7.3%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에너지사업 매출 총이익률이 25.4%, 플랜트 사업이 22.8%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높은 운영비와 투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성적은 더 뼈아프다.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전체 자산 5조1,249억원 중 환경 관련 자산은 3조2,811억원으로 약 64%에 달한다.

실적이 부진한 사이 재무적 부담은 쌓여만 갔다. SK에코플랜트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1조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6조4,745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9월 이자 지급액은 2,953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1,153억원)의 2.5배 수준에 달했다. 본업의 수익으로도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셈이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먼저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주식을 매각해 1,300억원을 확보했고, SK로부터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유통 전문기업 에센코어를 인수해 신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계열사 SK테스와 함께 반도체 설비 구축, 모듈 제조·유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재무적 불확실성 키우는 SK온의 부진

업계는 SK그룹의 고강도 구조조정의 원인을 SK온의 재무 상황 악화에서 찾는다. SK온의 대규모 신규투자가 그룹의 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만큼 SK온의 투자 성과가 그룹의 신용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의하면 2020∼2023년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제외한 SK그룹의 현금 부족액은 50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SK온이 발행한 전환우선주에는 기업공개(IPO)와 연계한 약정이 체결돼 있어 재무적 불확실성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한신평의 지적이다.

장수명 한신평 연구원은 “SK온은 2026년 말까지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콜옵션(주식을 일정 금액에 되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짚으며 “이 경우 대규모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며,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있어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온의 IPO는 재무적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룹 전체 재무 부담 수준까지 좌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 같은 우려에도 SK온의 실적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4조6,679억원, 영업손익은 –7,67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 10조1,741억원·영업손실 5,632억원) 대비 6조원가량의 매출 급감과 2,000억원 상당의 손실규모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3조원 태운다, 3조원 추가 매입도 추진

삼성전자 ‘자사주’ 3조원 태운다, 3조원 추가 매입도 추진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20일 기취득 자사주 소각“자본금 감소는 없어”
1년간 10조 매입·3조 3개월 내 전량 소각 계획 차원
자사주 추가 취득 2.5조도 주주가치 제고 목적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근 사들인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다. 지난해 11월 이사회 결의에 따른 조치다. 또 3조원 상당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3조487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18일 삼성전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최근 매입한 3조4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 규모의 주식을 소각한다. 1주당 가액은 100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식 소각 결정은 지난해 11월 15일 이사회 결의에 따라 취득한 자기주식에 관한 소각 건"이라며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에 의해 소각하는 것으로 주식 수만 줄고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어 보통주 4,814만9,247주, 우선주 663만6,988주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금액은 보통주 약 2조6,964억원·우선주 3,036억원으로 취득 예정일은 오는 19일부터 5월 16일까지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을 통해 장내 매수할 예정이다. 또 이날 이사회 결의에 따라 약 5,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기준보상(RSA)을 위해, 나머지 약 2조5,000억원은 주가 안정·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한다.

임직원 주식기준보상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처분의 경우 향후 이사회 결의를 거친 다음 구체적 시점과 처분주식 수 등이 공시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임원 대상의 2024년 성과인센티브(OPI)의 50% 이상에 대해 RSA 프로그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성과 창출을 위한 동기 부여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지난달엔 임원 개인 선택에 따라 자사주 지급 수량을 부여했다. 1년 후 주가에 따라 지급 수량을 최종 확정해 지급하게 된다. 자사주 지급일로부터 1~2년간은 원칙적으로 매도가 제한된다.

'5만전자' 추락, 오너 일가 대출 담보 부담 확대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기로 하고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家) 오너들은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법원에 납부담보로 주식을 공탁하고 있다. 주식담보 대출 시 통상 대출금의 140%를 담보유지비율로 정해 그 아래로 담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의 일부라도 갚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삼성가 오너들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평가액도 수조원가량 빠졌다. 보유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이 주식들을 담보로 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의 담보비율도 떨어져 일부 대출은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홍 전 관장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지난해 7월 22일에 받은 2건의 대출(총 3,250억원)은 만기일이 같은 해 10월 22일이어서 대출을 추가 연장하거나 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당 대출은 지난 2022년 4월 29일 대출을 받아 지난해 7월 연장한 것인데, 작년 7월 22일 대출 계약연장일 기준 8만3,0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3개월 만에 30.5% 하락해 10월 22일 주당 5만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규모의 대출을 연장하려면 30% 이상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잡혀야 했다는 의미다.

자사주 매입, 삼성가 담보 가치 하락 때문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6년 만에 자사주를 취득한 이유가 삼성 오너일가에게 필요한 조치였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고경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이 검토된 배경에는 최대주주의 담보계약 평가가치의 하락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 공시 당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담보가치 하회액은 -1,516억원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에도 평가 부족분은 잔존했다"며 "최대주주 오너쉽 관점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실시될 유인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 외에도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연결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다.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한 금산분리법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초과하면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전자 지분 처분 당시에도 처분이익이 특별배당으로 이어졌고, 유배당 계약 결손 고려 시 자본유출이 제한적이며 주식위험 감소로 인한 K-ICS 개선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특별배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3조원 소각시 삼성생명 지분율이 8.58%로 상승하게 된다"며 "처분이익은 2,272억원, 배당성향 38% 적용 시 특별배당 DPS는 481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美 종전 특사 "우크라에 평화협정 강요 안 해", '더티 딜' 우려 긴급진화

美 종전 특사 "우크라에 평화협정 강요 안 해", '더티 딜' 우려 긴급진화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켈로그 특사 "평화협정 관한 모든 것은 여전히 논의 대상"
동맹국 대사들 만나 '더티 딜' 우려 불식
"모든 국가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건 비현실적", 유럽 참여 부정적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왼쪽)가 1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나토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을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오롯이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요구 사항만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더티 딜'(dirty deal)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유럽 패싱’ 우려 진화

1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방문한 켈로그 특사는 기자들에게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지는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일이라며, "아무도 주권 국가의 선출된 지도자에게 그것(평화협정)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것이 여전히 논의 대상(on the table)"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나토 가입이나 영토 수복 등 우크라이나의 종전 요구사항에 선을 그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발언이다.

켈로그 특사는 이날 나토 북대서양이사회(NAC) 회의에 참석해서도 우크라이나의 항구적 평화 보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요구 사항만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도 '패싱'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또 켈로그 특사는 기자들과 문답 과정에서 러시아의 북한·이란·중국과 관계를 언급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글로벌 현안'이 거론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러시아 측에 파병 북한군의 완전한 철수, 북·러 무기 거래 중단 등을 협상 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유럽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모든 사람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합리적이거나 실행 가능하지 않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앞서 15일 뮌헨안보회의에서도 유럽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역할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토론장(large group discussion)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켈로그 특사는 당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며 '이중 트랙(dual-track)' 방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자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동맹국 간 협의를 맡아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들의 얘기를 듣고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중동특사가 미·러 간 협의를 맡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종전 드라이브 급물살, 미·러 사우디 회담

켈로그 특사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18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러시아와 미국 대표단 회의 참석을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이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사우디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 관련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확인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조직하는 문제도 18일 논의할 것”이라며 양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사우디 회담 참가 계획을 확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러시아 정상은 비정상적인 관계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데 합의했다”며 “(사우디 회담에서) 미국 대표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주로 듣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12일 전화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개시’를 승인한 점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유럽의 협상 참여를 원하는 우크라이나 측 요구에는 “초대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일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초대된다고 해도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반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을 하길 원하느냐. 어떻게 양보하겠느냐”고 핀잔을 놨다.

다급한 젤렌스키, 사우디 급방문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초청되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중동 지역을 찾아 미·러 중심의 현 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외교전에 나섰다. 16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등 중동 순방에 나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선순위는 더 많은 포로를 귀환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UAE 방문을 시작으로 사우디와 튀르키예를 잇달아 방문한다.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군 포로 교환을 중재한 이들 중동 국가를 상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부탁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우디에서 진행되는 고위급 회담이 예비적인 성격을 띠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러시아와만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이 뽑은 트럼프 대통령을 믿는다”면서도 자국을 협상 테이블에 포함하지 않은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종전 협상에 유럽 동맹국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나토가 미국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러시아가 올여름께 유럽의 특정 지역을 침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보복할 위험이 없다고 러시아가 믿으면 옛 소련 지역 등 유럽 일부를 점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작은 나라들부터 시작할 것이고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이 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마당에서 발생하는 전쟁의 종전 협상에조차 배제될 처지에 놓인 유럽도 황급히 움직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초청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뜻을 모았다. 유럽은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이 끝날 경우 향후 역내 안보 위협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또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해 평화유지군 창설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일간 텔레그래프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유럽은 자체적인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며 평화유지군 창설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당초 유럽 주도의 평화유지군 구상은 마크롱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는데 침묵을 지켜왔던 스타머 총리가 이 주장에 동조하면서 유럽 주도의 평화유지군 창설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등 새로운 군사 강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달 23일 독일 총선이 끝나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동아시아포럼] ‘트럼프 관세’, ‘보복 관세’로 대응할 수 없다면?

[동아시아포럼] ‘트럼프 관세’, ‘보복 관세’로 대응할 수 없다면?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트럼프 관세, 보호무역주의 시대 회귀 예고
미국 기업 배불리는 ‘지식재산권 규정’ 재검토해야
자유 무역 수호, 아시아와 유럽이 “선봉 서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는 미국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전례 없는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다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보복 관세보다는 미국 제약 및 빅테크 기업에 현저히 유리한 지식재산권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가 힘을 합쳐 자유 무역 체제를 지켜낼 것도 주문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만지작”

이력 자체가 논란 많은 모험과 의문스러운 행적으로 가득한 트럼프는 무역을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여긴다. 미국이 이기려면 다른 나라들이 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현재는 집행이 유예된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포함한 무역 전쟁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역 파트너로 해당 조치가 실행된다면 그간 원활했던 북미 공급망을 단절시켜 전면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1946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악화시키고 브레턴우즈 회의(Bretton Woods Conference)에서 수립된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 보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의 기반이 됐으며 역설적이게도 미국을 최대 수혜자로 만들어 줬다. 미국 달러를 기축 통화로 하는 고정환율 제도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우방들이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라고 반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자신이 주무르던 시스템을 허물고 ‘힘이 곧 정의’(might is right)라는 지배 모델을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가 태생적으로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무역 적자는 미국 자산 투자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다. 무역 적자의 해소는 미국 자산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물론 미국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만든다. 자초한 불안정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적 위상까지 약화할 것이다.

트럼프 관세, 대공황으로 이어진 ‘30년대 보호무역’ 연상

현재 예고된 미국의 관세 조치는 1930년 악명 높았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떠올리게 한다. 해당 관세는 당시 평균 20%, 최대 60% 세율로 19세기 보호무역 시대로의 회귀를 초래했으며 트럼프 관세와 놀랍게 유사하다. 하지만 스무트-홀리 관세는 무역 상대국들이 차례로 무역 장벽을 높여 세계 무역의 붕괴를 부르는 ‘보복의 악순환’으로 결국 대공황의 원인이 된 역사가 있다.

그런데 비슷한 양상이 다시 펼쳐지려 하고 있다. 트럼프가 유예 기간 후 관세를 시행한다면 캐나다와 멕시코는 EU의 선례를 따라 보복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U 역시 트럼프 1기 정권 때 이미 보복 조치를 발동한 바 있으며 현재도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보복 관세는 경제 침략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상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 세계를 1930년대식 대공황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결국 세계 경제는 각국의 방어 조치가 집단적 피해로 이어지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정치적 강박을 경제적 고려 사항과 절충해 파괴적인 결과를 막을 필요가 절실하다.

미국 기업 살찌우는 ‘지식재산권 제도’ 재검토해야

이러한 관점에서 보복 관세의 대안으로 미국 기업들에만 불균형적 수혜가 돌아가는 지식재산권 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생각할 수 있다. 다수의 국가가 엄격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규정한 무역 협정에 합의해 미국 기업들에 막대한 로열티와 수수료를 지불함으로써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을 희생해 미국의 제약 및 테크 기업들만 배불리는 것이다.

즉 미국의 무역 침략에 반격할 방법을 찾는 국가들은 지식재산권법부터 재검토해 자국에 경제적 비효율을 가져오고 미국만 살찌우는 재산권 보호 규정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해당 조치를 통해 불균등한 부의 분배 문제를 해소해 전 세계의 경제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를 단순한 협상 도구로만 사용하지 말고 영구한 정책 수단에 포함하는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 자유 무역 수호 “선봉에 서야”

중국의 대응도 참고할 만 하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일대일로 맞받아치기보다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품에 대한 선별 관세와 구글을 포함한 미국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치 등으로 맞선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제소했지만 WTO 역할에 대한 미국의 의도적인 방해로 큰 효익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현재 상황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공동 행동을 요구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치명적이다. 특히 자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유럽이 규칙 기반 경제 체제 수호의 선봉에 서야 한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 보복 조치보다는 기존 체제를 지키고 개선하는 데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무역 체제가 완벽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불러오려는 일방주의와 혼돈에 기반한 경제 질서는 최악에 다름 아니다. 트럼프는 전 세계가 수십 년간 이뤄온 발전을 허물고 세계 경제를 금융 위기와 정치 불안정에 취약한 상태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역사의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는 협력과 공동 대응을 바탕으로, 자유 무역과 공정 무역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시로 암스트롱(Shiro Armstrong) 호주 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원(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s trade madness risks global depression if retaliation’s not measured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다 떨어지는데 강남권만 뛰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희비교차

"다 떨어지는데 강남권만 뛰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희비교차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서울 외곽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냉각
서울 평균 아파트 거래량·매매 가격도 '하락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된 강남권, 나 홀로 '봄날'

서울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침체'의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수 수요가 적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가 급증하면서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며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진 강남권 일부 지역은 나 홀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노·도·강 하락 거래 속출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하계1청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6일 6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는 같은 달 6일 거래가(8억8,000만원) 대비 2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노원구 상계동 소재 '보람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20일 6억6,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해당 평형 매물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7억2,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 84㎡는 지난달 8억4,7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거래가(9억5,000만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도봉구 방학동 소재 '신동아아파트1' 전용 70㎡ 역시 지난달 4억2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12월(4억4,500만원) 대비 4,000만원 넘게 내렸다.

서울 외곽 지역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노·도·강 지역의 매수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며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조정한 급매물이 아니면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집값이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침체하는 서울 부동산 시장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냉각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량 역시 급감하는 추세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343건(2월 12일 기준)에 그쳤다. 이는 2023년 12월(1,789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역시 3.3㎡당 3,996만원으로 전월 대비 5.2% 하락했다. 직방은 "지난해 4분기부터 조여진 대출 여파와 연초 탄핵 국정 이슈 및 대외적 리스크 압박으로 최근 국내 주택시장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며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거래량이 줄자 저가 매물 위주의 거래, 고가 거래 비중 감소로 평균 매매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12.6%) △강북구(-5.9%) △관악구(-5.6%) △은평구(-4.3%) △강서구(-3.7%) 순으로 내림폭이 컸다. 서초구의 1월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7,639만원으로 지난해 12월(8,742만원) 대비 12.6% 하락했으며, 매매 거래량도 146건에서 87건으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래미안원베일리 등 랜드마크 단지의 고가 거래 비중이 감소하며 평균 매매가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월 서초구의 15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은 74.7%로 지난해 12월(83.6%) 대비 8.9%p 감소했다.

강북구의 경우 전용 85㎡ 이하의 소규모 단지에서 저가 매물 거래가 늘며 평균 매매 가격이 하락했다. 관악구에서도 신림동 삼성산주공(전용 113㎡, 6억7,000만원), 관악산휴먼시아2단지(전용 82㎡, 5억7,500만원) 등 저가 단지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권 일부 지역 집값만 강세

반면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권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매매 거래 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가 가능해지고, 매물과 매수 수요가 나란히 증가하며 집값이 뛰게 된다.

실제 최근 대치동, 잠실동 등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기대감으로 인한 가격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2월 첫째 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 매매 호가는 33억2,000만원 선에서 형성됐다. 이는 이달 초 대비 약 3억2,000만원 상승한 수준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05㎡는 최근 50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표 아파트 단지인 잠실 엘스와 리센츠 84㎡도 매매 호가가 5,000만원가량 상승했고, 잠실주공 5단지 76㎡ 역시 최근 31억7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권 집값이 줄줄이 상승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기점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기조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부 핵심지에서만 집값이 오르고, 이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규제 완화로 강남권의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 거래가 말라붙은 외곽 지역과의 격차는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기업가치 6.2조 확정, 쿠팡 독주 막을까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기업가치 6.2조 확정, 쿠팡 독주 막을까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G마켓·알리 올해 상반기 JV 설립 예정
JV 기업가치 6.2조원에 형성될 전망
이마트, G마켓 투자로 약 1조원 손실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전략적인 동맹을 구축한 가운데, 양사의 합작법인 기업가치가 6조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그간 시장에서 거론되던 6조원 내외 기업가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국내 유통업계 '전통 강자'인 G마켓과 'C커머스 거인'인 알리익스프레스는 한 지붕 아래서 시너지를 창출해 쿠팡과 네이버에 대응한다는 계획으로, 이번 합작은 쿠팡·네이버에 밀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부진을 겪어 온 G마켓과 품질 논란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주춤하던 알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G마켓 기업가치, 3.1조 평가

17일 유통업계와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G마켓과 알리 한국법인의 JV(조인트벤처)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기업가치는 6조2,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신세계그룹 핵심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 2021년 미국 이베이로부터 G마켓 지분 80.1%를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역산하면 G마켓의 기업가치는 당시 4조2,000억원가량이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G마켓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으면서 2022년 655억원, 2023년 320억원, 2024년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년간 G마켓 누적 영업손실 규모만 1,650억원에 달한다. G마켓의 매출액도 지난해 9,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하락했다. 영업손실에 이어 ‘역성장’이라는 성적표까지 얻게 된 것이다.

이에 이마트는 이번 공시를 통해 약 G마켓 손상차손으로 9,339억원을 반영했다. G마켓 지분 80%에 대해서 그동안 회계적으로 약 3조4,000억원이라고 처리해 왔는데, 손상차손을 반영해 앞으론 지분 80%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재산정한 것이다. 나머지 20% 지분까지 감안하면, G마켓의 기업가치는 4조2,000억원(2021년)에서 3조1,000억원(2024년 말 기준)으로 약 1조1,000억원이 떨어지게 된다.

조인트벤처 기업가치 산정에는 GMV(총거래액)이 사용됐다. G마켓의 지난해 GMV는 약 13조원, 매출액은 9,612억원이었다. GMV 대비 매출액은 불과 7%에 불과했다. G마켓은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돼 수수료 기반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알리 역시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된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1조3,000억 달러(약 1,875조원)에 달하는 GMV를 발생시켰다. 다만 당시 알리바바 이커머스 분야 매출액은 1,031억 달러(약 148조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GMV는 7.8%로 현재 G마켓과 비슷한 수준이다. G마켓 지분 100%와 알리 한국법인을 각각 5 대 5의 비율로 현물출자해 JV를 설립하기로 한 만큼, G마켓·알리 JV는 기업가치는 6조2,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계속된 G마켓 적자 희석 기대

이번 합작으로 신세계그룹이 얻는 건 수익 개선 효과다. 조인트벤처 설립이 이대로 마무리되면 G마켓 관련 손익은 앞으로 이마트 연결 실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G마켓은 인수 첫해인 2021년에만 43억원 흑자를 냈을 뿐, 이후 연달아 부진을 이어가며 이마트에 계속된 손실을 안겼다.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용’도 있다. 당시 G마켓을 시장 평가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하다 보니 생기게 된 추가 비용이다. 예컨대 1조원으로 평가받던 기업을 웃돈을 얹어 3조원에 샀다면, 자산으로 추가 편입된 2조원만큼을 매년 비용으로 떨어내야 한다. 영업 적자와 PPA 상각비용을 포함하면 이마트는 G마켓 인수로 연간 약 1,500억원 수준 영업이익 감소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마트는 해당 기업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분법 반영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경영 실적을 지분율만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합작법인에서 영업손실이 난다면 지분율에 비춰 40%만 반영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의 약 40%를 가져오게 됐다. 알리 측 성장세가 지속돼 앞으로 수익이 난다면, 이 또한 이마트 이익으로 부분 반영된다. 국내 시장에서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던 C커머스 침투율 증가 수혜를 이마트가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된 셈이다.

한국 시장 안착 위한 교두보

알리바바그룹에 있어선 이번 합작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한 '조커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 조 단위 투자계획을 공식화하며 한국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기대만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은 공격적인 M&A 전략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2008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10여년 간 알리바바그룹이 단행한 인수합병·투자 건수는 무려 502건에 달한다. 특히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알리바바그룹은 견고한 기반과 검증된 경영진을 갖춘 현지 기업 투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폈다. 2010년대 초반 미국 이커머스 주릴리 지분을 1,70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 진출 포석을 쌓았고,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업 라자다를 인수해 단숨에 동남아 시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알리바바그룹은 이후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수년 사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략에 나섰지만 중국계 자본에 대한 시선과 치열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 환경 탓에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 앞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2,000억원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역시 국내에서 입지를 갖춘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안착을 노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속적으로 투자처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던 알리바바그룹과 신속한 쇄신이 필요한 신세계그룹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G마켓은 2003년 출범해 20년 넘게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이끌어 왔다. 전문가들은 G마켓의 인적 자원과 사업 노하우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한국 시장 공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중국 반도체 업계, 美 제재 속 AI 가속기 개발 러시

“위기를 기회로” 중국 반도체 업계, 美 제재 속 AI 가속기 개발 러시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중국산 GPU·LLM ‘꿈의 조합’ 실현”
딥시크 날개 단 화웨이, 기술 자립에 총력
엔비디아 대체 시장 13조원 규모 전망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징자웨이 과학기술 연구소/사진=징자웨이

중국이 선보인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딥시크를 구동하는 고성능 AI 가속기를 연이어 선보였다. 중국의 AI 무기화를 막기 위해 AI 칩과 반도체 장비 수출을 엄격히 통제한 미국 정부의 조치를 어렵지 않게 무력화하는 모습이다.

AI 가속기 줄줄이 업그레이드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기업 징자웨이는 최근 딥시크를 클라우드·에지 온디바이스에서 각각 구동할 수 있는 AI 가속기 ‘JM·징훙’ 시리즈를 업데이트하는 데 성공했다. 징자웨이는 “오랜 시간 딥시크와 협업해 왔다”고 밝히며 “중국산 GPU에 중국산 대형언어모델(LLM)이 결합하는 ‘꿈의 조합’을 실현했다”고 자평했다.

징자웨이의 발표는 중국 내 또 다른 AI 가속기 개발사 무어스레드가 딥시크 AI 모델을 추론할 수 있는 AI 반도체를 선보인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엔비디아 차이나 부사장 출신인 장젠쥔이 설립해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무어스레드는 지난해 말부터 게이밍 카드인 MTT S80, 데이터센터용 GPU MTT S4000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최근에는 최대 1만 개의 GPU를 연결해 대규모 AI 작업을 지원하는 솔루션 ‘쿠에’ 개발에 한창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GPU 개발에 연이어 성공한 배경으로는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꼽을 수 있다. 과거 소련이 제한된 하드웨어를 활용해 미국과 우주 경쟁을 벌였듯, 중국 역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부족한 반도체 기술력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를 비롯한 학계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참 중이다.

베이리·모스크바대 연구팀은 AI 칩의 연산 성능을 극대화한 ‘PD-제너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PD-제너럴 알고리즘을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에서 테스트한 결과, 직렬 방식보다는 800배, 오픈MP 방식의 병렬 연산보다는 100배 빠른 작업 속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구동을 위해 개발한 쿠다 병렬 연산보다 약 2배 빠른 수준이다.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로 엔비디아 추격 가속

업계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 고도화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칩 공급 공백을 자체 개발한 AI 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2019년 발표한 거래 제한 기업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된 뒤 사업이 힘들어지자, 자체 칩을 개발해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면서 엔비디아의 유력 경쟁자를 자처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베스트셀러 ‘H100’에 필적할 대항마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채택한 ‘어센드 910C’를 앞세워 눈길을 끌었다. 기대 이상의 성능으로 전 세계를 AI 업계를 충격에 빠트린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에도 화웨이 어센드 910C이 사용됐다. 화웨이는 과거 대만 TSMC를 통해 어센드 시리즈를 생산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 이후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를 통해 어센드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화웨이 외에도 중국 내 많은 신생 기업이 엔비디아 추격 행렬에 동참했다. 한우지(寒武纪, 캠브리콘)가 개발 중인 ‘쓰위안590’은 엔비디아의 2021년 모델 ‘A100’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며, 징자웨이의 ‘JM9’는 엔비디아의 2016년 모델 GTX1050과 유사하다. 또 링지우(淩久)가 자체 개발한 2세대 그래픽 처리 칩 ‘GP201’은 엔비디아의 2017년 모델‘GT1030’을 소폭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엔비디아 대체 ‘큰 장’ 열린다

이 같은 기술 고도화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수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2022년에는 엔비디아, AMD의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심지어 2023년에는 반도체 장비 수출마저 금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중국은 AI 반도체 ‘육룡(六龍)’으로 불리는 화웨이, 비런테크놀로지, 무어스레드, 징자웨이, 캠브리콘, 하이광신시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 이들 기업이 CXMT 등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활용해 AI 가속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중국 톈펑(天風)증권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중국 내 AI 가속기는 109만 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85%는 엔비디아가, 10%는 화웨이가 공급했다. 톈펑증권은 엔비디아가 차지했던 85%의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중국 업체들이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톈펑증권은 “현시점으로서는 로컬 제품의 성능이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많은 업체가 속속 개선된 제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국산품으로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올해 로컬 GPU 업체에 700억 위안(약 13조9,000억원) 이상의 엔비디아 대체 시장이 열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4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주 호황 속 '해외 건조' 고려하는 K-조선, 수익성·생산량 두마리 토끼 노린다

수주 호황 속 '해외 건조' 고려하는 K-조선, 수익성·생산량 두마리 토끼 노린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일감 넘쳐나는 한화오션·삼성중공업
신규 수주 일부는 외국에서 건조 계획
수익성 높은 선박은 한국, 기술 평준화 선종은 해외 생산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 전경/사진=한화오션

수년 치 수주잔고를 쌓아둔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외주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조선소의 독(dock·물을 채우고 뺄 수 있게 만든 선박 건조 작업장)이 꽉 차 있어 새로 수주하는 선박 중 일부 물량을 외국에서 건조하려는 것이다. 조선업 호황이 몇 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선박은 한국에서 만들고 건조 기술력이 평준화된 선종은 해외 협력사로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화오션·삼성중공업, 해외 외주 검토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인도 정부 측 요청으로 인도를 방문해 약 열흘간 스완중공업 산하 조선소, 코친조선소, 힌두스탄조선소, L&T조선소 등을 둘러봤다. 앞서 인도 정부는 주요 조선소 관계자들과 대표단을 꾸려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해 한국 조선사에 선박 건조·수리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당시 인도 대표단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조선소를 모두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슬롯(선박 건조 공간)은 꽉 찬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 조선소에 일부 물량을 넘겨 제작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변수는 인도의 조선업 기술력이다. 현재 인도 조선소는 중소형 선박 위주로 건조하고 대형 선박은 직접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도 대표단이 한국을 직접 찾아 조선업 협력을 요청한 것도 궁극적으로 한국 조선소의 기술 이전과 전수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삼성중공업은 일부 건조 물량을 중국으로 보낸 상태다. 지난해 10월 말 아프리카 선주가 발주한 4,593억원 규모 수에즈막스급(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 유조선(탱커) 4척의 건조를 중국 저우산조선소에 맡겼다. 저우산조선소가 현지 시설과 인력을 이용해 배를 만들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美 공화당, 동맹국에 '군함 건조' 허용 법안 발의

조선업계는 올해도 상선 부문에서 수년 치 수주잔량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 19척, 컨테이너선 6 척, 탱커 8척, 액화석유가스(LPG·Liquefied Petroleum Gas) 운반선 5척 등 상선 부문에서만 40척 가까이 수주했는데, 올해는 상선 부문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LNG 수출 확대를 추진하면서 LNG 운반선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로 컨테이너선 발주도 한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해군 군함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하는 ‘해군준비태세 보장법’ 등도 호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마이크 리, 존 커티스 미 공화당 상원 의원 주도로 해군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됐다. 미국은 1920년 연안 항구를 오가는 민간 선박은 자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한 존스법을, 1965년과 1968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군함을 자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하게 한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각각 도입해 자국 조선 산업을 보호해 왔다. 그런데 최근 자국 조선업 약화로 중국에 전투함 숫자가 역전되는 등 해양 패권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급한 대로 군함 건조부터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이 법안은 상·하원 다수를 차지하는 공화당에서 발의돼 의회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함정을 만들 역량이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 정도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시 미국 매체들조차 “K조선에 미국이 사실상 SOS(구조 요청)를 했다”고 해석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 문구에는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미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세부 조건으로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비용이 미 조선소보다 낮아야 하고, 미국 군함을 제조할 외국 조선사는 중국 소유이거나 중국 투자를 받아선 안 된다는 규정도 명시해 놓고 있다. 현재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점유율은 90%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에 규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선박 제조 국가는 사실상 한국, 일본뿐이다. 특히 한국이 수혜를 더 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은 당장 배를 만들어 전선에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신속하게 함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역량은 한국이 일본을 크게 앞선다.

중국 조선사들, 한국 턱밑 추격

최근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한국 조선사들이 해외 외주를 검토한 배경으로 꼽힌다. 조선업 굴기를 자랑하는 중국이 최근 세계 선박 시장에서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 독을 추가로 건설해 생산 물량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조선업 종합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해양 굴기’ 전략을 실천한 결과다. 특히 중국이 보유한 상선은 선복(船腹)량 기준 세계 1위로, 중국의 선복량은 한국보다 4배나 많다.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수익성이 좋은 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분야지만, 해당 분야 역시 언제 역전될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다. 현재 중국은 수익성이 낮은 벌크선·컨테이너선·유조선 수주량이 많으나,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 운반선이나 친환경 선박도 수주하는 등 다양한 선종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실제 최근 중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크루즈선과 초대형 LNG 운반선도 인도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위기감을 방증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후판 등 조선 원자재의 가격이 덤핑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데다, 정부의 전략적 지원정책과 국영 조선소를 기반으로 형성된 안정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것은 특히 위협적이다.

중국은 2002년 중국공산당 제16차 당대회에서 조선산업에 대한 ‘해양 굴기’를 선언했고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해양 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해양산업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청사진인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에 따르면, 2025년까지 조선업의 친환경 발전 체계를 구축하고 조선기자재의 공급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중국 선박 공급망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조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