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 수요 급증"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럽 자동차 시장, 중국산 영향력 두드러져
"유가 상승에 수요 급증"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럽 자동차 시장, 중국산 영향력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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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기차 판매량 급증, 中 브랜드에 시장 수요 집중 판매가 하락·국제유가 폭등으로 전기차 이점 부각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건 中, EU 규제 행보는 변수

유럽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유럽연합(EU)의 규제로 역내 전기차 판매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에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유럽 전역의 전기차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불어난 시장 수요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에 몰린 가운데, 관련 업계는 향후 현지 시장의 대(對)중국 규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을지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격변'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유럽전기차산업협회(E-Mobility Europe)와 시장조사기관 뉴 오토모티브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독일과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유럽 내 주요 15개 국가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22만4,000대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1.3% 급증한 수치다. 1분기 기준으로 범위를 넓히면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56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4% 늘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던 노르웨이는 지난달 판매된 신차의 98%가 전기차였고, 덴마크(76%)와 핀란드(50%)가 그 뒤를 이었다. 가디언은 “노르웨이를 필두로 한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임금과 아낌없는 보조금, 그리고 정부 주도로 충전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설치되면서 전기차 전환에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중남부 유럽에서도 전기차 보급률이 대폭 상승했다. 이들 국가는 지금까지 정부의 보조금 삭감 및 세금 공제 축소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비교적 더뎠다.
늘어난 전기차 수요의 상당 부분은 중국 브랜드가 흡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EU가 수입한 중국산 자동차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100만6,000대로, 사상 처음 100만 대를 돌파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올해 초 EU 시장 내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이 16%를 기록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2025년 전체 점유율인 12.2%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대외 여건 따라 수요 이동 가속화
EU에서는 이전부터 점진적인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고 있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이 중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은 51%,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은 36.7% 늘었고,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전기차 판매가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를 추월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해당 기간 영국과 비(非)EU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인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국가를 포함한 유럽 지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26.3%로 내연기관차(21.7%)를 눈에 띄게 상회했다.
이러한 전동화 흐름에 급작스럽게 속도가 붙은 배경에는 대외 여건 변화가 있다. 우선 역내 전기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구매 장벽이 낮아졌다. 유럽 교통환경단체 T&E가 발표한 EV 진행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EU 전기차 평균 가격은 4만2,700유로(약 7,300만원)로 전년 대비 1,800유로(약 310만원)가량 하향 조정됐다. T&E는 EU의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가 이러한 가격 하락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EU가 자동차 제조사의 차량 판매 평균 탄소배출량을 제한하자,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충족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 확대와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장기화하는 중동 지역의 분쟁 역시 전기차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후 국제유가는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려 왔으며, 최근까지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중이다. 21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8.48달러(약 14만5,400원)로 전장 대비 3.14% 뛰었고,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2.57% 오른 배럴당 89.67달러(약 13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천연가스 중심의 취약한 에너지 구조를 가진 유럽권 국가들에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내연기관차가 선택지로서의 매력을 사실상 잃어버린 셈이다.

中 전기차, 경쟁력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특히 중국산 전기차가 주목받는 것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는 동일급 현지·미국 브랜드 대비 뚜렷한 가격 우위를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JATO Dynamic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브랜드 전기차는 유럽 현지 경쟁 모델보다 평균 약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동일 세그먼트 내에서 옵션·배터리 사양을 맞춰 비교할 경우 수천 유로 이상의 가격 차이가 반복적으로 확인될 정도다.
다만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EU 차원의 규제에 직면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EU와 중국은 전기차를 둘러싸고 장기간 무역 갈등을 빚어 왔다. EU는 지난 2023년 9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공식 개시했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 최대 38%의 잠정 상계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실제로 임시 관세가 적용됐고, 중국은 EU산 자동차·브랜디 등에 대한 보복 조사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EU는 뜻을 꺾지 않고 임시 관세 적용 3개월 만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최대 45%(기존 관세 포함)의 최종 상계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한 양국의 협상은 지난해 들어서야 본격화했으며, 양측이 가이드라인 수준의 합의에 도달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합의의 핵심은 중국 업체들이 일정 기준 이상의 가격을 보장하면 EU가 추가 관세를 완화·대체하는 데 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부합하는 적절한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양국은 현재까지도 해당 조치의 실제 적용 범위·가격 수준·기업별 조건 등을 둘러싼 세부 협상을 이어 가고 있으며, 기존 관세 체계도 여전히 유지 중이다.
이에 더해 지난 2월에는 EU가 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역내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차량 부품의 과반을 EU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조달하도록 유도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초안에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의 구매자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차량이 EU 내에서 조립돼야 하며, 가격 기준으로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가 EU 내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