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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글로벌 견제에도 테슬라 가뿐히 추월

독주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글로벌 견제에도 테슬라 가뿐히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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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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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인도 1,763만 대
BYD 413만 대 판매, 전년比 43.4% 성장
테슬라는 178만 대로 1.1% 역성장 기록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이 중국 브랜드들의 급격한 성장세에 1,7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전기차 1위 브랜드인 중국 BYD는 40%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2위인 미국 테슬라와의 격차를 배 이상으로 벌렸다. 과거 BYD를 비웃었던 테슬라가 굴욕적인 역전을 당한 가운데, BYD는 딥시크와 함께 개발하는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God’s eye, 천신지안)’을 전 모델에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하며 테슬라의 아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테슬라 매출 추월한 BYD, 점유율도 2배 앞질러

2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80개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1,763만 대로 전년 대비 26.1% 늘었다. 주요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 대수를 보면 BYD가 413만7,0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3.4% 성장했다. SNE리서치는 BYD가 중국 시장에서 쑹(宋), 시걸(Seagull), 친(秦)의 판매량이 늘고 있고, 중국 외 시장에서는 아토3와 돌핀 등의 판매가 증가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테슬라는 전체 판매량의 약 95%를 차지하는 모델3와 모델Y의 판매가 감소했다. 이에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은 직전 년도에 비해 1.1% 역성장한 178만9,000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BYD와의 격차는 2023년 107만6,000대(1.6배)에서 지난해 234만8,000대(2.3배)로 크게 확대됐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을 포함한 집계여서 순수 전기차(BEV)만 파는 테슬라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023년 1~11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20.7%를 점유하며 테슬라(13.1%)를 앞질렀던 BYD는 이번 조사에선 점유율을 23.6%까지 끌어올리며, 10.2%를 차지한 테슬라를 2배 이상 격차로 따돌렸다.

뿐만 아니라 BYD는 지난해 매출에서도 테슬라를 제쳤다. BYD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4% 증가한 282억 달러(약 40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252억 달러)보다 30억 달러 많은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 BYD가 테슬라의 매출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BYD는 3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16억3,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장벽을 높이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자체 제작 배터리로 경쟁력 무장

BYD는 1995년 중국 선전에서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설립한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회사명은 '당신의 꿈을 키워라'(Beyoud Your Dream)'는 영어 문장의 첫 글자를 따왔다. 배터리 사업으로 성장한 BYD는 멈추지 않고 자동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지난 2003년 시안에 있는 국영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며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사업 초기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느나 왕 회장은 "전기차 산업의 미래를 낙관했기 때문에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다"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BYD의 성장에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08년 버핏 회장은 BYD 주식 10%를 2억3,000만 달러(약 3,300억원)에 사들이며 신뢰를 보냈다. 당시 버핏은 BYD의 지분을 매집하면서 "결국 전기차가 대세고 BYD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업체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이후 BYD 주가는 1년 만에 1,370%나 급등해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고,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난 2020년부터 BYD는 전기차 시장에서 질주를 하게 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BYD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BYD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26억 달러(약 3조,700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내수 시장을 장악했고, 해외에도 생산 기지를 세우며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 역시 BYD가 테슬라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 BYD의 보급형 전기차인 시걸은 중국 내에서 7만3,800위안(약 1,46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22만9,900위안(약 4,540만원)인 테슬라 모델3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 배경엔 자체 개발한 배터리가 있다. 전기차 원가의 30% 상당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 원가를 낮추고 저렴한 판매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 일본 파나소닉 등 해외 배터리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BYD

자율주행 분야서도 테슬라 턱밑 추격

세계 전기차 시장을 점령한 BYD는 자율주행 대중화까지 선언하며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BYD는 최근 중국 선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율주행 기술 천신지안을 공개했다. 천신지안은 운전자 개입 없이 1,000km 이상을 스스로 달릴 수 있도록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로, 자율 주차 성공률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신지안은 BYD가 출시한 보급형 모델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예상되는 차량 대수는 1,500만 대로, BYD는 1,000만원대 엔트리급 모델인 시걸에도 탑재해 자율주행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테슬라의 풀셀프드라이빙(FSD) 옵션 가격 수준으로 자율주행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을 낮춘 비결도 '테슬라 비전(Tesla Vision)'과 같다. BYD는 보급형에서는 값비싼 라이다(LiDAR)를 빼고 카메라를 주력으로 했다. 대신 카메라 8개만 쓰는 테슬라보다 훨씬 많은 전방 3개 등 12개에 5개 레이더와 12개 초음파센서까지 추가했다. 운전자 개인 주행도 학습한다. '메모리 파일럿 NOA' 기술이나 자주 다니는 경로를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기억시키는 방식으로 복잡한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고급형 모델도 준비했다. BYD는 천신지안을 A부터 C까지 3가지 단계로 나누고, 카메라만 사용하는 C를 비롯해 라이다 1개를 쓰는 B, 그리고 라이다 3개를 탑재해 완전한 자율주행을 추구하는 A까지 각자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찌감치 중국에서도 복잡한 도로 사정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라이다가 필수라는 주장이 이어져 왔던 상황으로, BYD는 여러 선택지를 마련해 가격과 안전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업계는 BYD 기술의 파급력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중국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은 공공연한 사실로, 스위스 증권사 UBS는 천신지안을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테슬라 비전이 꿈꾸는 라이선스 공급 역시 먼저 실현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BYD는 이번 발표에서 라이선스 사업화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버전별로 구체적인 사양을 정해 놓은 만큼 공급에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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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입차에 25% 관세”, 미국 의존도 높은 한국GM 철수 가능성 수면 위로

트럼프 “수입차에 25% 관세”, 미국 의존도 높은 한국GM 철수 가능성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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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수출 전략 GM, 내수는 5% 불과
뚜렷한 실적 개선에도 국내 존재감 미미
부평공장 PHEV 생산 계획 돌연 철회
한국GM 부평공장 내부/사진=한국GM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생산량의 84%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한국GM)은 막대한 피해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에 한국GM은 내부적으로 노사가 수시로 만나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 주력모델 가격 경쟁력 저하 우려

2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월 초 발표할 자동차 관세의 세율은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미국에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으므로 약간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자동차 관세율과 발표 시기 등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대표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물론 국내 생산 2위 업체 한국GM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과 경영 운신의 폭 등을 고려하면 한국GM의 위기감은 현대차·기아 이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분석은 한국GM이 내수보다는 GM의 수출 기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한국GM의 지난해 판매량은 49만9,559대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47만4,735대로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수출 비중은 2020년만 해도 77.5% 수준이었으나, 단계적으로 확대돼 지금에 이르렀다.

극단적인 수출 전략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접어들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당장 관세 25%가 부과되면 수출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미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뷰익 엔비스타’ 등이 관세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이는 현지 판매 감소로 이어질 게 자명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GM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이 악화해 동일 선상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동안 쌓은 체력과 경영 전략 등을 고려하면 한국GM은 존폐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국내 수요가 탄탄해 수출에 일부 차질이 생겨도 공장을 가동에 무리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국GM 또한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에 분주한 상황이다. 노사가 수시로 만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본사의 방침이 명확하게 세워지지 않아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GM 측은 “시장 환경 및 정책 변화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한국GM이 생산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쉐보레

2024년 말 희망퇴직 실시, 몸집 줄이기

GM의 국내 사업 철수를 둘러싼 논의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논의는 지난해 한국GM이 국산 브랜드 중 가장 저조한 내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촉발됐다. 한국GM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만4,824대로 전년 대비 35.9% 감소한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주력 모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판매량은 1만8,634대에 그치며 같은 기간 21.2% 감소했다.

이는 여타 중견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매우 부진한 성적이다. 르노코리아는 오랜 부진 끝에 선보인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시장의 이목을 끌며 지난해 10만6,939대의 판매고를 쌓았다. 단일 모델로만 한국GM 전체 국내 판매량의 4배를 웃도는 성적을 거둔 셈이다. 쌍용자동차가 전신인 KG모빌리티도 소비심리 위축 등 시장 환경 악화를 딛고 국내에서만 4만7,046대를 팔았다.

이런 이유로 GM의 국내 생산 시설 및 사업 규모도 점점 축소되는 분위기다. GM 본사는 그간 추진해 온 부평공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생산 결정을 돌연 철회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자리를 정리한 직원은 1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완성자 업체 임원은 “GM은 국내 공장에서 최소 생산라인만 운영하고 영업 비용을 줄이는 등 한국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언제든 발을 빼려는 것이란 시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확대 해석 말아야” 신중론도

다만 한국GM의 철수설이 과장된 해석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판매가 저조한 동안에도 수출 물량 증대에 힘입어 한국GM의 수출이 호실적을 거듭한 만큼 철수는 낭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GM의 지난해 해외 판매는 전년 대비 10.6% 증가한 47만4,735대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오랜 시간 거듭해 온 적자 행진을 끝냈다는 점도 사업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한국GM은 지난 2022년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하며 만성 적자를 청산하고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상회했으며, 지난해 또한 최고 실적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내는 기업의 철수를 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꼬집으며 “일단 ‘철수’라는 단어가 시장에 등장하면, 본사로선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게 된다”고 신중한 평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GM 본사의 향후 행보도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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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산하 '키이스트' 사들이는 청담인베스트먼트, 배경에 '초록뱀' 있다?

SM엔터 산하 '키이스트' 사들이는 청담인베스트먼트, 배경에 '초록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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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I 아닌 FI가" 청담인베스트의 키이스트 인수에 시장 '의문'
청담인베스트 전신은 '초록뱀인베스트먼트'
초록뱀 전 회장과 아시아금융그룹 회장, 이전부터 친분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자 회사 키이스트의 매각을 본격화한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청담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배경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를 통해 청담인베스트먼트를 소유하고 있는 박근범 아시아금융그룹 회장이 원영식 초록뱀그룹 전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청담인베스트먼트, 키이스트 '왜' 샀나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스튜디오스는 산하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청담인베스트먼트와 케이엔티(KNT)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SM스튜디오스와 SM엔터테인먼트재팬이 보유한 지분 33.7%의 매각가는 37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매각 주관사는 딜로이트안진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된 이후 시장에서는 키이스트를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가 직접 나서 인수하는 것이 '의외'라는 평이 나왔다. 한 시장 관계자는 "배우 매니지먼트는 수익 다각화가 어려워 FI 입장에서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다"라며 "시장에서는 시너지 창출을 위해 연예·콘텐츠 부문 SI가 키이스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반도체, 바이오 등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과는 무관한 포트폴리오를 쌓던 청담인베스트먼트와 KNT인베스트먼트가 인수에 나선 것이 의문스럽다"고 짚었다.

아시아금융그룹 박근범 회장/사진=아시아금융그룹

초록뱀그룹과 아시아홀딩컴퍼니의 '관계'

이 같은 의문은 키이스트 인수 후보로 등장한 청담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을 살펴보면 일부분 해소된다. 청담인베스트먼트의 원래 이름은 초록뱀인베스트먼트로,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컴퍼니의 100% 자회사였다. 지난 2023년 원영식 전 회장은 빗썸 관계사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인 이후 아시아홀딩컴퍼니에 초록뱀인베스트먼트 지분 전량을 넘겼고, 초록뱀인베스트먼트는 청담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청담인베스트먼트 지분은 아시아금융그룹의 계열사인 코스닥 상장사 네오크레마(60%)와 비비씨(40%)가 나눠 갖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아시아홀딩컴퍼니는 박근범 회장과 그 가족이 지분 100%를 지배하고 있다.

아시아홀딩컴퍼니와 초록뱀그룹의 '연결고리'는 청담인베스트먼트 최대주주인 네오크레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오크레마는 창업주였던 김재환 대표의 엑시트(지분 매각)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한 2022년 대주주가 김 대표에서 대호에이엘 등으로 변경됐고, 같은 해 초록뱀플랫폼이 대호에이엘 대신 경영권을 쥐었다. 이듬해에는 청담서머셋이 대주주 자리에 올랐으며 초록뱀플랫폼이 특별관계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4월에는 아시아홀딩컴퍼니로 최대주주가 교체됐다.

시장 곳곳에서 아시아홀딩컴퍼니와 초록뱀그룹 계열사의 이름을 함께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박 회장이 원 전 회장과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원 전 회장 밑에서 사채업과 코스닥 M&A 시장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전 초록뱀미디어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원 전 회장과 함께 홈캐스트, 포인트아이(현 엔에스이엔엠), 에너지솔루션(현 HLB생명과학), 루보(현재 상장폐지) 등의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청담인베스트먼트의 키이스트 인수에 이 같은 두 사람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 전 회장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0트에 초창기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엔터업계의 큰손"이라며 "엔터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키이스트 인수를 통해 엔터업계로 복귀하며 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원 전 회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두 사람 둘러싸고 곳곳에서 '잡음'

다만 일각에서는 키이스트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박 회장과 원 전 회장이 지나간 자리에 수많은 잡음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선 아시아홀딩컴퍼니 산하 기업인 네오크레마는 대주주 변경 직후 67억원을 들여 청담인베스트먼트 지분 60%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네오크레마 회삿돈이 대주주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청담인베스트먼트의 당시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불구, 네오크레마는 1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며 지분을 사들였다"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한 이후 별도 공시도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 12월 보석 석방된 원 전 회장 역시 시장 재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원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코스닥 상장사 '오션인더블유'의 소액주주들이 원 전 회장의 투자 활동에 제동을 걸면서다. 오션인더블유는 지난 12일 이모씨가 법원에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은 주로 기업의 주주들이 경영진의 부정행위나 부실경영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다.

소송을 제기한 이모씨는 오션인더블유가 더 이상 투자조합에 출자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모씨는 "(오션인더블유는)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투자처에 그 자본금이나 순자산에 비해 턱없이 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주식 전환이나 만기 후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션인더블유는 메자닌 방식으로 다방면에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1,000억원 규모의 지오릿에너지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51.0%)로 나서는가 하면, 하이츠투자조합과 돌핀에이아이투자조합에 출자해 '엑스큐어'에 대한 150억원 전환사채(CB) 납입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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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 새 전선 된 조선업, 美 4개 주요 노조 ‘관세 부과’ 등 강력 대응 촉구

美·中 갈등 새 전선 된 조선업, 美 4개 주요 노조 ‘관세 부과’ 등 강력 대응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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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조, 트럼프에 "독점 우려" 견제 요청
중국 생산능력, 미국의 232배 "국가 안보 위협"
세계 조선 시장 中이 지배, 美 조선은 1%도 안 돼

미국의 4대 주요 노동조합 대표들이 미국의 조선업 강화를 위해 중국을 제재해야 한다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은 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들 "중국 조선업 견제하라"

20일(현지시각)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철강노조(United Steelworkers),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International Brotherhood of Electrical Workers), 국제보일러제조협회(International Brotherhood of Boilermakers), 국제기계공·항공우주노동자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and Aerospace Workers) 등 4개 주요 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조선업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AP통신이 입수한 4개 노조의 공동 서한은 "중국 공산당의 계획, 정책 및 행동에 따라 건조된 선박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가하고 미국의 조선 능력과 인력을 재건하는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기계공·항공우주노동자협회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약탈적 관행으로 미국 조선업이 타격을 받았다"며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조선업계는 조선소 폐쇄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무역대표부, 중국 조선산업 불공정 행위 조사

이들 노조는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당시 1974년 미국 무역법 301항에 따라 중국 조선업 제재를 위한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4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조사에 착수했다. 미 무역대표부가 적시한 불공정 사례에는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과 △외국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 △강제적 기술 이전 및 지식재산권 도용 △자국 조선·해운 업체를 우대하는 조달 정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양과 조선, 물류 부문에서 노동 비용을 인위적으로 대폭 억제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해당 조사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노조 활동을 제한했다는 증거도 포착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조사보고서는 "중국 조선소들이 이런 정책 덕분에 경쟁국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건조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하고 미국 기술을 강제로 중국기업에 넘기고 있다는 무역대표부의 조사가 나온 후 중국산 수입품에 수천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美 조선업, 세계 19위로 떨어지는 사이 中은 국가 차원서 지원

실제 중국 조선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2000년 5%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중국의 조선소 생산능력은 연간 2,325만 톤으로, 10만 톤 미만인 미국의 최소 232배에 달한다.

또한 미국 해군전쟁대학 중국해양연구소의 조교수인 이삭 B 카든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전 세계 96개 외국 항구에서 하나 이상의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 중이다. 카든 교수는 지난 2022년 ‘국제 안보’ 저널에 “전 세계 상위 100개 항구 중 25개가 중국 본토에 있고,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구의 약 61%가 중국과 연계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또 조선업에 사용되는 많은 장비를 생산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국영기업인 ZPMC는 전 세계 화물 크레인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1980년대까지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던 미국의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국 해운협회에 따르면 1980년대 초 300개가 넘었던 미국의 조선소는 현재 20개가량만 남은 상태다. 이마저도 대형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시설은 5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선박 건조를 중단했다. 1975년 미국 조선업은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만들면서 세계 생산능력 1위였지만 현재 미국은 세계 19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조선업 전문가들은 1980년대부터 조선업 보조금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 조선산업 쇠퇴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보조금이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된다는 이유로 조선업 관련 보조금을 삭제했다. 당시만 해도 냉전 기간 미국이 수주했던 군함이 미국 조선업을 지탱할 것이라고 봤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미 국방부 등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 제조 기술이 아웃소싱 되기 시작한 이후, 조선업 관련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미국에서 조달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결국 미국에선 조선업 관련 기술,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어졌고 조선소의 경쟁력과 생산 능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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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테슬라’ 美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재정난 속 파산보호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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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전기차 스타트업 줄파산
니콜라 시가총액, 한때 포드 앞서기도
부채 100억 달러 육박하며 주식 97% 하락
니콜라의 수소 전기 트럭 제조 공정/사진=니콜라 유튜브

한때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수소·전기 트럭 제조업체 니콜라(Nikola)가 경영난 끝에 결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허위 홍보 논란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데다 최근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재정난이 맞물린 결과다. 경쟁사인 니콜라의 파산으로 현대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수소 트럭 업체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경쟁사의 잇따른 도산과 미 정부의 지원 축소 가능성으로 인해 수소 트럭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니콜라, 허위 홍보 논란으로 시장 신뢰 상실

19일(현지시각) 니콜라는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파산법 제11장에 따른 구제 청원서를 제출했다"며 "파산법 제363조에 따라 자산 경매·매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승인 요청서도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티브 거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업계의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운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시장 불확실성과 거시경제적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최근 몇 달간 자본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기 위한 많은 조치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중대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니콜라는 수소·전기 트럭 기술을 앞세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0년 6월 뉴욕증시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했고 당시 주가가 고점을 찍으면서 시가총액이 미국 완성차 제조업체 '빅3'인 포드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미완성 기술을 홍보한 사실이 드러나며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홍보 동영상 속 수소 전기 트럭의 주행 장면이 내리막 도로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고 이로 인해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은 2023년 사기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니콜라는 경영진을 교체하고 재기를 시도했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졌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재정 상황이 빠르게 악화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니콜라는 최근 1년간 5억7,000만 달러(약 8,167억원)의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하며 현재 부채만 10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때 93.99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도 파산보호 신청 당일 46센트까지 하락하며 시총 3,29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에 19일 나스닥은 니콜라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오는 26일 월요일 개장과 함께 니콜라의 보통주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美 수소 트럭 시장, 이제 막 성장 단계에 진입

전문가들은 니콜라의 파산 원인으로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허위 홍보 사건을 지목하면서도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고 분석한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2023년 전기 픽업트럭 엔듀런스를 생산하는 로즈타운(Lordstown)을 시작으로 2024년 피스커(Fisker)와 프로테라(Porterra)에 이어 올해 1월 카누(Canoo)까지 전기차 업체의 파산이 이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친환경 산업과 함께 수소 트럭 업체의 성장을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미국 수소 트럭 시장이 오는 2030년 3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 트럭 시장이 이제 막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내 물류 대부분이 트럭 운송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 잠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미국 교통부 산하 교통통계국(Bureau of Transportation Statistics)에 따르면 트럭 운송은 2023년 화물 무게 기준 운송 수단별 점유율 가운데 68.1%를 차지했다. 

특히 수소 트럭은 미 물류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디젤 엔진 트럭과 달리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았다. 디젤 트럭은 미국 전체 자동차 수의 2~3%에 불과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25%에 달한다. 전기 트럭과 비교했을 때도 수소 트럭의 충전 속도가 더 빠르고 1회 충전 당 주행거리가 더 길다는 점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수소 트럭은 고중량의 배터리가 불필요해 전기 트럭보다 적재량을 늘릴 수 있으며,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 등에서 장점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성장 전망과 달리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은 수소 트럭의 한계점으로 거론됐다. 실제로 현재 미국 내 수소 충전소는 50개 주 144개소에 불과하며 이 중 12개소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니콜라는 수소 트럭 사업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2023년 1월 신규 에너지 브랜드 하일라(Hyla)를 론칭했다. 하일라는 니콜라의 수소 트럭 충전 인프라 사업으로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에 첫 스테이션을 개관했다. 오는 2026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60개로 늘리며 자체적으로 수소·전기차 인프라까지 해결하려 했지만, 재정 여건이 악화하며 무리한 전략이었음이 드러났다.

현대차, 美 유일의 수소 트럭 업체로 남을 수도

한편 니콜라 파산으로 글로벌 수소 전기차 시장 1위인 현대자동차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WSJ는 "현대차가 최근 경쟁사들의 연이은 파산으로 미국에서 사실상 유일한 수소 트럭 업체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수소 트럭 시장에는 니콜라 외에도 일리노이주 볼링브룩에 거점을 둔 수소 트럭 제조기업 하이존(Hyzon)이 있지만,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며 이미 유럽과 호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달 초 파커 믹스 CEO가 사퇴한 데 이어 대규모 구조 조정을 예고하며 사실상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미국 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아메리카와 협력해 엑시언트 21대를 미국 조지아주에 소재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배치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운행 중인 30대에 이어 추가 투입된 물량으로 배치된 엑시언트 21대는 미국 현지 부품 공급업체와 HMGMA를 오가며 부품 운송을 담당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HMGMA에 엑시언트의 수소 충전을 위한 이동식 충전소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HFCP) 빌 엘릭 사무총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한 회사만 사라져도 업계가 얼어붙을 수 있다"며 "시장이 커지려면 정부 보조금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비싼 연료 가격과 충전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예산의 축소를 예고한 터라 현대차와 같은 수소차 업체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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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열연강판 저가 공세에 트럼프 관세 압박까지, K-철강 이중고

日·中 열연강판 저가 공세에 트럼프 관세 압박까지, K-철강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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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정부, 검토 끝에 日·中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착수
엔저 흐름 이어지며 저가 제품으로 '밀어내기' 공세
美 트럼프 행정부 특별 관세까지 韓 철강업계 타격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에 들어간다.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들이 내수 시장 침체로 쌓인 재고 물량을 15% 싼값에 한국 시장으로 밀어내면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핵심 철강재인 열연강판에 덤핑 판정이 내려지면 일·중의 저가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폭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덤핑 조사 착수 자체가 상대국에는 규제로 받아들여져 무역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부, 현대제철 제소에 반덤핑 조사 나서기로 결정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제기한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 공고는 이달 전자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반덤핑 조사는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는 외국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규제 조치로, 무역위 조사에서 덤핑이 확인되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 온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관세가 부과돼 국내산과의 가격 차가 줄어들게 된다. 통상 조사 개시 후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1년 이상 소요되지만, 큰 피해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본조사 전에 예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즉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가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을 본격화한 것은 2년 전부터다. 이들 기업은 자국 내 건설·제조업 수요 감소로 재고가 쌓이자 한국 시장에 저가로 열연강판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업체가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엔저(低)'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저가 공세에 가세하자,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정부에 일본·중국 업체의 열연강판 수출에 관한 반덤핑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일본, 중국 등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국내 철강 생태계 붕괴를 우려해 두 나라 철강업체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19일 기준 일본산과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은 톤(t)당 71만4,000원 수준으로 국산(81만5,000원)보다 12.4%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여기에 물류비 등을 더하면 실제 가격은 5~10%가량 차이가 난다. 한동안 국내산과 일본·중국산과의 가격 격차가 20%에 달했지만, 일본·중국 업체들이 한국 정부의 반덤핑 조사 개시를 앞두고 판매 가격을 소폭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한 열연강판 약 611만 톤 가운데 외국산의 비중은 60.9%(약 372만 톤)로 금액 기준으로는 3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본산과 중국산의 비중은 각각 52.2%, 44.1%로 집계됐다.

기초 소재 열연강판 무너지면 韓 철강 근간 흔들려

하지만 정부의 반덤핑 조사를 두고 국내 철강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일본의 저가 공세에 대해 무역위에 제소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포스코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주요 거래처인 일본 시장과의 관계를 고려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라는 거대 고객사를 확보해 내수 시장에 집중할 수 있지만, 포스코는 수출 물량의 20%를 일본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일본산에 대한 반덤핑 규제에 직접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열연강판은 쇳물로 만든 평평한 판재인 반제품(슬라브)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3㎜ 두께로 가공한 강판을 말한다. 냉연강판을 비롯해 도금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 대다수 판재류의 기초 철강재로 쓰인다. 국내 시장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사가 열연강판을 생산하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후공정 업체가 고로사로부터 열연강판을 제공받아 제품으로 가공해 팔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연간 생산하는 열연강판 물량을 약 3,000톤으로 추정하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자체 사용하고 나머지 물량은 후공정 업체에 공급한다.

이 같은 구조 탓에 후공정 업체의 반발도 반덤핑 조사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에 관세가 부과되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후공정 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제철의 제소가 기초 소재에 대한 관세 부과를 지양하는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2011년 컬러강판, 2021년 도금강판에 관세를 우선 부과한 뒤 지난해 6월에서야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시작했다. 기초 소재부터 관세를 부과하면 가공된 수출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반면 한국 철강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일본·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열연강판 같은 기초 판재류는 특수강에 쓰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 가격이 판매를 좌우한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철강 제품이 해외 무대에서 한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품목인 만큼, 해외 의존도가 확대되면 결국 국내 철강 산업의 자립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해 한국 철강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당 사안을 제소한 현대제철 측도 "해외 저가 철강재의 유입으로 국내 산업이 무너지기 직전"이라며 "경제 블록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무너진 국내 철강시장의 정상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정부 '25% 관세' 부과에는 현지 진출로 대응

미국 정부가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부과한 관세 폭탄도 악재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12일부터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25% 특별 관세 부과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철강업계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에도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적용해 수입 철강에 25%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협상을 통해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 톤)의 70%인 263만 톤까지만 무관세를 적용받는 쿼터제에 합의했고, 해당 조치 이후 대미 철강 수출량은 100만 톤가량 줄었다.

트럼프 집권 2기와 함께 시작된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에 국내 철강업계는 현지 투자 확대를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10조원가량을 투자해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공장 부지로는 인근 조지아주에 소재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자동차용 철강을 공급할 수 있는 남부 루이지애나주가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 역시 미국 현지 생산 방안을 검토 중으로,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제철소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연간 6,000만 톤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조선·자동차 산업에 원자재를 대는 후방 산업인 철강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고 또 다른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일본·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지의 선박 건조 및 방산 시장을 키울 경우, 현지에서 생산된 한국 기업들의 철강 제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국내 일자리다. 기업들은 달라진 통상 환경에 따라 생산 시설을 옮기며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그 영향으로 한국 내 생산량이 줄 경우 공장 가동 중단, 인력 조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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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경제 변동성 확대로 더 중요해진 ‘중앙은행 독립성’

[딥파이낸셜] 경제 변동성 확대로 더 중요해진 ‘중앙은행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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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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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영향 구조화’로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 촉발
독립성 보장해야 장기 인플레이션 대비에 효과적
개발도상국은 “더욱 중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최근 정치 경제 담론의 중심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 독립성 보장이 급증하는 인플레이션 변동성에 맞설 최적의 방법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는 장기적 인플레이션 억제에 선진국보다 훨씬 큰 도움을 준다. 게다가 통화정책 실행 후 인플레이션 지속 기간을 줄여 정책 효과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사진=CEPR

‘중앙은행 독립성’ 토론 재점화

‘위대한 중도’(Great Moderation, 1980년대~2000년대 중반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적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안정기)로 불리는 기간 중앙은행 독립성은 건전한 통화정책 실행을 위한 초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며 진위에 대한 토론이 재점화됐다. 인플레이션이 이전보다 훨씬 큰 구조적 경제 변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정부 영향을 벗어나 운용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도 취임 전, 금리 인상을 비롯한 중앙은행 의사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미국 정부의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정책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에는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유럽 지도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일부는 정부의 중앙은행 통제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관계자는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위해서는 독립성이 필수 요소라고 주장한다.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도 확실하다. 중앙은행이 자율성을 가져야 장기적 경제 안정보다 단기 성과를 우선시하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 독립성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 결과는 엇갈리는데 특히 선진국에서 더하다.

중앙은행 ‘정책 자율성’, 장기적 경제 안정에 도움

그런데 1971~2023년 기간 155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최근 연구는 중앙은행 독립성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감소와 깊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고 결론짓는다.

전 세계 중앙은행 제도 개정 추이(1972~2023)
주: 기간(X축), 연간 개정 수(좌측 Y축),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청색),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갈색), 누적 개정 수(연두, 우측 Y축)/출처=CEPR

특히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들은 지속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화해 나가야 장기적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선진국들이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 이후 3.7%P 정도의 장기 인플레이션 감소 효과를 얻은 반면, 개도국들은 10.3%P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경제 안정성이 떨어지는 국가일수록 중앙은행 독립성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중앙은행 독립성과 인플레이션 간 관계
주: 국가 평균(상단), 선진국 평균(좌하단), 개도국 평균(우하단), 독립성 강화 후 기간(X축), 인플레이션 변화율(Y축)/출처=CEPR

‘인플레이션 지속성’ 줄여 통화정책 효과성 증진

또한 연구 결과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인플레이션 지속성, inflation persistence)는 사실도 알려준다. 경제 주체들이 저마다의 기대를 정책 방향에 맞게 수정하는 데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일정 기간 정책 방향과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는 것으로 중앙은행이 자율성을 갖고 장기간 통화정책을 집행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은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줄이고 완화 과정을 촉진해 전반적인 정책 효과성을 높인다.

그렇다면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에 직접적인 해답을 던진다. 정부 관리감독 강화를 외치는 일부 정치가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중앙은행 독립성을 유지 또는 강화하는 것이 경제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개도국들은 독립성이 주는 장기적 경제 효과가 독립성 제한으로 얻어지는 정치적 이득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더구나 중앙은행 독립성 축소는 당장의 인플레이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줄이는 일도 어렵게 한다. 위기 시 경제 안정 노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은 인플레이션 관리와 경제 안정에 필수적이다. 글로벌 규모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는 현재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희생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마찬가지다.

원문의 저자는 안젤로스 아타나소풀로스(Angelos Athanasopoulos) 아일랜드 은행(Bank Of Ireland)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t matters even more: Central bank independence, long-run inflation, and persist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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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佛 마크롱·英 스타머 백악관행, '유럽 패싱' 속 역할 찾을까

佛 마크롱·英 스타머 백악관행, '유럽 패싱' 속 역할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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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안보보좌관 "다음 주 워싱턴서 트럼프와 회담"
우크라 종전협상 러에 기울자 발등에 불
"유럽, 그간 시간 낭비, 만회 어려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좌)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사진=마크롱 대통령 인스타그램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전개되면서 프랑스와 영국 정상이 급히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나섰다. 미국이 향후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표적인 대서양 동맹국 정상들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英·佛 대통령, 서둘러 트럼프와 회담 추진

19일(이하 현지시간)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다음 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의제는 우크라이나 종전이며,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양자 고위급 협상을 진행한 직후 급하게 성사된 것으로, 협상 테이블에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까지 배제시키자 유럽 정상들이 급히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유럽 정상들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당시 회동에는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 이후 스타머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의는 유럽의 방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며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은 없지만 유럽 국가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대서양 관계, 나토 동맹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상당한 방위비 증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모든 참석자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우크라 종전협상 참여 요구, 유럽 방위비 증액 부각 전망

유럽의 통일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를 위한 협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협상 테이블에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의 문제는 유럽 전체의 안보와 직결된 만큼 유럽 역시 미·러 협상에서 목소리 내길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변심'한 미국에 대서양 동맹의 취약성을 체감하게 된 유럽 정상들은 미국 없는 안보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강론에도 그 어느 때보다 공감했다. 이를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다만 평화유지군 구성 문제에 대해선 균열을 노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억지력을 유지하는 병력 구성을 제안했지만 독일,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는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회의 후 평화유지군 관련 질의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완전히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이어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주제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토론"이라며 큰 반감을 표했다. 투스크 총리도 "폴란드 군대를 파견하는 건 상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20일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한 두 차례 파리회의를 통해 유럽의 통일된 입장이 나오긴 했으나 이 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선언에 그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피가로는 유럽이 이미 많은 시간을 낭비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달리기 경쟁'에서 뒤처졌다고도 지적하며 "푸틴의 언어와 방식을 택한 트럼프 앞에서 이를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우크라·유럽 패싱에 러시아 환호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양자 회담에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자 외교를 복원하고 에너지 등의 부문에서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추진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대가로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책임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유럽의 불안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리한 협상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미 푸틴 대통령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눈엣가시였던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이번 회담에서 배제되자 더 흡족해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90분간 전화 통화를 했을 때도 러시아가 아닌 미국이 대화를 시작했다고 강조하며 극찬했다. 러시아 국영TV 진행자 드미트리 키셀요프는 "관계를 끊은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며 "트럼프가 전화를 건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시 회담을 미·러 관계 복원의 첫 단추이자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위한 단계로 보고 있다. 회담 대표단으로 참석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도 해당 회담이 미·러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는 "크렘린궁의 전략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푸틴이 이번 회담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종전 회담의 주체는 미국과 러시아며 다른 나라들은 '조연'일 뿐, 어떤 합의도 러시아의 조건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보이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소속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건 선임연구원도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 언론이 서방 언론을 이렇게 광범위하게 인용한 적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조로 유명한 일간지 코메르산트조차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를 다루면서 '푸틴의 승리'라는 제목을 달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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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주택 시장 과열에도 외곽은 한파 지속, ‘집값·자산·치안 양극화 굴레’

강남권 주택 시장 과열에도 외곽은 한파 지속, ‘집값·자산·치안 양극화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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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등 강남권 신고가 행진
소득 및 자산 불균형 ‘역대급’
치안 불균형에 사회적 비용 증가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 동북권의 구축아파트 가격이 2010년대 중후반으로 회귀한 반면, 강남 등 주거 선호 지역의 15년 이하 준신축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와 건축비 급등에 따른 매물 품귀 현상이 맞물리는 가운데 집값 양극화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중·저가 아파트 수요 관망세-고급 아파트 거래 활발

21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강동구가 포함된 서울 동남권의 10년 이상∼15년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2% 상승한 113.7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잠실 등 대단지 준신축 아파트 밀집 지역이 많은 송파구의 상승세(0.14%↑)가 가장 가팔랐다. 2008년 입주해 준신축으로 분류되는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5일 28억1,000만원에 거래되면서 2주 전 기록한 직전 신고가(27억3,000만원)를 뛰어넘었다.

반면 노원·도봉·강북구 등 동북권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1.72로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2022년 전 고점에서 2023년 폭락기를 거친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이들 지역 구축 아파트 시세는 7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노원구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상계주공 5단지(31㎡)의 경우 지난 1월 4억8,4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2021년 기록한 전 고점(8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소득 격차 갈수록 확대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격 양극화 원인으로 주택 시장의 불안정 흐름 속에서 상급지 갈아타기 등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들의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중·저가 아파트 수요자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반대로 자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들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고가·저가 아파트의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집값 양극화 현상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소득 및 자산 불균형이 꼽힌다. 소수의 시장 참여자가 부(富)를 독식하면서 여타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가구 소득 상위 10%(10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2억1,051만원으로 집계됐다. 재산소득이 전년보다 459만원(24.7%) 급증하면서 소득 증가를 주도했고, 근로소득(572만원·4.1%)과 사업소득(262만원·7.5%) 또한 증가했다.

소득 하위 10%(1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1,019만원으로 전년보다 65만원(6.8%) 늘었지만, 소득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소득 상하위 10% 간 소득 격차는 2억32만원으로 2017년 이래 처음 2억원을 넘겨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소득 격차는 곧 자산 양극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소득 상위 10%의 자산은 16억2,895만원으로 소득 하위 10%(1억2,803만원)보다 15억원 이상 많았다.

한국조세정책연구원(조세연)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지난해 조세연이 발간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에서 정치철학까지’ 보고서에서는 소득 상위 1%가 부의 25.4%를, 상위 10%는 58.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하위 50%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5.6%에 불과했다.

계층이동 차단에 이상 동기 범죄 증가 우려

집값 및 소득 불균형은 또다시 치안 양극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위 ‘부촌’이라 불리는 지역에는 고급 주택들이 몰리면서 골목과 주택 안팎을 감시하는 폐쇄회로TV(CCTV)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외곽으로 갈수록 그 분포도 또한 희미해지는 것이다. 이는 외곽으로 이동할수록 거주자들의 신체와 재산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 국무조정실의 의뢰로 실시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 연구에서 1990년부터 2022년까지 계층 갈등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은 192조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계층이동이 쉽지 않을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이 다수에 대한 폭력으로 분출되는 이상 동기 범죄 유형도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소득 이동성이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통계청이 집계한 소득이동 통계 개발 결과 한국의 소득 이동성은 △2018년 35.8% △2019년 35.5% △2020년 35.8% △2021년 35.0% △2022년 34.9%로 꾸준히 우하향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소수의 사람만 계층 이동이 가능하고 재력을 이용해 계층을 대물림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사회적 분노를 가진 이들이 생긴다”고 꼬집으며 “이런 감정이 범죄로 이어지고, 범죄자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게 판단하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소득이 낮더라도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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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겨울 끝났나" 美로 떠났던 개인 투자자, 국내 증시로 눈 돌려

"국장 겨울 끝났나" 美로 떠났던 개인 투자자, 국내 증시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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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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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개인 투자자 국내 증시 거래액, 이미 전월 상회
"미국, 전망 좋은 줄 알았는데" 韓-美 증시 상승률 격차 두드러져
상장사 호실적, 밸류업 흐름 등이 상승세 견인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투자 규모가 확대됐다. 얼어붙었던 국내 증시에 '봄바람'이 불어 드는 가운데, 미국 증시 투자에 힘을 싣던 개인 투자자들이 하나둘 국내 증시에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정부 주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움직임, 상장사들의 호실적 등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 국내 증시 투자 확대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2월(~20일) 국내 증시 거래 금액은 200조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188조원) 전체 거래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7,000억원으로 코스피가 2,800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15조원대까지 미끄러졌던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코스피·코스닥 시장 합산)은 17조5,097억원에 달했다. 이는 연초(1월 2일) 15조6,823억원 대비 11.6% 증가한 수치이자, 삼성전자 '빚투'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해 11월과 유사한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자금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빚을 내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국장 강세에 韓-美 증시 '저울질'

시장에서는 지난달 부진한 국내 증시에 실망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국내 증시로 대거 복귀, 거래액 상승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인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규모는 40억7,900만 달러(약 5조8,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45억3,200만 달러) 이후 4년 만의 최대치이자, 예탁결제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1월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품고 국장에서 대거 이탈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주식 시장의 상승률은 한국보다 뒤처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올해 한국 코스닥은 14% 넘게 뛰며 전 세계 주요국 중 최상위권에 올랐고, 코스피 역시 11.5% 오르며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3대 주요 지수는 3~4%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 증시로 빠져나갔던 국내 투자자들이 충분히 복귀를 고민할 만한 상황"이라며 "국장으로 되돌아온 투자자들도 많고, 아직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 사이에서 '저울질' 중인 투자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향후 관건은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다. 현시점 대다수 전문가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공매도 재개, 내수 부진 등 한국 증시 상승을 짓누르는 변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도 제기되는 추세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펴낸 ‘3월, 국장의 매력’이란 보고서에서 코스피 전망치를 종전 2800에서 3000으로 높여 잡았다. 김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연착륙할 때 전 세계 주식 시장을 아웃퍼폼(평균보다 성과가 좋은 것)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코스피는 현재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0.1배로 밸류에이션(가치) 부담이 높지 않고 유동성도 보강되고 있기 때문에 3월부터 강세장을 예상한다”고 짚었다.

윤지호 경제평론가도 “현재 한국 증시는 기업 실적 대비 저평가된 상태로, 환율이 하락하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코스피 2847)까지 상승할 여지가 있다”면서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상승세의 원인은?

국내 증시가 활기를 되찾아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등 상장사들의 밸류업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4조3,156억원으로 2023년(8조2,863억원) 대비 72.8% 증가했으며, 자사주 소각 규모도 156.0% 급증해 12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자사주를 매수한 상장사는 464사로 2023년(376사) 대비 23.4% 늘었고, 자사주를 소각한 상장사는 96사에서 137사로 42.7% 급증했다.

다만 국장 강세의 원인을 밸류업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국 투자자들의 심리는 철저히 실적과 주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두드러진 증권주 투자 열기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다. 20일 메리츠증권의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는 장중 12만4,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종가는 12만3,000원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11만4,100원) 대비 7.8% 상승했다. 19일 메리츠금융지주가 역대 최고 실적 및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3조1,8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보다 9.8% 증가한 2조3,334억원이었다.

다른 증권주들도 최근 일주일 새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20일 미래에셋증권은 5.9% 상승한 8,86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한국금융지주(4.2%) △NH투자증권(4.4%) △삼성증권(4.1%) △키움증권(3.7%) 등의 주가도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9,011억원)도 전년 대비 24.2% 성장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주가 상승세와 관련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주들의 상승세는 호실적이 곧 밸류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사례"라며 "현재 국내 증시는 실적이 개선되며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몰리고, 주가가 내리면 투자자들이 떠난다는 매우 기본적인 시장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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