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타격이냐 타협이냐” 잃을 것 없는 이란 vs 대응 수단 없는 미국
[미국-이란 전쟁] “타격이냐 타협이냐” 잃을 것 없는 이란 vs 대응 수단 없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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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때까지 휴전 연장, 대이란 해상봉쇄는 고수 이란 “시간벌기용 계책, 주도권은 우리가” 눈앞의 파국 피했지만 돌파구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시한 만료를 앞두고 종전 협상 지속을 위해 휴전 연장을 결정했다. 예고한 대로 이란의 핵심 인프라를 연쇄 타격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협상 거부로 일관하는 등 양국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란의 이 같은 태도는 협상 주도권이 이란 측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이란 심각한 분열, 통일된 제안 낼 때까지 휴전 연장”
21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에서 "이란 정부가 예상대로 심각하게 분열(fractured)돼 있다는 사실과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총사령관 및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이란 지도부와 협상단이 통일된 제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란 공격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따라 미군에 대해 기존 군사 작전 중 공격은 중단하되, 해상 봉쇄는 유지하고 전반적인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의 제안이 제출되고 논의(discussion·양국 간 협상)가 어느 쪽으로든 종결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은 '2주 휴전' 만료 전날에 이뤄졌다. 2주 휴전은 애초 21일까지로 여겨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22일 저녁까지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휴전이 만료되면 연장하기를 원치 않으며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으나 결국 만료 시한에 임박해 연장 선언을 택했다. 사실상 본인이 임의로 미뤘던 휴전 기한조차 지키지 않고 서둘러 연장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핵심 인프라를 줄줄이 타격하겠다며 이란을 강력하게 압박해 왔지만, 실행에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지지도가 상당히 낮고 유가 상승의 압박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출구전략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란 공격을 재개했다가 자칫 전쟁 장기화로 이어져 11월 중간선거에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중재를 자임한 파키스탄의 요청과 이란 내부의 분열상을 내세우며 휴전 연장 정당화를 시도했다. '이란이 통일된 협상안을 내놓고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종결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한을 설정하지 않고 휴전을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전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 “휴전 연장 인정 안 해”, 2차 회담 불참 통보도
이번 휴전 연장으로 양국 간 협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지만, 이란이 실제로 단일 협상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데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 등으로 긴장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게다가 현재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을 평가절하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 직후,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이란 해상 봉쇄에 반발하며 막판까지 2차 협상 개최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해상 봉쇄가 유지되는 일방적 휴전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반관영 매체 타스님통신도 "이란은 연장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란을 속일 수 있고, 이란 당국은 이러한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했다. 휴전 연장 결정이 미국의 기만 전술이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이란 행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저의를 의심하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계속하면 이란도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SNS에 “이란의 항구를 봉쇄하는 것은 전쟁 행위며, 따라서 이는 휴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란 정치권에서도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의 참모인 마흐디 모하마디는 SNS에 올린 글에서 “지는 쪽이 조건을 결정할 수 없다”며 “해상 봉쇄를 계속하는 것은 폭격과 다를 바 없으며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트럼프의 휴전 연장은 분명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 벌기용 계책”이라며 “이란이 주도권을 잡아야 할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해 23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차 회담의 불참 의사를 공식화하며,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는 방식으로 자국 권익을 끝까지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이란은 자신들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미국 측에 돌렸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도발적 행동과 지속적인 휴전 위반행위, 그리고 이란에 대한 모순된 입장이 외교 과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갈리바프 의장도 엑스(X)에 "트럼프는 봉쇄 조치를 가하고 휴전협정을 위반하면서 협상 테이블을 '항복 테이블'로 바꾸려 한다"며 "우리는 위협의 그림자 아래에서 이뤄지는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해상 봉쇄와 이란 화물선 나포,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등을 휴전 위반으로 보고, 이러한 강압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협상장에 나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도권 쥔 이란, 커지는 장기전 가능성
이란이 사실상 협상 주도권을 틀어 쥔 가운데,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 위반이 이란에 주도권을 넘겼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위협과 자화자찬이 뒤섞인 '혼선 발언'이 오히려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만 해도 "폭격에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로 두 문장 뒤에 "이란이 내일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덧붙이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또 이란을 향해 "훌륭한 나라"라고 치켜세우다가도 곧바로 "피에 굶주린 나라"라고 매도하는 등 극단적인 표현을 오갔다. 이에 대해 가나 주재 이란 외교 공관은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감사하고, 위협하고, 중국을 비난했다가 칭찬하고, 봉쇄 성공을 선언했다가 다시 합의를 약속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일종의 1인 왓츠앱(WhatsApp) 그룹 같다"고 강도 높게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별개로 이란 내부 권력 구조의 불안정성도 협상 난항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이란에서도 대외적인 메시지가 뒤죽박죽이다. 내부 강경파와 협상파 사이의 내분 탓에 통일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아라그치 장관이 레바논 휴전 상황을 고려해 호르무즈 해협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혁명수비대가 즉각 반발하며 해협 봉쇄 유지를 주장하자 외무부가 서둘러 해명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이는 이란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 정치 관료가 아닌 혁명수비대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란 지도부 내 분열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후 최고지도자에 오른 모즈타바의 은둔이 길어지면서 수뇌부의 결속력은 이미 무너졌다는 평가다. 강경파들은 협상을 주도했던 갈리바프 의장을 "배신자"라고 맹비난하며 심지어 쿠데타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결국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에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내부의 '두 목소리'가 정리되지 않는 한 최종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국의 외교적 해법이 오히려 더 멀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사 충돌은 일단 유예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해상 봉쇄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유지하는 등 핵심 갈등 요소가 그대로 남아 있는 만큼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카림 사자드푸르 선임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신뢰 수준은 항상 매우 낮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두 차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협상 중을 포함해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믿고, 백악관은 이란이 타협안에 동의하더라도 핵무기 개발 야욕을 포기했다고 절대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기전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현재 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이란은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핵 프로그램 인정이며, 미국은 핵개발 중단 및 우라늄 포기다. 특히 이란은 해협 통제와 원유 수송 능력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외신은 이란이 단기 타결보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제재와 군사 압박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경제 충격을 지렛대로 미국의 양보를 유도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장기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질적인 대비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한국전쟁 때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토대로 미국 내 석유생산과 정제, 석탄공급망, 전력망 인프라 등을 대상으로 하는 5건의 대통령 각서를 발표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초래된 미국 국민의 높은 에너지 비용을 경감하려는 의도에서 DPA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DPA를 통해 군수물자 증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종전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외신들도 2차 종전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오랜 기간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