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우려 속 비싼 부지 매입이 화근, 2조 오피스 사업 ‘이오타 서울’ 공매 위기
공실 우려 속 비싼 부지 매입이 화근, 2조 오피스 사업 ‘이오타 서울’ 공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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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면적 46만㎡ 초대형 개발사업, 브릿지론 EOD 발생 KB증권 나섰지만 투심위서 차환 부결 대주단, 공매 절차 착수 vs 이지스, 정상화 추진

서울역 인근 옛 남산 힐튼호텔 일대에 초대형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이오타 서울(IOTA SEOUL)’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이 무산되며 기한이익상실(EOD·대출 만기 전 상환 요구) 상태에 빠진 지 두 달여 만에 담보권이 실행되면서 개발사업 전반에 파열음이 커지는 형국이다.
1월 EOD 발생 후 리파이낸싱 난항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대주단은 이달 10일 신탁사를 통해 메트로·서울로타워의 온비드 공매 공고를 내기로 잠정 합의했다. 공고 이후 최소 7일 이상의 기간을 거쳐 첫 입찰은 4월 중·하순께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지난달 말로 예상됐던 일정은 차주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소폭 늦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메트로·서울로타워 개발 사업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주도하는 이오타 서울 개발사업의 한 축이다. 이오타 서울은 서울역 인근 옛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와 메트로·서울로타워를 통합 개발해 대형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7조원에 달한다. 개발이 끝나면 약 2만7,537㎡(8,330평) 부지에 지상 39층, 연면적 약 46만㎡(13만9,000평) 규모의 3개 빌딩이 들어선다. 단지는 고급 오피스, 국내 최초 6성급 호텔,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메트로·서울로타워 부지는 전면 철거 후 대형 오피스 등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고 지분 투자와 마스터리스(책임임차)까지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매는 사실상 본PF 전환 실패 이후 담보권 실행 단계로 넘어간 신호로 해석된다. 이 사업은 그동안 본PF 전환에 번번이 실패하며 6개월 단위 브릿지 연장을 반복해 왔다. 시장 금리 상승과 오피스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 기관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1월 17일 만기가 도래하자 4,8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주인 KB국민은행 측은 브릿지론 연장을 불허하겠다며 EOD를 통보했고, 이후 리파이낸싱과 대주 교체 시도가 이어졌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KB증권은 선순위 대출 4,800억원 중 3,000억원을 리파이낸싱하는 안건을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렸으나 최종 부결됐다. KB국민은행 등 기존 대주단은 본PF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브릿지론 연장을 거부했지만, 공매를 통한 회수 역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본PF 전환 후 공사에 돌입한 힐튼 호텔 사업과 대비된다.
초우량 입지도 PF 시장 경색 못 넘어
이에 메트로·서울로타워 부지에 예정된 오피스는 자금 조달이 막혀 착공하기도 전에 좌초 위기에 놓인 상태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이 700억원 규모 후순위 투자 의향을 밝혔으나, 근본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선순위 대출에서 발생한 EOD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나치게 비싸게 부지를 매입한 게 주된 원인"이라며 "초우량 입지와 시공사를 갖춘 사업장조차 PF 시장 경색을 넘지 못한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대주단 내부에서는 공매 대신 추가 유예를 검토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결국 공매 쪽으로 방향이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동산PF 강자인 메리츠증권의 선순위 채권 인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EOD를 통보받은 뒤 정상화를 위한 담보권 실행 유예 기간을 한 달가량 확보했다. 공매를 통한 자산 처분보다는 선순위 대주 교체를 통한 상환이 전체 대주단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채권 인수 후보로 나온 메리츠증권 측은 1·2차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친 끝에 인수를 거부했다. 메리츠증권은 인수 조건을 수정해 다시 제안하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브릿지론 연장을 위해 기존 대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 시공사 삼성물산 등과 협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매가 이뤄질 경우 감정가인 1조원보다 낮은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선순위 물량을 소화할 투자 주체가 제한적인 만큼, 실제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급 확대에 따른 공실 우려, 차환 성공해도 정상화까지 먼 길
시장에서는 이달 내 리파이낸싱 성사 여부가 이오타 프로젝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가 진행돼도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고 리파이낸싱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신규 투자자 유치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공매가 개시되더라도 유찰 가능성을 감안해 리파이낸싱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일부 선순위 대출을 상환하고 신규 대주를 유치하기 위해 복수의 증권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오타 서울은 사업 정상화까지 고비가 남아 있다. 리파이낸싱에 성공한다고 해도 준공 후 공실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강북 도심 오피스 시장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도심 오피스 공급 확대에 따른 공실 우려와 높은 개발 원가가 겹쳐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26~2032년까지 7년간 CBD에 공급 예정인 오피스는 총 26건, 연면적 약 256만㎡에 달하는데, 이는 CBD 프라임 오피스 총 연면적의 약 25%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현재 4%대인 오피스 공실률은 2027~2028년을 기점으로 최대 12%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오타 오피스 부문 사업이 아직 본PF 전환을 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10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오피스 공급 과잉과 평당 6,000만원 이상의 개발 원가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낮게 평가된 것 때문에 금융권이 자금 조달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결국 공실 우려를 씻어낼 만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재구조화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