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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할 수 없는 비주얼”, 스타벅스 ‘뜻깊은 시도’에 불만 폭주

“자랑할 수 없는 비주얼”, 스타벅스 ‘뜻깊은 시도’에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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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개 주 매장에 새 일회용 컵 도입
특수 성형 섬유로 제작, 퇴비화 가능
‘혹평’ 시범 도입에서 달라지지 않아
스타벅스 '컴포스터블 컵'/사진=스타벅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미국 내 14개 주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원료로 만든 새 컵을 도입한 가운데, 일부 고객 사이에서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컵 소재에서 독특한 맛이 나 음료의 풍미를 망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할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포착돼 눈길을 끈다.

“커스텀 음료 자랑 불가능해”

19일(이하 현지시각) 폭스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달 1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워싱턴, 하와이 등 14개 주 매장에서 ‘컴포스터블(compostable) 컵’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컵은 플라스틱 컵을 대체하는 친환경 컵으로, 특수 성형 섬유로 제작돼 퇴비화가 가능하다. 외형은 흰색 종이컵과 유사하며, 질감 또한 종이컵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스타벅스는 따뜻한 음료는 종이컵에, 차가운 음료는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번 14개 주 매장 도입을 비롯해 컴포스터블 컵이 도입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컴포스터블 컵은) 회사의 지속 가능성 목표를 향한 또 다른 걸음”이라고 정의하며 “폐기물을 줄이고 지역 시장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으로, 퇴비화 가능한 컵과 뚜껑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일례로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컴포스터블 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글이 다수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불만은 컴포스터블 컵과 뚜껑의 결함에 대한 내용으로, 컵과 뚜껑이 허술하게 디자인돼 내용물이 흘러나온다는 지적이다. 또 새 컵이 음료의 맛을 해친다는 지적 또한 다수 눈에 띈다. 한 레딧 이용자는 “휘핑크림을 빨아들이기 힘들고, 뚜껑에서 이상한 맛과 질감이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역사상 최악의 컵과 뚜껑”이라는 동조의 댓글이 달렸다.

컵이 불투명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부적합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음료가 안 보이면 과시할 수 없어 사람들이 ‘틱톡 음료’를 주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레시피로 음료를 제조할 수 있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스타벅스 특성상, 기존 메뉴 외에도 색다른 메뉴를 주문 마실 수 있다. 이에 틱톡 이용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레시피로 주문한 음료를 적극적으로 공유했고, 틱톡 음료 또한 스타벅스를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도 스타벅스 측은 “(컴포스터블 컵에 대한) 대안으로 고객은 텀블러 등 개인용 재사용 컵을 가져오거나 매장에서 세라믹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이 장기적인 환경 보호 목표를 위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파트너(직원)와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혁신과 테스트, 피드백을 지속해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수 코팅 물질 유해 논란도

이에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고객의 불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컴포스터블 컵이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의 한 매장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혹평을 받았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 한 틱톡커는 약 44초 분량의 영상에서 불투명한 흰색의 돔형 뚜껑이 달린 새로운 유형의 스타벅스 컵을 선보였다.

해당 틱톡커는 새로운 컵과 뚜껑을 UFO와 우주선에 비유하며 “(컵이 불투명해서) 앞으로는 (픽업대에서) 어떤 음료가 자신의 것인지 추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영상은 이틀 만에 2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네티즌들은 “종이 빨대 쓰는 것도 지치는 데 종이컵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아이스 음료는 투명하게 보여야 하는데, 저 컵은 답답하다”, “맛이 변질될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종이 빨대나 종이컵의 방수 코팅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연구진은 식료품점과 약국 등에서 사용 중인 39개 브랜드의 빨대를 대상으로 과불화화합물(PFAS) 함유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69%에 해당하는 27개 브랜드에서 PFA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영원한 화학물질’ 또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는 장기간 노출되면 저체중이나 면역체계 약화, 나아가 신장암 및 간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스타벅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 도전

스타벅스는 이에 앞선 지난해 4월에도 플라스틱을 최대 20% 줄인 일회용 컵을 새롭게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프라푸치노, 리프레셔, 콜드브루와 같은 차가운 음료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들 음료를 담는 일회용 컵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처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미국 내 매장에서 차가운 음료 매출 비중은 2013년 37%에서 75%까지 확대됐다.

당시 스타벅스는 “컵의 튼튼함을 유지하면서 플라스틱을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천 번의 반복 테스트를 했다”며 “개발에만 약 4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새롭게 개발한 일회용 컵 사용으로 연간 6,120t(톤)이 넘는 플라스틱 매립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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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폭풍의 새로운 축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일본 이어 한국도 참여 저울질

무역 폭풍의 새로운 축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일본 이어 한국도 참여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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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으로 프로젝트 지원
투자비용 450억 달러 규모 ‘초대형’사업
관세 압박 명분 된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대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오랫동안 지연돼 온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일본으로의 LNG 수송 시간 단축, 지정학적 위험 감소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라는 날개를 달고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예외 없는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든 트럼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 LNG 수입 안정성 확보

20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워싱턴 DC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440억 달러(약 63조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산 LNG를 수입하기로 한 데 대해 "기록적인 숫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LNG를 원유와 함께 핵심 수출품으로 키우겠다고 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다. 해당 사업은 2012년 엑손모빌 등 대형 정유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식 발표됐으나 높은 비용과 시장 가격 변동, 환경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했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 위에 다시 올려놓은 것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연간 2,000만 톤의 LNG를 생산해 일본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일본 연간 LNG 수요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본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래스카에서 일본까지의 LNG 수송 기간은 7~9일로 미국 남부, 호주, 중동보다 훨씬 짧다. 이는 수송 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LNG 공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산 LNG는 중동이나 러시아산 LNG에 비해 지정학적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LNG 수입 제한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알래스카 LNG는 일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韓 통상 압력 완화 지렛대 역할 기대

우리 정부도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통상압력 완화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을 현실적 대안으로 꼽고 있다. 정부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기한을 정해 둔 4월 1일까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방안을 찾는 중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고, 4월 이후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LNG 발전 비중은 29.8%를 기록하면서 원자력 발전(32.5%)에 이어 두 번째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석탄 발전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 속 미국산 LNG 구매 확대는 트럼프 정책 노선과 부합하고, 대미 무역 수지 균형도 맞출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수출품으로 내세운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한다면 관세를 무기로 한 통상 압박을 완화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에 민간과 공공이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두고 신중히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철강·건설 등 우리 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확대되고, 우리 기술력과 자본이 적극 활용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쇄빙선·철강 등 韓 기업에도 기회

전문가들도 한국이 LNG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여러 요인을 종합해 봤을 때 프로젝트 투자가 손해만은 아니라는 평이다. 실제로 한국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미국 비중은 2021년 18.5%로 정점을 찍고 2022년 12.4%로 하락한 데 이어 2023년 11.6%까지 떨어졌다. 미국산 비중을 늘릴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러시아발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 전역에 추위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며 LNG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네덜란드 TTF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10일 오전 직전 거래일보다 5.4 상승한 MWh(메가와트시)당 58.76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28유로)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액화 터미널, 송유관 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고, 북극해라는 사업지 특성상 한국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쇄빙 LNG선 투입 가능성도 높은 만큼, 사업이 가시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극해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 능력에서부터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송유관 건설까지 한국이 더 직접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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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AI로 개도국 장악, 중국 ‘첨단 기술 굴기’ 어디까지 왔나

딥시크 AI로 개도국 장악, 중국 ‘첨단 기술 굴기’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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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러시아 “딥시크 적극 수용”
IT·가전 전시회 주인공 된 中 AI
한국 '제자리걸음'할 때 중국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를 둘러싼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딥시크 생성형 AI 수용 여부에 따라 각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와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를 지칭하는 개념)를 AI 영향력 확대 거점으로 삼고 기술 굴기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나아가 첨단 기술 전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추격자’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낮은 개발 비용' 강조하며 딥시크 활용 독려

19일(이하 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딥시크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자국 서버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딥시크 AI 모델을 토대로 자체 AI 모델 개발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CNBC는 “그간 인도는 AI 개발에 고가의 반도체가 필요했던 탓에 투자를 망설여 왔지만, 낮은 개발비로 탄생한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자국도 자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보다 앞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딥시크 코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AI 모델을 공개했으며,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딥시크 사용 독려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도 딥시크의 AI 기술이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개발을 위한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딥시크 기술 및 서비스에 더욱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 등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개도국의 딥시크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또한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AI 통제 정책이 강해질수록 개도국들은 더욱더 딥시크에 다가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고사양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AI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한 미국보다 고성능 오픈소스 AI를 선보인 중국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 역시 딥시크를 앞세워 글로벌사우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리우 빈싱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국제 비즈니스 부사장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매우 낮은 비용으로 개발된 딥시크의 등장은 말레이시아 기업들에도 매우 좋은 일”이라며 딥시크 활용을 독려했다.

GPU 거인 엔비디아에 도전장

중국의 기술 고도화는 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며 글로벌 산업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는 이 같은 중국의 노력이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자리다. 지난해 CES 혁신상을 받은 타임케틀은 고성능 AI 번역기 ‘X1’을 들고 나왔고, 베이징 키아이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챗GPT를 탑재한 반려로봇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AI를 적용한 4족 로봇(유니트리), 지능형 수영장 청소 로봇(싱마이), 잔디깎이 로봇(선전한양기술·맘모션) 등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분전이 눈에 띄었다.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를 모두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빠른 발전 속도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GPU 시장 개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신제품 ‘어센드910C’를 앞세워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부다. 어센드910C는 딥시크 AI 모델 R1의 추론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힘을 보탰다.

화웨이의 GPU 시장 도전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분주한 시기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기업들이 엔비디아와의 동행을 위해 골머리를 앓는 동안 중국은 엔비디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과거 ‘추격자’에 불과했던 중국이 이제는 ‘초격차’로 전 세계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中 ‘가성비’ 앞에 韓 기업들 ‘막막’

기업들 또한 이 같은 변화를 몸소 체감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국내 200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이미 국내 업체와 비슷하거나(33.3%) 우려스러운 수준(49.7%)이라고 답했다. 격차가 매우 크거나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또 수출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40개)의 32.5%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 수출에 따른 경쟁 심화(27%)를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19.5%), 미국·중국 갈등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17.9%), 주력 수출 품목 관련 산업의 일시적 불황(12.4%) 등을 꼽았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갈수록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암울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산기평)이 진행한 산업기술 수준 연구에서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 미국과 기술 격차를 0년이라고 할 때 한국의 기술 수준은 88%, 기술 격차는 0.9년으로 조사됐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유럽연합(EU) 0.39년, 일본 0.43년임을 고려하면 매우 아쉬운 성적이다. 중국은 1.2년으로 한국을 바짝 뒤쫓았다.

미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2017년만 해도 1.5년이었다가 2021년 0.8년까지 좁혀졌는데, 지난해 다시 0.9년으로 0.1년 늘어났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도 2021년 0.4년 뒤처진 데서 지난해 0.5년으로 격차를 넓혔다. 반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0.3년 앞선 상태를 간신히 유지 중이다. 전윤종 산기평 원장은 “기술 수준이 높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글로벌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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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종전 협상 종료, 패싱 논란 속 우크라 정권 교체 가능성 시사

미·러 종전 협상 종료, 패싱 논란 속 우크라 정권 교체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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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 3주년 앞두고 종전 협상 급물살
사우디 리야드서 미·러 고위급 회담 개최
당사국 우크라이나·유럽 배제한 채 진행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종료됐다. 협상 과정에서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배제된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며 향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첫 종전 협상, 미·러 관계 정상화와 대화 재개에 초점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과 러시아가 리야드에서 진행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4시간 30여 분 만에 종료됐다. 회담 직후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은 "러시아와 미국 간 고위급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양측의 입장이 가까워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루고 싶었던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며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요한 목표는 미·러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있다"며 "러시아의 협상 대상국은 오직 미국임을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 측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우샤코프 보좌관이 참석했다. 사우디에서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무장관이 배석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미·러 양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회담 조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당장 다음 주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작지만, 논의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협상단 설치를 포함한 4가지 원칙에 합의했다"며 "워싱턴과 모스크바에 있는 대사관에 직원을 복귀시켜 기능을 정상화하고, 양자 관계의 회복을 비롯해 보다 광범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은 러시아 제재 해제 논의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그간 러시아에 취해진 제재를 풀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지정학적·경제적 협력과 관련해서는 에너지와 우주 탐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는 이번 협상에 대해 "러시아가 별다른 양보 없이 국제사회 복귀에 가까워졌다"며 "옛 소련 시절부터 서방권을 상대해 온 러시아의 베테랑 외교관들이 미국을 압도하며 마치 러시아가 세계 최정상 외교 테이블에 올라 미국으로부터 조건을 제시받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의는 러시아가 전쟁 종식에 대해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 종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세부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패싱 논란 속 유럽·우크라이나 강하게 반발

이번 협상에 초대받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자국이 빠진 종전 협상을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앞서 지난 12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종전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배제 △2014년 이전 국경 모든 영토 회복 △평화유지군 미군 파견 불가의 조건을 천명해 우크라이나로서는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 NBC방송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뺀 어떤 결정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에서는 트럼프의 '패싱'에 서둘러 지난 17일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비공개 회의에는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이 참석했다. 유럽 측의 반발이 커지자 루비오 장관은 "유럽연합(EU)이 향후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19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중동 특사 역시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을 강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모든 것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러 "우크라 속국으로 만들겠다" 야심

한편 리야드 회담 종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종전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고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이 협상에서 배제됐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데 대해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 계획이 휴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러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으로 대선 실시를 요구함으로써 반(反)러시아 성향의 젤렌스키 대통령 퇴진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 수립, 군사 규모 축소 등을 주장하며 사실상의 속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해 5월까지였다. 당초 임기 종료에 맞춰 같은 해 4월에 대선이 예정돼 있었지만, 전쟁과 계엄령으로 인해 연기됐다. 이에 당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한 일부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대선을 치러야 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키예프 국제사회연구소(KII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중 85%가 대선 연기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당시 CNN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우크라이나의 대선 연기를 민주주의의 후퇴로 볼 수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유럽 정치권에서는 전쟁 발발 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40%포인트가량 하락한 점을 고려할 때 종전 이후 선거가 실시되면 그의 정치적 미래가 불확실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뢰도는 전황의 악화와 함께 하락했다. KIIS에 따르면 2022년 전쟁이 시작할 때 90%까지 치솟았던 신뢰도는 미국과 EU의 군사 지원이 좌초되고 러시아의 공습이 격화하던 지난해 2월(64%)과 5월(59%)에 눈에 띄게 하락했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로 진격하던 지난해 12월에는 52%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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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상승·고환율 변수에 셈법 복잡해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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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월 CPI 상승률 3.0%, 시장 예상치 웃돌아
주요 IB들 연준 인하 시점 늦춰, '연내 동결' 전망도
2월 금통위 주목, 시장선 금리 인하에 무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출처=미 노동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짧으면 6월까지, 길면 올해 내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내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저울질하던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 깊어지게 됐다.

美 CPI 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금리 인하 불투명

19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올라 작년 6월(3.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달(2.9%)은 물론 시장 예측치(2.9%)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3.1%)와 전월 상승 폭(3.2%)을 모두 상회한 영향이 컸다.

CPI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생산자물가 지수(PPI)도 상승세다. 지난달 미국의 최종 수요 P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 역시 0.3% 상승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PPI 상승률이 0.4% 이상을 기록한 것은 작년 11월 이후 2개월 만이다. 그전에는 작년 4월(0.5%)이 마지막이었다.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사그라들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확률을 97.5%로 보고 있다. 동결 확률은 일주일 전(92%)보다 5.5%포인트, 한 달 전(72.4%)보다 25.1%포인트 확대됐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도 줄줄이 늦추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 10곳 중 5곳(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UBS)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6월에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곳(씨티은행)은 5월, 1곳(UBS)은 9월을 예상한다. 나머지 3곳(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노무라)은 연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2월 인하 전망 지배적, 연말 금리 2.25% 예상

국내에서도 미국의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당시 금통위원 전원은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며, 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달 25일로 예정된 금통위의 결정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 차(1.5%포인트·상단기준)가 더 벌어져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금통위의 추가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0~1회로 형성되고 있어 한은도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이라며 “이번 달에는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매파적(긴축 선호)인 신호를 주거나 중립기조로 돌아설 수 있어 다음번 인하 시점이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의 금리 결정과 무관하게 한은이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제 전망의 큰 폭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달 인하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특히 2월에는 대폭 하향 조정이 예상된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도 제시되는 만큼 더는 금리 인하를 미루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최근 한은의 매파 스탠스에 대한 일각의 경계심에도 올해 말 금리 수준은 2.25%까지는 낮춰질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인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 변수, 달러 가치 하락에도 환율은 덜 내려

다만 불안정한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전 10시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3원80전 내린 1,439원70전에 거래 중이다.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건 미국 경기에 대한 판단 변화에 따른 것이다. 지난 14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9% 줄어든 것으로 나오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4월 1일까지 유예하기로 하면서 관세 전쟁 변수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기로 한 점도 달러 약세에 기여했다.

문제는 달러 가치가 하락한 만큼 원·달러 환율은 충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화지수는 지난 14일 106.785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해 12월 2일(106.383)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다소 안정됐다. 작년 12월 30일 1,472원50전까지 올랐던 환율은 1,430원대로 40원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비상계엄 직전인 12월 2일 1,401원70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40원 정도 높다. 달러화지수 상승(0.38%)을 고려하더라도 1,406원 부근에 있어야 하지만 35원 이상 높은 셈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당 1,470원 환율을 기준으로 “약 50원이 달러 가치 변동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30원가량이 정치 불안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화지수 추세와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을 고려하면 정치 불안의 환율 영향에 관한 이 같은 한은의 판단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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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트럼프’ 밀레이 대통령, 밈코인 사기 의혹으로 탄핵 위기

‘남미의 트럼프’ 밀레이 대통령, 밈코인 사기 의혹으로 탄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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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대통령, 가상화폐 홍보 논란
추천 후 몇 시간 만에 코인 94% 폭락
"전형적인 '러그 풀' 수법" 사기 혐의 피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밀레이 대통령 인스타그램

‘가상통화 예찬론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밈코인(유행·유머 등에 기반해 만들어진 가상통화) 사기 스캔들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사기 의혹을 부인했지만, 문제가 된 가상통화를 만든 창립자가 밀레이 대통령과 그의 동생에게 밈코인 관련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탄핵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리브라 폭락 사태 일파만파

19일(이하 현지시각)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밀레이 대통령이 리브라(LIBRA) 홍보에 관여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마리아 세르비니 판사를 담당 재판관으로 지정했다. 앞서 현지 변호사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리브라를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논란이 된 가상화폐 리브라는 KIP 프로토콜과 헤이든 데이비스가 개발한 코인으로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X를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경제 성장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밀레이 대통령이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자 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금융 정보 사이트 덱스크리너에 따르면 당시 코인의 시가총액은 40억 달러(약 5조8,000억원) 이상을 기록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담당자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후 갑자기 모든 자금을 빼돌리고 사라지는 전형적인 러그 풀(RUG PULL, 가상화폐 개발자가 구매자를 끌어들인 뒤 투자금을 빼돌리는 사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17일 낸 성명에서 "대통령은 가상화폐 개발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개입하지 않았으며 대중의 반응을 고려해 추가적인 논란을 막기 위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밀레이 대통령이 평소와 같이 기업가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것뿐이며 특정 가상화폐를 홍보할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밀레이 대통령도 "나는 숨길 것이 없으며 필요한 경우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 공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탄핵 추진하겠다"

그러나 여론은 38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밀레이 대통령의 게시물이 없었더라면, 매수자들이 대거 유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코인 사기에 직접 가담한 게 아니냐고 거세게 비난했다. 변호사 요나탄 발디비에소도 "이번 사건은 사기 범죄가 연루된 조직적 범죄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의 홍보 활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밀레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야당 연합 소속 레안드로 산토르 의원은 "대통령이 러그 풀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며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 우파 시민 연합의 막시밀리아노 페라로 의원은 “아르헨티나 의회가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특별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탄핵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하원 총 257석 중 '반(反)밀레이' 성향인 주요 야당 의석수는 108석으로, 탄핵 정족수(171석)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의회 중도파가 대통령 탄핵에는 일단 선을 그은 상태기 때문이다.

의회서 잇단 패배로 정치적 디폴트

그럼에도 밀레이 대통령으로선 취임 후 최대 위기다. 이번 파문 여파로 아르헨티나 주식 시장은 5% 이상 폭락했고, 페소화는 달러 대비 2%나 하락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이슈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장기적으로 '경제학자 밀레이'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훼손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정부의 정치적 역량을 더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정치적 디폴트(파국)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국회 내 요직을 야당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관의 특별활동비 대규모 증액을 담은 대통령령 처리가 무산되면서다. 아르헨티나 매체 폴리티카온라인은 지난해 8월 '의회 패배로 인한 (밀레이) 정부의 정치적 디폴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0일 국회 상·하원 공동 정보위원회 위원장에 야당 총재인 마르틴 루스토 급진연합당(UCR) 총재가 선출됐고, 21일에는 하원에서 아르헨티나의 국가정보원 격인 'SIDE'의 특별활동비 1,000억 페소(약 2조4,000억원)를 추가 증액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통령령에 대한 동의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앞서 밀레이 정부는 국가안보 강화를 이유로 기존 정보기관이었던 AFI(연방정보국)를 SIDE로 재편하면서 특별활동비 1,000억 페소를 추가 배정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마련했다. 그러나 특별활동비는 정보 공개 대상이 아닌 '깜깜이 돈'으로, 대통령령이 공포된 지 3주도 되지 않아 80%에 달하는 800억 페소가 이미 사용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일부에선 '언론과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스파이 활동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밀레이 정부는 국회 상·하원 공동 정보위원장에 여당 인사가 선출되고, 특활비 증액을 담은 대통령령을 야당에서 문제 삼더라도 국회에서 제2 야당 연합의 도움을 받으면 동의안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국회 상하원 공동 정보위원장에 여당에 대해 가장 강경한 야당 인사인 루스토 총재가 선출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직 대통령으로 밀레이를 지지하던 마우리시오 공화제안당(PRO) 총재를 따르는 의원들마저 동의안에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하원이 이를 무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 매체 암비토는 "밀레이 대통령이 재정 흑자에만 몰두하면서 자신의 행정부가 미래에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빈곤율과 실업률은 증가하고, 소비는 급감하며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치적 불협화음은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허약한 아르헨티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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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불확실성과 자동화가 이끈 ‘글로벌 공급망 축소’

[딥테크] 불확실성과 자동화가 이끈 ‘글로벌 공급망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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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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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축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시작
선진국-개도국 간 중간재 무역 감소와 병행
경제적 불확실성과 자동화 기술 발전이 선진국 ‘온쇼어링’ 촉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세계 경제의 높은 개방성으로 상징되던 세계화(globalization)의 속도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속도 둔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중간재 무역량의 감소와 함께 진행됐다. 또한 중간재 무역의 감소는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와 자동화 기술 발전에 따른 것으로 이 두 가지 요소가 글로벌 공급망을 변화시켰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사진=CEPR

금융 위기 이후 ‘브레이크’ 걸린 세계화

초세계화(hyper-globalisation) 시대로 불리는 1990~2008년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량 규모는 연간 1%P씩 증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화의 속도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는 2000~2007년 사이 연간 15%씩 성장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을 멈춘 것과 시기를 같이 한다.

GDP 대비 무역량과 세계 불확실성 지수 추이
주: 연도(X축), GDP 대비 무역량 비중(검정, 좌측 Y축), 세계 불확실성 지수(적색, 표준편차, 우측 Y축)/출처=CEPR

높아진 불확실성과 자동화 기술 발전이 선진국 ‘온쇼어링’ 촉발

중간재 무역의 감소는 높아진 세계적 불확실성과도 시점이 일치한다. 2011~2016년 유럽 부채 위기(The European debt crisis), 2016년 브렉시트(Brexit),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발발과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 무역 관련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선진국 기업들은 복잡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재검토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자동화 기술의 약진은 기업들이 오프쇼어링(offshoring, 생산 기지 해외 이전)을 통한 해외 노동력을 자국 내 로봇으로 대체하는 길을 열어준다. 금융 위기 후 중앙은행들이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처하기 위해 취한 정책 방향도 자동화 설비 투자에 유리한 금융 환경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회사들이 생산을 해외 공장에서 국내 설비로 옮겨오는 일(온쇼어링, onshoring)이 충분히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불확실성과 자동화가 세계화의 속도를 늦춘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효과의 양상은 복합적이다. 예를 들어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은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 중 어느 곳이 더 위험에 취약한지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자동화 도입 관련 의사 결정도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중 어느 효과가 더 큰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리스크 감수하느니 자체 설비 확충

2000~2014년 기간 18개 선진국과 17개 개도국, 19개 산업 관련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불확실성과 리쇼어링(reshoring, 온쇼어링과 동의어)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간단히 말하면 불확실성의 증가는 자동화 설비 가동률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 표준편차에 해당하는 불확실성이 개도국에서 일어나면 고도 자동화 산업의 자국 생산재 사용이 7%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리쇼어링을 선택한 회사들이 국내 공급업자를 활용하는 대신 생산 설비 내재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이는 불확실성 시기에 기업들이 공급망보다는 자체 관리를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공급업자와 관계를 설정하는 일 자체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체 설비를 구축하는 것을 우선적인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리쇼어링 열풍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높아진 리스크 회피 성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 낮은 금리가 합쳐 로봇 투자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 것이다.

불확실성과 자동화 지속될수록 글로벌 공급망 축소는 ‘필연적’

이러한 리쇼어링 현상은 특정 국가나 산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분석에서 무역 대국인 미국과 독일을 제외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고 심지어 자동차 산업을 빼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이론적 예측과 다르게, 높아진 불확실성이 공급망 다변화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새로운 공급자 관계를 설정하는 비용을 들이느니 자체 설비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확실성과 자동화 기술은 세계화 속도를 늦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확실성의 증대는 저임금 국가로의 오프쇼어링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국내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기 위한 리쇼어링을 촉진한 것이다.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관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도 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 등의 지정학적 사건들보다 앞서 있어 세계화 속도의 둔화가 현재의 무역 갈등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말해 준다. 그보다는 기술 발전과 리스크 증대라는 구조적 변화가 글로벌 무역 양상을 바꿨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또한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이상 글로벌 공급망 축소는 예견된 미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마리우스 파베르(Marius Faber) 스위스 국립은행(Swiss National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lobal value chains in a world of uncertainty and autom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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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美 빅테크 상륙에 흔들리는 공공 시장, 새 판 짜는 K-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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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변화로 허물어진 공공 클라우드 시장 장벽
MS 첫 CSAP 인증 이어 AWS·구글도 진출 본격화
네이버 'AI 독립', NHN '수익 다각화'로 생존 모색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들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 그간 클라우드 산업에서 비관세장벽으로 불린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CSAP)’ 덕에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한국 CSP(Cloud Service Provider)들이 주도해 왔지만, 해외 업체에 대한 보안인증 제한이 사라지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진출이 본격화했다. 외산 클라우드 기업과 토종 기업 간 경쟁 구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각 기업의 기술 혁신 수준과 맞춤형 솔루션 제공 역량 등이 시장 점유율 확보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외산 클라우드, 국내 민간 시장 점령 이어 공공 시장도 침투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에서 ‘하’ 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12월 MS가 하 등급 인증을 받은 데 이어 미국 클라우드 업체가 해당 인증을 받은 건 두 번째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동일한 보안 인증 심사를 받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NHN클라우드 같은 국내 CSP들이 미국 클라우드 업체들과 경쟁을 피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했지만 올해부터는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기존에는 국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을 받아야 했는데, 해외 업체들의 보안인증은 제한됐다. 사실상 CSAP가 국내 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해온 것이다. 최근 완화되긴 했지만 국제 표준인 AES 알고리즘 대신 아리아, 시드 등 국내 암호화 알고리즘 기반의 암호 모듈을 사용한다는 규정도 빅테크에 허들로 작용했다.

하지만 2023년 정부는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3가지(상, 중, 하)로 나누고, 하 등급에 한해 해외 업체들에 문을 열어줬다. 하 등급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한 ‘논리적 망분리’가 허용되기에 해외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해외 빅테크의 진출이 가능한 영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발 관세 정책은 국내 CSP 사업자들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보안인증제를 완전 철폐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22년부터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해 한국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을 겨냥한 무역장벽이라고 규정하며,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의 남관 서버실/사진=네이버클라우드

美 빅테크 공세 속 CSP 3사 기술 강화

이에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NHN클라우드는 최근 공공·금융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기업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를 추진 중이다. NHN클라우드 김동훈 대표는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AI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NHN클라우드는 국내 CSP 중 가장 많은 GPU 리소스를 확보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강조했다. 특히 NHN클라우드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구독형 서비스 'GPUaaS'로 제공해 기업들이 필요할 때만 AI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차별화된 시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 기술본부를 신설했고,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전문가들도 잇달아 영입했다. 지난달에는 기술력 강화를 위해 미국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MSP) 기업인 랙스페이스와 기술 협업을 시작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유연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통합 서비스형 인프라(laaS)를 개발할 예정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고유의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데이터센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의 AI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고객이 자사에 맞는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그간 금융, 제조,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손잡고 원전 운영에 특화된 AI 플랫폼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9월 팀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네이버클라우드는 아랍어에 기반한 LLM 개발은 물론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로봇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대기업들 ‘AI 데이터센터’ 경쟁 확대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먼저 LG CNS는 국내 톱 게임사, 국내외 물류사 등 다양한 기업의 IT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며 MSP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AM(애플리케이션 현대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지난해 8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5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AM 워크숍 ‘이노베이션 x 액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LG그룹 차원에서 AI 데이터센터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LG CNS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LG 계열사 3곳은 최근 각사 역량을 합친 데이터센터 솔루션 ‘원(One) LG’를 개발했다. LG CNS가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을 하고 LG전자가 공조시스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설비 등을 맡는 구조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AI 데이터센터 수요도 정조준한다. 이미 LG CNS는 현지기업 시나르마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도 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역에서 구축 예정인 AI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2026년 완공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사업 규모만 3억 달러(약 4,316억원)에 이른다.

AI 데이터센터에 주목하는 것은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SDS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립 목적으로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부지를 215억원에 매입했다. 삼성SDS는 국내에 상암·수원·구미·춘천·동탄 등 5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데, 이번 건립 계획은 특히 AI 수요 확산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차원인 만큼 막대한 투자가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SDS는 미국 뉴저지·새너제이,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라질 상파울루 등 세계 주요 거점 8곳에도 SCP 리전(복수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을 확보한 상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경우 AWS, 네이버클라우드 등 CSP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AWS 인증인 '데브옵스 컨설팅 컴피턴시(DevOps Consulting Competency)'를 획득했다. 해당 인증을 획득하면 소프트웨어(SW)의 개발 수명 주기의 각 단계를 최적화하고, 고객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다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네이버클라우드의 전문가 인증 관련 '서버리스 마스터', '서포트 마스터' 등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MSP 역량을 더욱 강화, 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대외 사업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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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xAI ‘그록3’, 일론 머스크 “심층 검색 기능, 무서울 정도로 똑똑”

베일 벗은 xAI ‘그록3’, 일론 머스크 “심층 검색 기능, 무서울 정도로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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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I 개발 초거대 AI 모델 ‘그록3’ 출시
정치적 중립성 강화 등 심혈 기울여
심층 검색 기능, 인간 연구자 대체 노린다
사진=그록 X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초거대 AI 모델 ‘그록3(Grok3)’를 공개한 가운데 해당 모델의 성능이 경쟁사인 오픈AI의 챗GPT-4o, 앤스로픽의 클로드3.5소네트 등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며 이목이 집중됐다. 업계는 그록3에 새롭게 추가된 AI 기반 심층 검색 기능 딥서치(DeepSearch)가 추론 역량에서 어느 정도의 발전을 이뤘는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직전 모델보다 10배 많은 연산량 활용

17일(이하 현지시각) xAI는 공식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그록3 출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록3는 xAI가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로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서 학습됐다. 머스크 CEO에 따르면 그록3는 직전 모델인 그록2보다 10배 많은 연산량을 활용한 학습을 거쳤으며, 학습에는 법원 제출 서류 등 방대한 데이터셋이 사용됐다.

xAI는 그록3가 수학 문제 해결 성능을 평가하는 AIME, 박사 수준의 물리·생물·화학 문제를 다루는 GPQA 등 주요 AI 벤치마크에서 챗GPT-4o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AIME 2024 문제 평가에서 딥시크 V3와 클로드3.5소네트가 각각 39%, 클로드 26%의 정답률에 그친 반면 그록3는 52%의 정답률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과학 관련 벤치마크 GPQA에서도 그록3는 75% 정답률로 GPT-4o(50%), 딥시크 V3(59%)를 앞질렀다.

그록3는 다양한 버전으로 구성된 일종의 ‘AI 패밀리’다. 특히 추론 모델(Reasoning)과 미니 추론 모델은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철저한 사실 검증을 거쳐 답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오픈AI의 o3-mini나 딥시크 R1과 유사한 개념으로, AI가 단계별 사고 과정을 거쳐 답변을 내놓는 사고 사슬(Chain of Thought) 기법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머스크 CEO는 이날 라이브 방송해서 “일주일 내로 그록 앱에 음성 합성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며, 몇 주 안에 기업용 API에도 그록3 기능이 적용될 것”이라면서 “이전 모델인 그록2는 이른 시일 내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록 AI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2년 이내에 스페이스X 로켓 시스템에도 탑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프로그래밍 오류에 출시 일정 변경도

그록3는 애초 1월 말 출시가 예정돼 있었다. 이를 위해 일부 사용자를 모집해 X 플랫폼의 그록 챗봇 앱을 통해 그록3를 테스트하기도 했다. 테스트를 위해 선발된 사용자들은 해당 모델의 응답 성능을 확인했으며, 다양한 논리적 질문과 코드 생성 요청을 시도했다. xAI는 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정 주제에서 응답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그록3는 수수께끼 풀이와 코딩 요청에 응답하며 진일보한 성능을 보였으나, 일부 코드에서는 프로그래밍 오류와 세부 사항을 누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시스템 프롬프트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명시되면서 45대 대통령 또한 역임했다는 사실을 누락했다. 이는 정치적 오류 방지를 위해 하드코딩된 설정이 포함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는 ‘거침없는 AI’의 탄생을 예고했던 머스크 CEO의 예고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이를 두고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반(反) PC로서 거침없는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한 머스크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록3는 선을 넘지 않는다”며 “심지어 한 연구에서 그록은 트랜스젠더 권리, 다양성, 불평등 등 주제에서 정치적 좌파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AI 성패 가르는 심층 검색 기능

한편 그록3에는 그록2까지의 모델에 없었던 딥서치 기능이 추가돼 눈길을 끌었다. 딥서치는 인터넷과 X의 데이터를 분석해 질문에 대한 요약을 제공하는 AI 기반 심층 검색 기능으로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딥리서치(Deep Research)’와 유사한 개념이다. xAI는 “딥서치는 사용자가 30분에서 1시간 동안 검색해야 할 내용을 대신 조사해 10분 만에 정리된 결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구글 또한 지난해 12월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 어드밴스드(Gemini Advanced)’ 구독자를 대상으로 딥리서치 기능을 제공했다. 당시 구글은 “제미나이의 딥리서치는 AI 연구 보조 역할을 하며, 인간 연구자처럼 다단계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초에는 오픈AI가 딥리서치 기능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시장 후발 주자인 퍼플렉시티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심층 탐색이 프론티어급 AI 모델을 대표하는 기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기존 웹 기반 검색 능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과 유사한 추론 방식을 적용해 복잡한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는 만큼 AI 모델의 성패와 직결될 것이란 예측이다. 머스크 CEO 또한 13일 두바이 세계정부 정상회담에 참석해 설명하며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며, 지금까지 수행한 모든 테스트에서 그 어떤 모델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며 그록3의 ‘승부수’로 딥서치 기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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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말, 말, 말’에 글로벌 금융시장 촉각 “나 떨고 있니”

트럼프 대통령 ‘말, 말, 말’에 글로벌 금융시장 촉각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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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잠식한 관세 이슈
위안화·엔화 가치 단기간 급변 가능성↑
공포감 반영된 韓 증시도 지지부진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으로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추진해 온 고율 관세 공약이 하나둘 현실화하면서 그의 행보가 시장에 미치는 여파 또한 상당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로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수출 기업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 또한 연일 바닥을 맴도는 실정이다.

한·중·일 및 아세안 통화 동반 약세 가능성 대두

18일(이하 현지시각)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글로벌 기관 트레이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51%가 관세와 인플레이션을 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주요 이슈라고 답한 응답자는 27%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치 넬루 JP모건체이스 채권·통화·원자재 전자거래 부문 총괄은 “미국 정부가 외국산 제품에 대한 ‘폭탄급’ 관세를 부과하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면서 “이달 초부터 캐나다 달러, 멕시코 페소, 역외 위안화 등 주요 통화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트레이더들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해 활발한 매매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넘어 유럽연합(EU) 등으로 표적을 확대하면서 유럽 내 반발도 극심해졌다. 독일의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60%, EU를 포함한 다른 나라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2027년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분데스방크는 미국 경제 또한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17일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연설에서 “(미국) 정부의 말과 달리 관세의 결과는 미국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보호주의 정책이 미국에서도 경제활동을 눈에 띄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매력 손실과 비용 증가는 미국 산업의 경쟁력 우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뚜렷한 긴축 통화정책이 없다면 급격히 뛰는 물가상승률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막대한 달러 자산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내 ‘큰손’으로 활약하는 기관의 의사 결정에 훨씬 더 취약한 아시아 시장 또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중국 위안화가 향후 수개월 내 달러당 7.70위안 수준까지 절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기 침체와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위안화의 평가 절하를 부추길 것이란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크레딧사이츠 역시 “미국 국채 대비 아시아 채권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진단했으며, 싱가포르 투자은행 OCBC는 “위안화 영향권에 있는 한·중·일 및 아세안 통화들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시 동반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 선호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로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는 게 OCBC의 분석이다.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韓 반도체·자동차도 사정권

한국에서도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은 증시 하락으로 드러났다. 18일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3% 오른 2,626.81로 거래를 마쳤다. 2월 들어 4.4% 오른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11일 기록한 최고치(2,891.25)와 비교하면 여전히 9.1% 떨어져 있다. 이보다 앞선 2021년 7월 6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305.21)에 견줘서는 무려 20.5% 미끄러진 수준이다. 예상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행보를 감안할 때,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기업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공포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우리 정부는 무역금융 확대, 대체 시장 발굴 등 수출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1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가 마지막 ‘골든타임’인 만큼 △관세대응 패키지 △무역금융 패키지 △대체시장 패키지 등으로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먼저 수출 대책은 피해 지원에 중점을 뒀다. 피해가 발생한 기업에 무역보험 지원 한도를 최대 2배 확대하고, 피해 중소·중견기업에는 올해 상반기까지 단기수출보험료를 60% 할인한다. 또 무역분쟁 영향을 받은 중소·중견기업에 관세대응 수출 바우처를 도입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의 20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해외무역관 헬프데스크에서 피해 분석 및 대응, 대체시장 발굴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수출 대체시장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를 제시했다. 이들 지역 5곳에 수출지원기관을 신설하고, 기존에 운영돼 온 9곳은 기능을 강화한다. 아울러 글로벌사우스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무역보험 55조원을 공급하고, 기업별 단기보험 한도는 현행 3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다만 이 같은 수출 안전판도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본 노무라증권은 “(미국은) 관세뿐 아니라 세금, 규제, 통화 정책까지 포함해 부과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블랙박스’ 식 비관세 장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내 타격 대상 국가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도 각종 규제와 비관세 장벽 등 위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SNS 폭탄선언 줄인 트럼프, 영향력도 ‘주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미칠 여파를 의식한 듯 공식 석상 외 발언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JP모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경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지난 1월 주간 평균 10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2월 첫째 주에는 20개 이상 게시물을 올렸지만, 집권 1기 초반(주당 60개)보다는 훨씬 적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많은 게시물 중 시장을 가장 크게 움직인 주제는 관세로 확인됐다. JP모건은 “관세를 언급한 게시물 세 개 가운데 이달 초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겠다던 25%의 관세를 유예하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이들 국가 통화가 각각 2%, 1%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차이를 보였다. 그가 펜타닐 공급을 언급하며 중국에 관세 위협을 가했을 때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취임 직후 중국과의 대화에 열린 태도를 보이자 위안화 가치도 안정을 찾았다.

다만 이 같은 시장 변화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으로만 이뤄졌다는 게 JP모건의 지적이다. JP모건은 “126개의 SNS 게시글 가운데 단 10%만이 외환 시장을 움직였다”면서 “그의 SNS 게시글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투자했을 경우, 딱히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매우 낙관적인 가정하에서도 4% 미만 수익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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