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기존 질서 뒤흔들었다" 국제사회 '각자도생' 흐름 본격화, 이란 협상이 트럼프식 외교 분수령
"트럼프가 기존 질서 뒤흔들었다" 국제사회 '각자도생' 흐름 본격화, 이란 협상이 트럼프식 외교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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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총리, 재차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 표명 미국으로부터 등 돌린 국제사회, 각자도생 전략 두드러져 트럼프의 '무대뽀' 외교 전략, 美-이란 종전 협상이 핵심 변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의 경제 구조를 재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앞세워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를 교란하는 가운데, 주요국들의 반발이 나날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 반감을 산 트럼프식 외교 전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성사 여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노선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얼어붙은 美-캐나다 관계
21일(이하 현지시각) 뉴스위크,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카니 총리는 19일 공개한 영상 연설에서 “미국은 변했고 캐나다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며 “과거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누렸던 캐나다의 많은 강점이 이제는 약점으로 변한 만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 정치 상황이 이른바 '각자도생'의 국면으로 변모한 만큼, 미국과 관계에 집중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가와 소통하는 방향으로 경제·안보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그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하거나, 현실적 위협을 경시해서는 안보를 확보할 수 없다"며 "캐나다가 직면한 어려움을 절대로 미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도 트럼프를 겨냥해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사는 게 아니라,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번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카니 총리는 현 국제 정세를 ‘파열(Rupture)’로 규정하고,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중견국들은 뭉쳐야 한다"며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판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던 기존 질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반(反)트럼프 연대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냉각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이 관세 정책을 확대하고,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면서 양국 간 교역 갈등이 재점화됐다. 아울러 방위비 분담 및 북미 방공 협력(NORAD) 현대화 비용을 둘러싼 압박도 커졌고, 여기에 대중국 전략 접근 방식 등의 차이까지 겹치며 정책 공조가 흔들렸다. 실제 지난 1월 카니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를 받으며 중국과 전방위적 경제 협력 확대 방침을 밝혔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카니 총리를 미국의 ‘주지사’로 지칭하며 “카니 주지사가 캐나다를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 하역항으로 만든다면 모든 제품에 즉각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캐나다를 자국의 51번째 주로 간주한다는 특유의 비하 표현을 되풀이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反트럼프' 기조
캐나다 외에도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가 참여하는 기밀정보 공유 협의체)’ 소속국 다수가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동맹 내부 신뢰를 흔들며 전통적으로 긴밀했던 정보·안보 협력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실제 영국은 지난 1월 최근 미국의 카리브해 마약 퇴치 군사작전에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과 관련 기밀정보 공유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세계 안보를 악화시킨 실수라고 공개 비판하며 군사 참여를 거부하기도 했다. 호주 역시 미국의 중동 군사작전 지원 요구 및 압박에 선을 긋는 등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여타 국가들의 불만도 나날이 가중돼 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민주주의 수호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민주주의 수호회의는 진보·좌파 정권 통치 국가들의 협의체로, 불평등 해소·다자주의·다양성·비폭력 등 진보적 의제를 논의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다만 이번 회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공격하며 국제 질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개최돼 사실상 ‘반미 결사체’ 성격이 짙어졌다.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민주주의 역행을 막지 못하면 또 다른 히틀러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민주주의와 청년들의 정신 건강을 이용해 부를 쌓는 세력을 꺾어버려야 한다”고 말했으며,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현 상황을 “침공·전쟁·갈등·파괴의 시대”라고 묘사했다. 외신들은 이들의 발언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결집·부상 중인 강경 우파 세력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美-이란 협상이 판도 좌우한다
미국발(發)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도 국제사회 곳곳에서 관찰된다. 우선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는 국가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1월에는 카니 총리와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 잇따라 중국을 찾았다. 이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지난 2월 방중했고, 3월에는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4월에는 산체스 총리까지 중국을 방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의 몸값을 높여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중견국들 사이에서는 ‘각자도생형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경향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경제 분야에서는 캐나다가 에너지·광물 수출 인프라 확대를 통해 미국 중심 교역 구조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인도·메르코수르 등과 FTA를 추진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이달에는 영국이 EU와의 방위·경제 협력 강화를 공식 추진하며 대체 파트너십 구축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폴란드·발트 국가들은 안보 강화를 위해 한국산 전차·자주포를 도입했고, 유럽 국가들도 아시아와 방산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판도가 빠르게 급변하며 미국의 입지가 점차 불투명해져 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 본다.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마무리될 경우 기존의 일방적 외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타협에 나설 경우 향후 외교 행보가 이전보다 신중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