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단속, 왜 성과로 이어지지 않나
[딥폴리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단속, 왜 성과로 이어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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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단속, 거점 폐쇄에도 네트워크는 유지 체포·시설 기준 성과 한계, 지휘 구조·자금 흐름 차단 필요 통신·자금 인프라 동시 타격 없이는 범죄 재확산 반복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설 약 250곳 가운데 200곳을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단속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경을 넘나드는 보이스피싱은 시설 폐쇄만으로 차단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운영 구조에 있다. 보이스피싱 운영 주체와 자금 흐름이 유지된 채 거점만 옮겨가는 방식이 반복되면 단속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각국은 현장 단속과 인력 송환, 관련 법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범죄 네트워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유지되는 흐름이다.
거점 중심 단속의 한계
현재 단속의 가장 큰 문제는 물리적 거점과 그 배후의 운영 구조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이달 3일 온라인 사기와 자금세탁, 불법 데이터 수집 등을 처벌하는 법안을 처음 도입했다. 그동안 미흡했던 대응 수단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변화로 평가된다.
그러나 단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거점은 계속 재형성되고 있다. 당국이 검거 규모를 강조하고 있지만, 자금과 통신망, 위조 조직이 얽힌 국경 간 구조를 단기간에 끊어내긴 쉽지 않다.
현장에서 드러난 정황은 이 산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캄폿의 한 작업장에는 수십 대 컴퓨터와 통화 부스, 태국인 피해자를 겨냥한 대본이 갖춰져 있었다. 오스맛(O'Smach) 복합지역에서는 은행 창구와 경찰 조직을 모방한 공간, 제복과 배지까지 갖춘 시설도 확인됐다. 기능이 세분화된 조직형 운영이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물리적 거점만 제거할 경우 핵심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 채 다른 지역에서 다시 가동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단속이 확산을 막지 못하는 구조
체포 실적을 앞세운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올해 초 주요 인물 173명을 검거하고 약 1만1,000명의 인력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외형상 강도 높은 대응으로 보이지만, 단속 과정에서는 핵심 인물들이 사전에 이탈한 사례가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추적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도 인정했다. 핵심 운영진이 빠져나간 상태에서는 현장 인력이 교체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 자체는 유지된다. 단속의 초점이 조직의 핵심 지휘 구조와 자금 흐름으로 옮겨가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한계는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25년 보고서에서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사기 조직이 마약 밀매 조직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행정 공백과 부패를 활용해 연간 400억 달러(약 58조7,12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러한 조직의 확장이 현지 부동산 시장과 권력층 보호 구조와 맞물려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토지와 자본, 통신망 같은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와 같은 대규모 거점 운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범죄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으로 작용한다.

단속 성과 판단 기준의 전환
보이스피싱 대응은 현장 단속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범죄가 작동하는 기반을 동시에 겨냥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아세안(ASEAN)의 2026년 대응 로드맵도 통신과 자금 흐름을 중심으로 한 접근을 제시한다. 발신자 인증을 강화하고 통신사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음성 통화와 문자 경로를 차단하는 조치가 핵심이다. 여기에 가상자산 거래소와 대포 계좌, 실질 소유주 정보까지 추적할 수 있어야 자금 이동을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 고리가 유지되는 한, 거점을 정리해도 범죄는 다른 지역에서 다시 이어진다.
단속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 폐쇄된 시설 수나 체포 인원 중심의 평가는 단속 규모만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조직의 지휘 체계를 얼마나 해체했는지, 동일 조직의 재가동을 어느 수준까지 차단했는지가 핵심 지표가 돼야 한다. 캄보디아의 새 법령과 국제적 압박은 이제 출발 단계다. 이에 따라 범죄를 일시적으로 위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운영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동일한 구조가 다른 형태로 반복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Scam Centers Are Not the System: Why Southeast Asia’s Voice Phishing Crackdown Still Misses the Cor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