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美·유럽 TV 판매 中 기업에 이관, 중국산 공세로 글로벌 TV 시장 재편 가속
파나소닉 美·유럽 TV 판매 中 기업에 이관, 중국산 공세로 글로벌 TV 시장 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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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美·유럽 TV 판매 사업, 中 스카이워스 손에 日 TV 시장 과반 점유한 中 기업들, 파나소닉 내수 입지 비상 삼성전자·LG전자도 볼륨존 질주하는 中 TV 앞에서 '속수무책'

일본 파나소닉홀딩스가 미국·유럽 지역 TV 판매 사업을 중국 업체에 이관한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고정 지출 및 리스크를 경감하고, 일본 내 판매 및 고급 제품 개발에 전념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TV 시장 전반을 장악한 상태인 만큼, 파나소닉의 구상이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파나소닉, TV 사업 전략 재정비
24일 교도통신과 NHK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4월 이후 미국·유럽에서의 TV 판매 사업을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로 이관할 예정이다. 이는 파나소닉의 자체 TV 브랜드를 유지하되, 직접 판매에서는 손을 떼 고정 비용 지출을 경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판매를 스카이워스에 맡기면 광고비와 물류비 등의 지출을 줄이고, 가격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은 그동안 TV 사업을 수익성이 낮은 '과제(문제) 사업'으로 분류하며 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스카이워스가 맡게 된 유럽 시장은 일본과 함께 파나소닉 TV 전체 매출의 약 80~90%를 차지하는 핵심 판매 거점이지만, 최근 중국 업체와의 경쟁 격화로 중소형 모델 제품 라인업이 축소되며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미국 시장의 경우 과거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부진으로 철수했다가 2024년 재진출해 아직 판매 규모가 작다.
향후 파나소닉은 개발·제조 부문에서도 스카이워스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파나소닉이 일본 내 판매와 고급 기종 생산에 집중하고, 해외용 저가 제품 생산은 외부 협력사에 맡기는 식이다. 현재 파나소닉은 수익성이 높은 고급형 TV 대부분을 대만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중소형·저가형 모델이나 유럽향 제품 생산은 중국 TCL그룹 등 외부 업체에 위탁 중이다. 스카이워스는 앞으로 유럽향 제품의 일부 생산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이 장악한 日 TV 시장
다만 파나소닉의 '본국 공략'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일본 TV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TV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하이센스가 도시바의 TV 사업을 인수해 출범한 레그자(26.0%)였다. 하이센스 자체 브랜드도 16.6%의 점유율로 3위에 올라섰으며, 중국 TCL도 10.2%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일본 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초로 50%를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핵심 원인으로는 일본 TV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일본의 TV 경쟁력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70~80년대였다. 당시 일본은 미국 전자 부품 시장의 70~80%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했다. 미국 브랜드라도 일본 부품이 없으면 TV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시장을 호령하던 파나소닉, 소니, 도시바 등 일본 자체 TV 브랜드의 위상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년 전 브라운관 TV에서 LCD TV로 시장 중심축이 이동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올레드(OLED) TV가 대중화하면서 일본 TV 브랜드의 경쟁력이 대폭 약화했다.
이에 일본 업체들은 박리다매식 점유율 경쟁에 몰두했으나,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과 저가 전략을 펼치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하며 수익성이 대폭 악화했다. 결국 2012년 히타치제작소가 일본 내 TV 생산을 중단했고, 2018년에는 도시바가 TV 사업을 하이센스에 매각했다. 2024년에는 미쓰비시전기가 TV 판매를 종료했고, 최근에는 소니마저 TV 사업을 분리해 중국 TCL과의 합작회사로 이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사실상 파나소닉이 일본 대형 가전사 중 TV 자사 생산을 유지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남게 된 것이다.

韓-中 TV 기업들의 경쟁 구도
최근 중국 TV 제조업체들은 일본을 넘어 한국 기업의 입지까지 위협하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전 세계 TV 출하량 합산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넘어섰다. 특히 TCL은 지난해 12월 출하량 기준 16%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월 대비 4%P 하락한 13%에 머물렀다.
이처럼 중국과 한국의 희비가 교차한 배경에는 시장 상황의 근본적 변화가 꼽힌다. 현시점 선진국 TV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급속도로 판매량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세계적으로 TV 보급률이 높아지며 수요가 대폭 줄어든 탓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아시아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등 비교적 TV 보급률이 낮고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신흥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중국이 TV 제조 원가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LCD 패널 공급망을 장악하고, 반도체 등 핵심 부품까지 내재화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에 펼칠 수 있는 전략이다.
한국 기업들은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신흥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OLED와 고급 LCD 기술을 내세워 경쟁력 및 수익성 유지에 힘쓰고 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가격이 뛰며 생산 원가가 확대되고, 중국 기업들이 고도화한 LCD TV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까지 침투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프로모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중이다. 이 같은 전략은 당장의 판매량 증대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