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유럽 이민 통합, 플랫폼 노동을 출발점으로
[딥테크] 유럽 이민 통합, 플랫폼 노동을 출발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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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노동력 부족 속 이민자 노동시장 진입 지연 문제 부각 플랫폼 노동 초기 진입 통로 역할, 범죄 감소·통합 효과 확인 교육·정책 연계 통한 노동시장 이동 경로 구축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이 노동력 부족과 사회적 신뢰 약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2024년 기준 유럽연합(EU) 내 비(非)EU 시민 실업률은 12.3%로, EU 시민 실업률 5.1%를 크게 웃돈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 노동 참여자는 2022년 2,830만 명에서 2025년 4,300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비는 전통적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신규 이민자가 비교적 문턱이 낮은 플랫폼 노동으로 유입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현재 정책의 초점은 플랫폼 노동의 질을 따지는 데 있지 않다. 진입 기회가 없는 상태보다, 불완전하더라도 노동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민 논쟁의 맹점, 규모보다 속도
그동안 유럽의 이민 논쟁은 원칙과 가치 중심의 주장으로 나뉘어 전개돼 왔다. 한쪽은 노동력 부족 해소를, 다른 쪽은 사회적 불안을 강조하며 맞선다. 그러나 논의의 핵심은 신규 이민자가 얼마나 빠르게 합법적이고 구조화된 노동시장에 편입되느냐에 있다. 지난해 기준 EU 내 비EU 출생 인구는 4,670만 명으로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2024년 420만 명이 새로 유입된 상황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복지 체계나 진입 장벽이 높은 노동시장만으로는 이들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플랫폼 노동이 하나의 현실적 수단으로 거론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효과적인 통합 정책을 안정적인 이민·난민 관리의 기반으로 본다. 플랫폼 노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민자가 제도 밖으로 밀려나기 전에 합법적 경제 활동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

범죄 감소와 노동 진입의 상관관계
플랫폼 노동의 효과는 데이터로 확인된다. 올해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프랑스 사례 분석에 따르면 음식 배달 플랫폼 도입 이후 남성 이민자 고용이 늘었고, 동시에 폭력·절도·마약 관련 범죄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합법적 노동 기회가 확대되면서 불법 행위로 이어질 유인이 낮아진 결과다. 반면 2024년 독일과 2023년 그리스 사례는 노동시장 접근이 지연될 경우 유입 초기 이후 범죄가 늘거나 지역 자원 부담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합법적 노동 진입이 늦어질수록 사회적 배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커진다.
또한 플랫폼 노동은 이민자에게 ‘무경력’을 벗어나는 최소한의 이력을 제공한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플랫폼 노동은 일반 고용보다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완전한 실업 상태보다는 노동시장 진입 신호로 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만으로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까지 해소되지는 않는다. 결국 관건은 이 경험을 일반 노동시장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교육 구조 전환, 일하면서 배우는 체계
교육 방식도 현실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유럽의 기존 교육은 언어와 자격을 먼저 갖춘 뒤 취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실제 이민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퀘벡 사례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많은 청년 이민자가 배달 일을 임시 수단으로 선택하지만, 외국 자격이 인정되지 않거나 언어 장벽에 막혀 저숙련 일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이어진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성인 교육부터 개편이 필요하다. 야간·주말 수업이나 단기 과정처럼 일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 모델의 도입이 요구된다. 또한 대학과 직업교육기관도 물류, 돌봄, IT 서비스 등 인력 부족 분야와 연결된 단기 자격 과정을 확대해 빠른 숙련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에 익숙해지는 계기로 작동한다. 결제 방식이나 세금 처리, 고객 응대처럼 실제 생활과 맞닿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지역 사회의 작동 방식을 익히게 된다. 여기에 제도적 지원이 더해지면 효과는 커진다. 지방정부가 플랫폼 거점에서 언어 지원과 고용 서비스를 연계하고, 기업이 플랫폼 활동 이력을 신뢰의 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플랫폼 노동은 통합 경로로 이어질 수 있다.
임시 일자리에서 상향 이동으로 전환
물론 플랫폼 노동만으로 이민자 통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보상 수준이 낮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선택은 분명하다. 전통적 노동시장 진입이 막힌 상황에서 아무런 기회가 없는 상태와 제한적이나마 일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 상태는 결과를 달리한다.
이러한 격차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합법적 노동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행정 절차를 줄여 노동시장 접근 속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산재 보장과 임금 정보 공개 등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기본 보호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근로 이후 언어 교육과 일자리 연계로 이어지는 경로 설계 역시 병행 추진이 요구된다.
이민은 인력 부족을 완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신규 이민자를 비공식 노동에 머물게 하며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정책 방향이 정해지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노동을 통합 수단으로 활용할지, 아니면 방치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안전과 효율, 통합을 함께 확보하려면 플랫폼 노동을 노동시장 진입 경로로 인식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ig Jobs and Immigrant Integration: Europe Needs a First-Rung Labor Strateg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