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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연준 의장 레이스 ‘라이더 vs. 워시’ 압축 양상, 민간 카드가 앞선 이유

차기 연준 의장 레이스 ‘라이더 vs. 워시’ 압축 양상, 민간 카드가 앞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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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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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준 내부 후보군 존재감 약화 흐름
경험에서 비롯된 금리 인식·정책적 시각
케빈 워시 카드엔 제한적 금리 인하 전망
릭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사진=릭 라이더 X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 인선을 둘러싼 관심이 예측시장(베팅) 흐름을 중심으로 빠르게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베팅 플랫폼에서는 시장 전문가 릭 라이더(Rick Rieder)가 선두로 부상하며 연준 내부 인사 중심이던 구도에 변화를 불러왔다. 인선 시점이 가까워진 가운데 그의 과거 발언과 시장 확률이 맞물리며 후보 압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다만 과거 연준 이사로 위기 국면을 경험한 케빈 워시(Kevin Warsh)의 존재감 역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이번 인선 구도를 둘러싼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제시되는 상황이다. 

지명 확률 절반에 근접

27일(이하 현지시각) 베팅 플랫폼 Kalshi에 따르면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확률은 최근 48%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던 수치는 불과 수주 만에 급격히 상향 조정됐다. 반면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워시 전 연준 이사는 31%로 밀려났고,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는 8%,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6%에 그쳤다. 

라이더 CIO의 지명 확률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가 발언과 맞물리며 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 행사에서 라이더를 가리켜 “매우 인상적(Very impressive)”이라고 평가했고, 이후 베팅 시장의 곡선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후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 생각엔 거의 한 명으로 좁혀졌다”고 답해 선택지가 줄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 발언에서 특정 인물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확률 변화는 민간 출신 카드에 유리하게 작용한 모양새다. 

시장은 기존 연준 내부 후보군이 한꺼번에 밀려난 배경에 정치적 신뢰와 정책 거리두기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직접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겨냥해 “그들(연준 의장)은 자리에 앉기만 하면 변한다”는 발언으로 공개적인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은 백악관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불평이란 평이 주를 이뤘지만, 월가는 이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평이 역설적으로 차기 의장에게 정책 판단의 자율성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 의장 인준 과정과 독립성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는 점도 시장의 시선이 민간 인사로 이동하게 된 또 하나의 요인이다. 파월 의장을 둘러싼 수사 이슈로 상원 인준 절차 자체가 불확실해지면서 특정 정치 진영과의 거리 문제가 후보 평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채권 시장에서 경력을 쌓은 민간 인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한 발 떨어진 인물로 인식됐다. 라이더 CIO의 급부상은 이 같은 인식이 다소 추상적인 관측을 넘어 실제 선택 가능성으로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경제 회복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 역설

라이더 CIO는 연준이나 학계, 재무부 관료 조직을 거치지 않은 전형적인 비(非)관료 출신 인물이다. 경력의 출발점은 리먼브러더스로, 그는 20여 년간 이곳에서 채권·금리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시장 중심의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독립해 R3 캐피털 파트너스를 설립·운영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해당 회사가 블랙록에 인수되면서 블랙록에 합류했다. 이러한 경로는 중앙은행 내부 승진이나 정책 관료 트랙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금리 정책의 파급력을 피부로 느껴 온 인물”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같은 평가는 그가 금리를 비롯한 정책 환경을 평가하는 데 일종의 명분을 부여한다. 그는 지난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 시장은 사실상 멈춰(stuck) 있다”고 표현하며 금리 수준이 주택 거래와 공급, 차입 비용을 통해 가계 부담으로 전이되는 경로를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주거비와 차입 비용이 고정수익 시장의 대표적 실물 전이 채널이라는 점을 앞세워 금리 환경이 바뀔 때 정책 판단의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영역이 주택 시장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8월 투자자 노트에서도 라이더 CIO는 “금리 인하 판단의 근거가 노동부 고용보고서에서 거듭 확인된다”고 짚으면서 “이제 논점은 ‘금리 인하 여부’ 자체보다 ‘인하 폭이 어느 정도인지’로 옮겨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간 일자리 증가 폭이 10만 명을 계속 밑도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준으로선 금리 인하 외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라이더 CIO의 발언들은 중장기 경제 지표의 누적 흐름과 분포를 근거로 정책 선택지의 제약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이후 지난해 말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를 통해 공유한 글에서는 “미국의 총체적 성장 지표가 가계의 재정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상위 10%의 소득 계층이 하위 40%의 소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소득·소비 분포를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라이더 CIO는 미국 경제 성장의 궤적이 고소득 소비자와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연준의 제약적 금리로 많은 인구와 경제의 많은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는 사회 균형과 폭넓은 경제적 탄력성 회복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제도적 연속성에 무게 두는 워시

다만 시장은 라이더 CIO의 급부상에도 워시 전 이사의 연준 재입성 가능성을 높게 남겨뒀다. 그가 연준 이사를 지낸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양적완화(QE)가 동시에 전개된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인하하고 대규모 자산 매입에 나섰는데, 워시 전 이사는 정책 결정 테이블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중장기 부작용을 함께 목격한 인물로 분류된다. 연준 퇴임 이후에는 UPS를 거쳐 현재 쿠팡Inc 이사회에서 활동 중이다. 중앙은행 정책과 민간 기업 경영 환경을 모두 경험한 이력은 위기 대응 경험과 제도적 연속성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워시 전 이사의 인식은 과거 발언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는 “연준은 뉴스의 주인공이 돼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은 지루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는 통화정책이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약속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나아가 워시 전 이사는 “인플레이션은 외부 충격이나 일시적 요인보다 정책 선택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중앙은행이 과도한 개입으로 불확실성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은 정책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태도로 정리된다.

이 같은 성향은 향후 금리 경로 전망에서도 상당 부분 반영된다. CNBC가 월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워시 전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경우,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25bp(1bp=0.01%)씩 두 차례, 총 50bp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연방기금금리(FFR) 역시 올해 3% 수준까지 하향 조정돼 내년 말까지 유지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1% 수준 금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비교적 견조한 거시 지표가 자리한다. CNBC 설문 기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로 예상되며 연준이 통상 잠재 성장률로 간주하는 수준을 소폭 웃돌았다. 동시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말 2.7%, 2027년에는 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기적으로 목표치에 접근하는 흐름을 보였다. 아울러 실업률 또한 연말까지 4.5%로 0.1%p 상승한 뒤 내년에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하보다 정책 신뢰 유지에 무게를 두는 선택지가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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