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경쟁력 격차 드러낸 ‘엔진의 혼다’, 中 가솔린 공장 결국 폐쇄
전기차 경쟁력 격차 드러낸 ‘엔진의 혼다’, 中 가솔린 공장 결국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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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중국 황푸 공장 가동 중단 중국 시장 내연기관 수요 급락 반영 전기차 패러다임에 밀린 결과

일본의 자동차 거물 혼다(Honda)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가솔린 자동차 생산 시설을 잇달아 폐쇄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지 전기차 브랜드의 급부상과 내연기관차 수요 급락으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자, 생산능력을 절반 가까이 덜어내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수십 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빅3 중 한 곳이 중국 제조업의 벽 앞에서 사실상 백기를 든 형국이다.
6월 황푸 공장 폐쇄로 가솔린차 비중 20% 축소
20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혼다는 오는 6월 광둥성 황푸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동펑자동차와의 합작 공장 운영 종료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폐쇄되는 황푸 공장은 1999년 개장한 혼다의 중국 내 상징적인 시설로, 인테그라와 ZR-V 등 주요 가솔린 모델을 생산해 왔다. 연간 24만 대 규모인 이 공장이 멈추면 혼다 전체 가솔린 생산 능력의 약 20%가 사라진다. 혼다의 지난해 중국 생산량은 68만 대로, 2020년 정점 대비 약 60%나 감소했다. 판매량 역시 5년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에는 64만 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혼다는 2025~2026회계연도(2025년 4월∼2027년 3월)에 최대 2조5,000억 엔(약 23조2,000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혼다는 2025회계연도 순손익 전망치를 3,000억 엔 흑자에서 6,900억 엔(약 6조4,000억원) 적자로 조정했다. 혼다가 이대로 적자를 기록할 경우 1957년 상장 이후 최초가 된다. 올해 3월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6,900억 엔(약 6조1,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며, 이 중 중국 합작 투자 관련 손실만 최대 1,500억 엔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혼다의 중국 공장 폐쇄 결정을 단순한 생산 효율화 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지난해부터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생산 축소가 진행됐으나, 시장에서는 실수요 위축이 본질적 원인이라는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24년부터 진행된 인력 감축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혼다는 중국에서 휘발유차 판매량이 크게 줄자 중국 합작법인 2개 공장에서 5,0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한 바 있다.
물거품 된 전기차 전환 계획
혼다가 고전하는 주원인은 중국 시장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전략적 미스’다. 혼다는 지난 2021년 미베 도시히로 사장 취임 이후 204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등 급진적 개혁을 추진해 왔다. 미베 사장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충분히 확인한 뒤 움직여서는 세계를 선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이던 하치고 다카히로 전 사장 시절과 달리 끊임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미베 사장은 2024년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에 2030년까지 10조 엔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걸고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혼다의 제로 시리즈는 전기차 중심 전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와 가격 경쟁에서 밀린 데다,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등 삼중고를 이기지 못하고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미베 사장은 “관세 영향과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모델의 수익성 악화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자동차 사업이 매우 심각한 수익 위기에 처했음을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베 사장을 비롯한 혼다 임원들은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2026회계연도 급여를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
혼다가 전기차 분야에서 뒤처진 이유는 명확하다. 전기차를 너무 가볍게 봤다는 점이다. 혼다는 과거에도 피트EV(2012년), 클래리티 일렉트릭(2017년), 혼다e(2019년) 같은 전기차를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한 적 있다. 주행거리가 다른 전기차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도심형 소형 시티카 콘셉트지만, 가성비가 떨어지다 보니 모두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다가 얼마 못 가 단종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혼다는 전기차를 출시했다가 단종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전기차를 도심 출퇴근용 차량쯤으로 여겼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전기차와 관련한 고도의 기술을 축적하기 어려웠다.

정부 지원과 애국소비가 이끈 전기차 약진
더군다나 혼다의 전기차는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자율주행 기능과 화려한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은 변했지만 혼다 제품 전략은 그대로인 탓이다. 또한 공급망 면에서도 일본은 확연히 뒤처진다. 중국 전기차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갖춰진 전기차 공급망 덕분이다. 중국은 자동차 배터리와 전자 제어 그리고 차량 시스템까지 모두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어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보조금 정책과 산업 육성 전략도 중국 전기차업계의 약진을 이끌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중국 내 내연기관차의 입지를 좁히는 동시에,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수입 자동차 브랜드를 고립시켰다는 평가다. 실제 혼다는 2024년 말 우한과 광저우에 최신 전기차 전용 공장을 개설했으나, 여전히 가동률을 끌어올릴 만한 주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강화도 중국산 전기차 구매 패턴을 고착화하고 있다. 중국의 애국소비 열풍은 미·중 관세 전쟁을 계기로 다시 불기 시작했다. 미국의 잇따른 대중 관세 부과에 맞선 보복 관세로 미국산 수입품의 가격 인상이 예고된 데다, 미국의 연이은 ‘중국 때리기’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감이 더해져 가성비가 우수한 자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신징바오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중국산 자동차의 평균 판매 가격은 18만 위안(약 3,89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기간 한국의 5,070만원, 일본의 550만 엔(약 5,100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