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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안전지대 무너진다" 걸프국 민간 인프라까지 번진 이란 공세, 중동 내 글로벌 투자자·자금 이탈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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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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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공항, 국제선 운항 재개 이틀 만에 재차 이란 공격 받아
민간 인프라 훼손된 사우디·UAE, 물밑에서 이란에 보복 단행
중동 떠나는 글로벌 투자자들, '금융 허브' 두바이도 입지 잃어

쿠웨이트 국제공항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인해 재차 마비됐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란이 미군 군사 시설을 넘어 걸프 국가들의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며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정세 변화 속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험 지대로 전락한 걸프 지역에서 벗어나 안전한 대체 투자처로 속속 자금을 옮기고 있다.

위험 지대로 전락한 쿠웨이트

3일(이하 현지시각) 쿠웨이트 국방부의 사우드 압둘아지즈 알아트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오늘 쿠웨이트 국제공항의 제1터미널이 적대적 이란 드론 여러 기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이달 1일 국제선 운항이 재개된 지 이틀 만에 다시 공격을 받은 것이다. 쿠웨이트 당국에 따르면 이날 쿠웨이트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13발과 드론 17대를 요격했지만, 일부 드론이 공항 시설에 도달하면서 제1터미널 건물을 비롯한 공항 인프라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아울러 인도 국적자 1명이 사망하고 최소 63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현장 직원과 이용객 다수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 국영 KUNA 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 항공 당국은 안전을 이유로 공항의 모든 항공편 운항을 즉각 중단하고, 착륙 예정이던 항공기들을 인근 대체 공항으로 회항시켰다.

이란이 쿠웨이트 국제공항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말 쿠웨이트 국제공항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제1터미널 일부가 파손된 바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항 직원들도 부상을 입었다. 3월 말에는 공항 레이더 시스템이 드론 작전에 휘말려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4월에는 드론 공격의 여파로 공항 연료 저장 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공습으로 인해 당국은 수차례 공항 운영을 제한하거나 전면 중단해야 했으며, 국제선 운항 재개는 수개월간 지연됐다.

쿠웨이트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걸프 지역 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사이에 자리한 전략적 요충지인 데다, 미국의 주요 군사 기지와 물류 거점이 위치해 있음에도 중동 분쟁의 직접적인 전장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성을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인식한 주요국 기업 및 투자자들은 쿠웨이트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걸프 지역의 차세대 금융·상업 허브로 떠오르던 국가가 순식간에 중동 분쟁 최전선에 놓인 위험 지대로 변모한 셈이다.

중동 내 확전 위기감까지 고조

이란은 쿠웨이트 외에도 다수의 걸프 국가에 공습을 단행 중이다. 역내 미군 기지를 넘어 각국의 민간 인프라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공세에 휘말린 대표적인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꼽힌다. 사우디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직후인 2월 말부터 본격화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최대 석유 정제 시설 중 하나인 아람코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이후로도 샤이바 유전, 베리 유전 등 에너지 시설을 정조준한 공습이 잇따랐다. UAE에서도 항만, 공항, 데이터센터 등이 연이어 표적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E는 전쟁 초기부터 수천 기에 달하는 이란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국가는 물밑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실시했다고 전해진다. 중동 내 전면전을 우려하며 군사 개입을 꺼리던 걸프 국가들의 대응 기조가 변화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로이터통신은 서방 관리 및 이란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해 이란 영토를 상대로 여러 차례 비공개 공습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공군이 3월 말 수행했다고 알려진 이 공격은 사우디가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UAE 역시 방어적 입장에서 벗어나 직접 군사 행동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UAE는 미국·이스라엘과 공조해 이란 내 군사·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수십 차례의 공습을 실시했다. 공격 대상에는 페르시아만 라반섬 정유 시설과 아살루예 석유화학 단지, 케슘섬 군사 시설 등이 포함됐다. 특히 4월 초 실시된 라반섬 정유 시설 공격 작전은 대형 화재로 이어져 이란의 생산 능력 상당 부분을 마비시켰다고 전해진다. 주요 걸프 국가들이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로 자리매김하며 역내 긴장감이 빠르게 고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 중동서 사실상 등 돌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 같은 중동의 정세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 한때 전 세계 부호들의 ‘천국’으로 통하던 두바이다.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UAE 인구 1,200만 명 중 부유층 외국인 및 그 가족은 300만~400만 명에 달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미 두바이를 떠났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드론이 두바이 한복판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한 결과다. 이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의 도미닉 볼레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과 관련해 “최근 몇 주 사이 UAE 거주자의 타국 이민·체류 제도 문의 건수가 4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이미 이란은 두바이를 겨냥해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2월 28일에는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두바이 팜 주메이라의 페어몬트 더 팜 호텔에 화재가 발생했고, 두바이 마리나와 부르즈 칼리파 인근 주거 지역에도 파편이 떨어져 부상자가 나왔다. 같은 날 부르즈 칼리파와 함께 UAE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부르즈 알 아랍 역시 요격 과정에서 생긴 파편으로 피해를 봤다. 이어 3월에는 두바이 주재 미국 영사관 인근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으며, 두바이 국제공항도 이란의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이러한 긴장은 미국과 이란의 일시 휴전 이후에도 지속됐다. 지난달 두바이 상공에서는 이란발(發) 미사일 요격으로 인한 폭발음이 울렸으며, 주민들에게는 대피 경보가 발령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두바이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동의 분쟁에서 한발 비켜선 '안전지대'라는 두바이의 이미지 자체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글로벌 자산가와 투자자들은 지역을 선택할 때 세금 혜택보다도 정치·안보 안정성을 중시한다"며 "특히 부동산과 금융 자산은 한 번 자금이 빠져나가면 대체 투자처에 정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이어 "두바이, 쿠웨이트 등 중동 금융 허브 전반이 위험 지대로 전락한 현시점에 싱가포르, 런던, 취리히, 모나코 등으로 이동한 자금이 중동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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