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달러 IPO 임박’ 홀텍, 인도 구자라트 거점으로 글로벌 SMR 시장 장악 나선다
‘100억 달러 IPO 임박’ 홀텍, 인도 구자라트 거점으로 글로벌 SMR 시장 장악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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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자금 유입 목전 ‘인도 상륙 작전’
40년 금기 깬 인도 원전 민간 개방 선언
아시아 신흥국 대형 원전 대신 SMR 주목

미국의 원자력 발전 기업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이 인도에 소형모듈원자로(SMR) 200기를 생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인도의 국영 원전 독점 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드러난 홀텍의 구상은 대규모 상장 일정과도 맞물려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인도는 물론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은 천문학적 건설비와 공기 지연 리스크가 상존하는 대형 원전 대신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SMR을 발판 삼아 에너지 자립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교두보로 인도 낙점
24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현지 매체 더프린트에 따르면 크리스 싱 홀텍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도 구자라트주에 전용 제조 공장을 세우고, SMR 200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싱 회장은 “인도 전역 600개 행정구역 중 3분의 1을 감당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이를 위해 인도 원자력규제위원회(AERB)와 300메가와트(MW)급 SMR 설계 승인을 위한 논의를 곧 시작할 예정”라고 밝혔다. 이미 인도 다헤즈(Dahej)에 복수기(condenser)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홀텍으로서는 이번 신규 공장이 인도 내 두 번째 제조 거점이 된다.
시장은 홀텍의 압도적인 재무 실적과 기업공개(IPO) 추진 행보에 주목했다. 홀텍은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현재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 이상이다. 월가는 홀텍을 ‘원자력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평가했다. 기술력은 물론 실적과 정책 지원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투자 기회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가동 중인 SMR이 전무한 탓에 대부분 경쟁 업체가 실적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홀텍은 유일하게 지난해 5억 달러(약 7,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탄탄한 재무 구조를 입증했다.
싱 회장은 전체 지분의 약 20%를 공모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며,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국 내 원전 재가동 및 글로벌 SMR 건설 확대에 투입한다. 이 과정에서 홀텍은 인도를 아시아 및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제조 허브로 육성하려는 중장기 비전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인도 타타 컨설팅 엔지니어스, 라센 앤 토브로(L&T) 등 현지 법인과 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홀텍 측은 “미국 원전 설계를 인도 현지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조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이번 협력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승리 전략임을 강조했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인도의 척박한 환경과 기술적 과제를 극복하는 데 달렸다. 홀텍은 물이 부족한 사막 지역이나 지진이 잦은 지형에서도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구상이다. 주력 모델인 SMR-300은 냉각수로 물을 쓰는 대신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응축기를 선택할 수 있어 강이나 바다 근처가 아니어도 설치가 가능하다. 또 지진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표준 디자인을 인도 전역에 동일하게 적용해 건설 비용과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홀텍은 인도공과대학교(IIT) 등 주요 교육기관과 협력해 관련 교육과정을 만들고, 원자력 품질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통합 인프라 구축을 병행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민간 투자 가로막던 장벽 해체
새로운 원전 시대를 예고한 홀텍의 행보는 인도 정부가 최근 민간 참여를 허용한 정책 기조와 맞물려 새로운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 1일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원자력을 활용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그간 인도원자력공사(NPCIL)가 독점해 온 원자력 발전 사업을 민간에 전격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2047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현재보다 12배가량 늘어난 100GW로 확대하려는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목표 달성까지 2,140억 달러(약 31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투자가 수반된다.
인도 정부는 외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원자력손해배상법(Civil Nuclear Liability Law)도 개정하기로 했다. 1984년 보팔 가스 누출 사고 직후 제정된 해당 법은 원전 사고 발생 시 운영사는 물론 설비 공급업체에도 무제한 책임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GE히타치를 비롯한 다수의 원전 대기업이 인도 진출 계획을 철회한 바 있으며,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웨스팅하우스의 사업 부지도 수년째 방치된 상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인도의 시장 개방은 40년 가까이 이어진 제도적 금기를 무너뜨려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업들에 실질적 사업 추진의 동력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미 인도의 민간 대기업들은 정부의 개방 신호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며 거액의 베팅을 시작했다. 인도 최대 재벌로 불리는 아다니 그룹은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와 협력해 200MW급 SMR 8기, 총 1.6GW 용량의 건설안을 논의 중이며,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와 타타 파워, JSW 에너지 등 주요 그룹들 역시 ‘바라트(Bharat) SMR’ 이니셔티브 참여 의사를 밝히며 원전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도 의회에서 심의 중인 원자력 에너지법 개정안은 이러한 민간 기업의 원자력 발전 투자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SMR 시장 진입 시도 역시 인도의 정책 전환을 부추긴 핵심 변수다.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SMR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기류는 인도 정부가 원전 민간 개방을 서두르게 만든 외부적 동인이 됐다. 애니쉬 데 KPMG 글로벌 에너지 책임자는 “원전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 연료, 안전, 손해배상, 비용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인도 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 설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용주의적 대안으로 떠오른 SMR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고속 성장국들이 전력 수급 전략의 핵심으로 SMR을 주목하는 배경에는 대형 원전의 천문학적 비용 부담을 회피하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논리가 자리한다. 대형 원전 한 기를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초기 자본과 10년 이상의 장기 공기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건설 기간이 짧은 SMR을 다수 배치해 즉각적인 전력난 해소와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실용주의적 선택이다. 신흥국 입장에서 SMR은 대형 프로젝트 실패 시 겪을 수 있는 국가적 재정 파탄 위험을 분산하는 최적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로 분류된다.
건설 효율성과 자금 회수 속도 측면에서 SMR이 갖는 경제적 우위는 대형 원전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SMR은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사전 제작하여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을 취하기에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하며 금융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 인도 정부가 SMR 연구개발에 200억 루피(약 3,400억원)을 투입하고, 2033년까지 자체 모델 5기를 가동하려는 계획 역시 이러한 속도전의 단면이다. 대규모 토목 공사가 불필요한 SMR의 특성은 전력망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흥국 오지에서도 분산형 발전원으로서 최고의 가성비를 발휘한다.
인도네시아 역시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손잡고 보르네오섬 서칼리만탄주를 중심으로 250MW급 SMR 2기를 건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뉴스케일파워는 현재 개발 중인 SMR 배치를 위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영 전력사 PLN과 함께 타당성 조사를 완료한 상태다. 아일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부 장관은 “양국 주요 기업이 기술 협의와 초기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원자력 손해 배상에 관한 국제 협약 비준 등 법적 안전성을 확보하면, 본격적인 기술 이전 및 개발 단계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