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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EU 방위 전략, 국방비 확대보다 구조 개편 필요

[딥폴리시] EU 방위 전략, 국방비 확대보다 구조 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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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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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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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재정 여력 충분하나 구조적 운용 한계 노출
지출 확대만으로 한계, 공동 조달·생산 체계 전환 필요
우크라이나 지원 전략 자산 동맹 기반 자율성 확보 관건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평균 국방 지출은 러시아를 웃돌았다. 경제 규모 또한 러시아가 2조1,700억 달러(약 3,200조원) 수준인 데 비해, EU는 19조5,000억 달러(약 2경8,840조원)에 이른다. 재정 여력 측면에서는 유럽이 구조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러나 실제 안보 역량은 필수 전력에 얼마나 신속하게 투자하고, 이를 생산과 비축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계획 없이 예산만 확대될 경우 실제 전력 보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이를 생산·비축·전력화로 연결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핵심 전력에 대한 투자 시기를 놓치거나 중복 사업이 반복되면 재정 투입이 늘어도 억지력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출 확대가 곧 전략인 시대 종식

국방 예산 증액이 곧 안보 역량 강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EU는 2024년 3,430억 달러(약 507조원)를 투입했고, 2025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수준인 3,810억 달러(약 563조원)까지 확대했다. 단기간 내 증가 폭은 의미가 있지만, 전시 체제로 전환한 러시아와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방 지출은 GDP 대비 7.5% 수준에 근접한다. 구매력 평가(PPP)를 반영하면 실제 투입 규모 차이는 더 벌어진다.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는 전력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 같은 구조는 재정 측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이 연금 지출 증가, 기후 대응 비용, 국방비 확대가 동시에 겹치며 재정 압박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에는 유로존 국가 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2%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제한된 재원 속에서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대형 무기 도입보다 탄약과 방공 체계, 드론, 물류·수송 능력처럼 즉각적인 전력 강화로 이어지는 분야에 투입이 집중돼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주: 유럽의 국방 지출 확대에도 전쟁 체제로 전환한 러시아의 우위는 유지된다.

국가별 분산 조달 구조는 유럽 안보 취약 요인

EU 회원국별로 추진돼 온 무기 조달과 개발 방식은 유럽 방위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이 개별 사업을 운영하면서 유사 분야에 예산이 반복 투입됐고, 발주 규모는 축소되며 전력 확보 속도도 지연됐다. 겉으로는 자립을 지향하는 흐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산 기반이 분산되며 외부 의존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구조에서는 예산을 늘려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비교해 한국과 일본은 다른 접근을 택했다. 두 국가는 방위비를 빠르게 늘리면서도 동맹을 억지 전략의 기반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2025회계연도 기준 8조4,750억 엔(약 78조6,580억원) 규모의 방위비를 편성했고, 한국도 차기 방위비 분담 협정에서 부담을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는 지출 확대와 동맹 유지가 병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 역시 미국과의 관계에서 완전한 자율이나 전면 의존 같은 극단을 피하고, 현실적인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2030년까지 대응 역량 구축 시급

유럽에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영국 안보 정책연구소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미국이 유럽에서 전력을 축소할 경우, 2027년을 전후해 러시아가 발트 지역에서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보완하려면 미군 전력을 대체하는 데 향후 25년간 1조 달러(약 1,470조원)가 필요하다는 추산이 제시된다. 이는 단기간 내 독자 방위 체제 구축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유럽위원회의 SAFE 프로그램과 레디니스 2030은 공동 수요와 공동 생산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1,500억 유로(약 259조7,890억원) 규모의 공동 방위 프로젝트 대출은 공동 조달 체계를 본격화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 재원만으로는 요구되는 수준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 조달을 상시 체계로 정착시키고, 탄약과 미사일, 통신 부품 등 주요 품목에 장기 계약을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될 때 산업계의 생산 설비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주: 유럽의 국방력 강화는 전략 문제와 함께 재정 부담도 동시에 수반한다.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 아닌 전략 자산

우크라이나 지원은 인도적 대응을 넘어 유럽 방위 전략에 직접 연결되는 요소로 다뤄져야 한다. 전장에서 소모되는 러시아 전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선의 잠재 위협 감소로 이어진다. 전쟁 이후 자국 영토에서 재무장을 추진할 때 발생할 비용과 비교하면, 현재 단계에서 억지 비용을 투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동시에 재원 조달과 부담 분담 구조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동유럽 국가에 안보 비용이 집중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 자본 시장이 발달한 독일과 프랑스가 보다 큰 역할을 맡아야 균형이 형성된다. 또한 공동 차입과 공동 조달을 확대해 회원국 간 분산된 대응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럽 전체의 방위 역량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비용 부담의 형평성도 확보할 수 있다.

EU 방위 전략은 유럽 안보 질서를 기준으로 재편돼야 한다. 유럽은 추가 지출을 감당할 재정 여력을 갖췄지만, 그 재원이 결속과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국방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동 조달을 상시 체계로 정착시키며 방위 산업을 장기 전략 아래 재구성할 때, 러시아에 대응할 실질적 억지력이 형성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 Defence Strategy After America’s Discoun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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