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美 부채 위기에 흔들리는 달러 패권, 글로벌 금융 질서 대전환

美 부채 위기에 흔들리는 달러 패권, 글로벌 금융 질서 대전환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윤은주
Position
기자
Bio
정확한 사실 확인과 심층적인 맥락 분석을 통해 독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제시합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모든 정보를 꾸준히 검증하여 신뢰할 수 있는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美 국가 채무 폭증, 기축통화 달러 신뢰도 구조적 위기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약달러 기조, 달러 패권 지위 위협
글로벌 사우스·브릭스 독자 결제망 연대, 실물 자산 확보

미국의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겹치면서 수십 년간 이어온 달러 패권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기축통화의 근간인 제도적 신뢰가 정책적 리스크로 흔들리는 사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디지털 화폐 인프라와 독자적 결제망을 구축하며 탈달러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 점유율 하락과 금 매입 확대라는 객관적인 지표는 세계 금융 질서가 복수의 통화와 자산이 공존하는 다극화 시대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레이 달리오 "美 부채 폭증, 기축통화 신뢰 위기"

1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현재 미국의 부채 상황을 "기축통화에 대한 글로벌 신뢰 위기"로 규정했다.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JEC)에 따르면 현재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는 38조5,600억 달러(약 5경5,960조원) 수준으로, 최근 1년 사이에만 2조3,500억 달러(3,410조원) 급증했다. 특히 연간 순이자 비용이 1조 달러(약 1,450조원)에 달해 미국 정부 지출 항목에서 국방비를 제치고 2위(1위는 사회보장)로 굳어졌다. 달리오는 이러한 부채 문제가 발행 기관의 상환 능력과 정책적 일관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국채 발행량은 급증하는 반면 이를 수용할 민간 및 해외 수요가 부족한 '매수자 공백(Buyer Vacuum)' 상태가 금리 변동성을 키우고 달러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달리오는 지난 15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현재를 자신의 저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위한 원칙'에서 제시한 '거대 순환(Big Cycle)'의 마지막 국면인 '6단계 구간'으로 규정했다. 이는 약 250년 주기를 따르는 제국의 흥망성쇠 과정에서 기존 질서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그는 과거 스페인 제국이 과도한 군비 지출과 부채 상환을 위한 화폐 남발로 쇠퇴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미국의 재정적 불균형이 과거 체제 붕괴 직전의 양상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1933년 금본위제 일시 정지나 1971년 닉슨 쇼크처럼 부채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할 때마다 국가가 통화 체제라는 경제적 약속을 변경해 온 전례가 채권자들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리오는 거대 순환을 추동하는 핵심 동인으로 △부채 문제 △내부 분열 △대외 갈등 △자연재해 △기술 변혁 등 다섯 가지 구조적 힘(Five Big Forces)을 제시했다. 미국 상위 1%가 자산의 31.7%를 보유한 극심한 양극화와 미·중 패권 경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균열이 자연재해 및 AI 혁명과 맞물리며 제국의 체력을 시험한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법정화폐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섬에 따라,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기능을 상실한 채권 대신 인플레이션 방어가 가능한 대체 자산으로 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금 가격은 작년에만 약 65%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 말 온스당 5,110달러(약 740만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부채 상환을 위해 통화 발행에 의존할수록 달러 구매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자본 보존을 위한 대체 자산 이동이 빨라질수록 달러 패권의 쇠퇴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약달러 기조와 연준 독립성 위기, 흔들리는 달러 패권

달리오가 지적한 신뢰의 문제는 달러 가치와 통화정책 운영 방식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며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대학교 교수는 지난 3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강연에서 "달러 패권을 지탱해 온 기반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가 짚은 달러 패권의 토대는 안보 중심의 하드 파워, 제도와 법치에 대한 신뢰, 그리고 연준의 독립성이다. 그는 달러의 국제적 위상이 단순히 미국 경제 규모에 따른 부산물이 아니라, 안보 우산과 제도적 신뢰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관세 정책 확대와 정책 결정 과정의 혼선,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이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약달러 지향 정책과 연준의 독립성 위기는 기축통화의 안정성을 흔드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수지 적자 해소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인위적인 달러 가치 하락을 정책적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발신해 왔다. 이는 수십 년간 미 재무부가 고수해 온 강달러 원칙과 상반되는 행보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부여받은 금융 안정 유지 책임을 더 이상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부채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금리 인하 압박은 연준의 의사결정이 경제 데이터가 아닌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키운다.

로고프 교수는 저서 '달러 이후의 질서'를 통해 이러한 시도가 달러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닻 역할을 해온 연준이 독립성을 잃을 경우 위기 상황에서 초래될 경제적 파장은 과거보다 훨씬 클 것이라 진단했다. 당장은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평소 보이지 않던 제도적 균열이 한꺼번에 드러나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로고프 교수는 부채 위기에 대응하는 미국의 선택지를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우선 증세와 지출 삭감이라는 원칙적인 대응이 있다. 다만 현재의 정치적 여건상 실행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부채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과 정부 규제로 민간 금융기관에 저금리 국채 보유를 강제하는 금융 억압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이 중 금융 억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로고프 교수는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배제할 수 없는 수단인 부분적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정책적 리스크는 실제 시장 지표의 악화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달러 투자 심리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달러 가치는 지난해 9%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며 4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했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를 더 이상 무위험 자산이 아닌 정치적 불확실성이 결합된 위험 자산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로저 할람 글로벌 금리 책임자는 역사적으로 낮았던 달러 헤지 비율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으며, 슈로더의 캐롤라인 후드릴 멀티에셋 펀드 매니저는 해외 달러 보유자들이 자본을 본국 통화로 되돌리는 송금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달러 지배력의 변화를 시사했다.

글로벌 사우스·브릭스 주도 탈달러화 가속, 다극화되는 금융 질서

이 같은 달러의 지배력 약화는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주도하는 탈달러화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기축통화를 앞세운 금융 무기화에 대응해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실질적인 움직임이다. 인도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중동, 아프리카 등을 아우르며 전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이 거대 진영은 달러 자국 통화 결제를 늘리고 독자적인 대체 결제망을 구축하며 단일 체제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러한 다극화 흐름은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원유 결제 관행의 변화와 새로운 디지털 결제망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십 년간 달러의 지배력을 뒷받침해 온 페트로달러 체제에 실질적인 균열이 생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중국과의 거래에 페트로위안을 도입하면서, 원유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고 그 자금을 다시 미국 자산에 투자하던 기존의 선순환 구조가 와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아랍권 독자 결제 플랫폼인 BUNA와 산유국 협력체 걸프협력회의(GCC)의 실시간 결제 시스템 AFAQ는 달러를 거치지 않는 역내 금융 통합을 가속하며 무역과 투자의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달러 중심의 스위프트(SWIFT) 체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는 지난해 말 기준 거래 규모 2조3,000억 달러(약 3,330조원)를 돌파하며 안착했고, 국제결제은행(BIS) 혁신 허브와 중국·홍콩·태국·UAE 중앙은행이 공동 추진하는 다국적 결제 플랫폼 mBridge 프로젝트는 작년 한 해에만 555억 달러(약 80조원)의 거래를 처리해 시험 단계 대비 2,500배라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실제 금융 지표 역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하향 곡선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56.92%를 기록해 199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각국 중앙은행이 한 해 동안 863톤의 금을 매입하며 달러를 대신할 실물 안전 자산 확보에 주력한 점도 글로벌 자산 다각화 흐름을 방증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달러가 과거 미국의 군비 지출과 무역 적자로 신뢰가 저하됐던 1950년대나 197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배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유로화의 점유율 회복과 위안화의 부상, 가상 화폐의 확산을 주요 변수로 꼽으며 현재 56% 수준인 달러 점유율이 10년 뒤 45~50%, 20년 뒤에는 40%까지 하락해 통화 다극화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미국의 금리가 연준의 인하 사이클 진입으로 격차를 좁히게 되면 이러한 이탈 흐름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미래의 통화 질서는 특정 단일 통화가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복수의 통화와 실물 자산, 디지털 인프라가 공존하는 다원적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윤은주
Position
기자
Bio
정확한 사실 확인과 심층적인 맥락 분석을 통해 독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제시합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모든 정보를 꾸준히 검증하여 신뢰할 수 있는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