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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뚫고 유입된 150억 달러, 5년 만에 ‘역대급 매수세’ 터진 배경

미·중 갈등 뚫고 유입된 150억 달러, 5년 만에 ‘역대급 매수세’ 터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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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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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식 밸류에이션 매력도 재평가
중국 정부 ‘테크 굴기’ 지원 사격 주효
증시 부활 총력전, 지정학 변수 여전

미·중 무역 갈등의 파고 속에서도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과 홍콩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5년 만에 최대 수준의 관심을 드러냈다. 미국 증시의 고점 인식과 중국 테크 기업의 저평가 매력이 맞물리면서 서구권 자본의 대규모 회귀가 일어난 결과다. 여기에 홍콩 증시의 상장 심사 단축 등 제도적 혁신과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적 돌파구도 글로벌 자금을 끌어당기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서도 수익성을 쫓는 자본의 논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서구권 자금 본격 회귀 신호탄

24일(이하 현지시각) 다국적 은행 BNP파리바스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4분기 아시아 주식을 90억 달러(약 12조8,000억원) 순매수해 연간 총 800억 달러(약 114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이 가운데 19%에 해당하는 150억 달러(약 21조4,000억원)는 중국 또는 홍콩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홍콩 투자는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작년 4분기 순매수로 전환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 한 해에만 28% 급등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상승분 16%를 상회했으며, 미국의 중국·홍콩 주식 보유액 역시 4,150억 달러(약 593조원)로 전년(2,800억 달러·약 400조원) 대비 48% 증가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대외적 환경 속에서도 자본의 논리가 실질적인 수익률과 저평가 매력을 따라 움직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내 대형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설문에 참여한 투자자의 90% 이상이 “중국 주식 시장에 대한 노출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 증시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서구권 자금의 본격적인 회귀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투자자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이나 생명공학 등 신흥 산업 분야와 새로운 소비자 기업에 주목하며 중국 내 저평가된 혁신 자산을 탐색한다고 밝혔다. 로라 왕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높은 수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 복귀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면서 “향후 추가적인 자본 유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주식 시장 육성과 경제 안정을 위해 점진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악의 시기가 지났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미국 주식 시장의 과대평가에 대한 우려와 자산 재배분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퍼리스의 크리스 우드 글로벌 주식전략책임자는 홍콩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현재 미국 주식 시장은 고점을 찍었으며, 이에 따라 유럽과 중국 주식을 매수하는 게 더 유리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내 미국 비중이 67.2%까지 확대됐다는 점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209%를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요가 중국·홍콩 시장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골적 기업 밀어주기→ 투자 수익률 상승 

중국 내부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산업 육성책이 주효했다. 특히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다각도 지원이 기업의 성장세를 부추기며 투자 유인을 높였다. 중국 데이터분석기관 완더인포메이션 집계에서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2,858억 홍콩달러(약 52조원)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수 역시 전년 대비 70% 이상 늘어난 117곳을 기록하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을 제치고 글로벌 IPO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본토 상장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홍콩 금융시장에는 파격적인 지원을 단행하며 이중적인 전략을 구사 중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4월 “홍콩 내 주요 중국 기업의 IPO를 지원하고, 홍콩과 본토 거래소 간의 주식 거래 연결에 대한 규정을 완화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에 따라 선강퉁과 후강퉁을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대상이 확대됐고, 부동산투자신탁(리츠)도 교차거래 대상에 포함됐다. 홍콩거래소 역시 시가총액 100억 홍콩달러(약 1조8,000억원) 이상의 우량기업에 대해 상장 심사 기간을 30영업일로 대폭 단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외에도 홍콩거래소는 지난해 5월 기술 기업 전담 지원팀을 신설하고 초기 단계 기업의 보안 유지를 위한 비공개 상장 심사 제도를 도입하며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했다. 그 결과 홍콩 증시에 입성한 기업의 상당수는 정보·기술 및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됐다. AI 기반 신약 개발사인 인실리코메디슨을 비롯해 디지털 트윈 분야의 51월드, 가사 로봇 개발 기업인 원로보틱스 등이 홍콩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테크 굴기의 선봉에 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에도 최대 3,200억 홍콩달러(약 58조원) 규모의 IPO가 성사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 AI 테마주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AI발 공포로 흔들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알리바바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이목을 집중시킨 AI 기업 미니맥스그룹은 지난 1월 상장 후 488%에 달하는 상승세를 기록했고, 놀리지아틀라스테크놀로지 또한 524% 급등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비런테크놀로지와 몽타주테크놀로지 역시 각각 80%와 98%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며 시장의 기대를 충족했다. 차루 차나나 삭소마켓 수석 투자전략가는 “중국은 AI를 어떻게 사업화할지 초점을 맞춘 덕분에 투자심리 변화에서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았다”고 분석했다. 

자금 회귀-대만 해협 긴장 사이 줄타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중국 정부는 빠져나간 서구권 자금을 되찾기 위해 증시 부양 총력전에 돌입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홍콩 및 중국 주식시장이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업그레이드 및 정책적 지원 확대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투자 매력을 높였다”고 짚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중국 주식은 미국과 유럽 주요 선진국 대비 35% 이상 할인된 수준이라는 평가다. 윌리엄 퐁 베어링자산운용 홍콩 및 중국 주식팀 대표는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는 장기 투자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라며 “구조적인 반등 국면에 진입한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매우 유리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대형 IPO도 줄줄이 예정된 상태다. 중국화공집단공사의 농업 자회사 신젠타는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 규모의 상장을 검토하며 시장의 수용 능력을 확인 중이며, 바이두 계열의 AI 칩 계열사인 쿤룬신 역시 홍콩 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하며 기술 기업들의 홍콩 집결 기류를 강화했다. 이는 중국 IB 업계에도 커다란 기회다. 지난해 홍콩 IPO 시장에서 중국계 IB가 차지한 주관 수수료 비중은 70%에 육박했으며, 전체 규모는 5억7,900만 달러(약 8,300억원)에 달했다. 

홍콩 금융당국도 이에 발맞춰 자본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홍콩거래소는 매매호가 폭 축소 등 상장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 효율성과 유동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홍콩 증시의 상장 대기 기업은 488개사에 달하는데, 이러한 공모 모멘텀은 홍콩이 중화권 기업들의 핵심 달러 조달 창구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본토 자금의 홍콩 주식 거래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동성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은 홍콩 시장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증명하며 중장기 전략의 토대가 되는 양상이다. 

다만 이러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대만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은 자산 가치의 반등을 제약하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서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계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서구권 투자자들의 장기 체류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동한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정책 효과는 물론 대외적인 갈등 해소 여부를 주시하며 중국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결국 중국의 증시 부활 전략은 핵심 생산기지이자, 금융 거점으로서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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