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스테이블코인 vs 토큰화 예금, 소비자 편의보다 유동성 경쟁이 본질
[딥파이낸셜] 스테이블코인 vs 토큰화 예금, 소비자 편의보다 유동성 경쟁이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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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토큰화 예금, 소매 결제 영향은 제한적 24시간 결제 확산은 기관 유동성 관리 수요를 반영 결제 혁신의 핵심은 인프라 안정성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달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0억 달러(약 4조4,300억원) 규모 스테이블코인 거래 가운데 실제 결제에 쓰인 비중은 0.7%에 그쳤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이 소매 결제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와는 분명한 간극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증권거래소는 거래 시간 확대를 추진하고, 토큰화 증권 플랫폼은 즉시 결제 체계를 도입하는 추세다. 주요 은행들도 24시간 거래 환경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없는 현금’, 토큰화 예금은 ‘규제권 내 차세대 현금’으로 부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수혜는 발행사와 거래소, 청산 플랫폼 등 금융 인프라 운영 주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가계와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제한적이다.
결제 혁신의 중심은 시장 구조
디지털 자산 결제를 움직이는 동력은 이용자 편의성보다 금융시장 구조 변화에 있다. 올해 1월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토큰화 증권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밝힌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자본시장이 24시간 운영되는 환경으로 전환되면, 유동성 압박과 마진콜은 영업시간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주말과 야간에도 자금 공급이 가능한 체계를 요구받는다. BMO 등 주요 은행들이 토큰화 현금 발행에 나선 배경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토큰화 예금의 필요성을 키운다. 자금을 은행 내부에 두면서 이동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외부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금 유출도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존 은행 감독과 예금보험 체계 안에서 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24시간 결제가 곧 최종 결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현재 즉시 결제망이 수십억 달러 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자본시장 핵심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속도만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안정성과 원금 기준 상환 보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거래 방식 바뀌어도 중개 구조는 유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논의의 핵심은 중개 구조의 변화다. 스테이블코인은 개인 간 거래(P2P)를 내세우지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는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급여 지급이나 임대료 납부, 세금 처리 등 일상 거래를 위해서는 법정화폐로 전환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토큰화 예금 역시 은행 간 상호운용성과 기관 간 결제가 확정되는 체계가 마련돼야 활용 범위가 확대된다.
이처럼 구조를 보면 중개자는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달라진다. 이용자는 여전히 특정 기관에 자금을 맡기고 그 시스템의 운영 방식에 따라 거래를 진행한다. 두 수단 모두 발행자에 대한 신뢰와 원활한 상환 경로는 필수적이다. 그 결과 소매 이용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기대와 달리 실제 환경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로 유지된다.

유동성 관리와 인프라 안정성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의 차이는 기관의 유동성 관리 방식과 규제 환경에서 드러난다.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자금 이동과 디지털 자산 시장 연계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토큰화 예금은 자금을 은행 내부에 유지하면서 재무 흐름을 관리하기 용이하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당시 USDC 가치가 하락하고 상환 절차가 은행 영업시간에 제한된 사례는 기존 금융 시스템 의존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영란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이 올해 발표한 연구 역시 유사한 판단을 내린다. 은행 기반 토큰화 모델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개념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도와 인프라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확장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조건을 감안하면 정책 방향도 분명해진다. 금융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가에서는 즉시 결제망과 전자지갑이 이미 일상 결제를 대부분 처리한다. 이에 따라 소매 결제 수단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국경 간 결제, 담보 이동성, 시스템 간 연계성 등 대형 금융 인프라 개선이 우선 과제로 제시된다.
공공 인프라 중심 결제 체계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의 가치는 24시간 유동성 공급과 시스템 간 연결성 확보에서 확인된다. 이에 따라 정책 당국은 상환 확실성, 비용 구조, 보안 수준을 기준으로 결제 인프라를 평가해야 한다. BIS도 중앙은행 화폐 기반 공공 인프라가 안정성과 원금 보장 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두 수단은 유동성 관리와 비용 절감이라는 영역에서 기능을 나누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결국 이용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단순하다.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필요할 때 지연 없이 결제가 이뤄지는 환경이다. 결제 혁신의 성패는 이러한 조건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공공 인프라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okenized Deposits vs Stablecoins: Why 24/7 Settlement Still Ends at the Same Gat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