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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잠 동맹’ 전초기지 한화 필리조선소, 역량 확보에만 20년 소요

‘한미 핵잠 동맹’ 전초기지 한화 필리조선소, 역량 확보에만 20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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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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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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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조선소, 핵잠 건조 한계론 제기
역량 확보에만 수십 년 걸릴 '험난한 산'
미국의 원천 기술 유출 우려도 걸림돌
미 해군의 주력 공격 핵잠수함인 버지니아급 잠수함(SSN)이 작전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사진=미 해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핵추진잠수함 공동 건조 구상을 제시한 가운데,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전초기지로 지목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별개로 미국의 견고한 보호무역 장벽과 핵기술을 안보 성역으로 간주하는 폐쇄적 시스템이 거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필리조선소의 인프라 미비와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해 핵잠 건조 역량을 갖추는 데만 2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인프라·인력 태부족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디펜스프라이어리티스(Defense Priorities)의 라일 골드스타인(Lyle Goldstein) 박사는 최근 미 해군연구소(USNI)가 발행하는 군사저널 프로시딩스(Proceedings) 기고문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한미 공동 건조에 대한 회의론을 내놨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인프라와 인증의 부재'를 지목하면서 "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에 특화된 곳으로, 핵 물질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Certification)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한국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본인 이름을 딴 ‘트럼프급 전함’ 부활을 골자로 한 ‘황금함대(Golden Fleet)’ 계획을 발표하며, 호위함(Frigate) 건조 파트너로 한국의 한화오션을 지목했다. 같은 날,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는 “미 해군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선언했다.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황금함대 계획의 배경에는 미 해군이 직면한 잠수함 생산 병목(bottlenecks) 문제가 있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매년 최소 2척의 버지니아급 공격핵잠수함을 건조해야 하지만, 일렉트릭보트(Electric Boat)와 뉴포트뉴스(Newport News) 등 기존 조선소의 인력난과 설비 제약으로 실제 건조 속도는 연평균 1.2척에 그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 공백을 보완할 대안적 생산 거점으로, 지난해 1억 달러(약 1,430억원)에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제시했다. 한화오션 측은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인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 잠수함 생산 지연을 완화할 추가적인 건조·공정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골드스타인 박사는 "핵잠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만 최대 20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오르기에는 너무 가파른 언덕(Steep hill to climb)"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현실화되기엔 산업적 기초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안 문제도 난관이다. 핵잠 기술은 미 해군 전력의 '왕관의 보석(Crown Jewels)'으로 불리는 최고 기밀로, 오커스(AUKUS) 동맹국인 영국·호주와 달리 언어 장벽이 존재하고, 비(非)앵글로색슨 국가에 대한 기술 이전 우려가 미 군부 내에 여전하다.

미국 조선 산업의 붕괴도 발목을 잡는다. 현재 미국 내 조선소들은 기존 계약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인력 수급에도 "엄청난 고전(Struggling mightily)"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잉여 자본과 노동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한국과의 공동 건조 프로젝트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 실제 필리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미 훈련함의 인도가 예정보다 몇 개월이나 지연되고 있는 배경에도 미국 조선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작용했다. 오랜 기간 군함과 상선 발주가 줄어들면서 숙련공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품질 관리 절차가 약화된 것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정박 중인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호/사진=한화오션

상선만 만들던 필리조선소, 공급망 붕괴 문제 해결 어려워

다른 전문가들도 황금함대 계획에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디펜스뉴스 출신 크리스 카바스(Chris Cavas) 해군 전문 기자는 미국 내 규제를 최대 난관으로 꼽았다. 그는 “군함 건조에는 수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레이더, 센서, 무기, 엔진들을 모두 다른 업체들이 만든다”면서 “조선소는 배에 설치해야 하는 이러한 장비들의 납품을 모두 통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악화된 미국의 (붕괴된) 공급망을 다루는 건 거대한 문제다.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라고 했다.

카바스는 미국 연방정부가 조달하는 물품의 경우 부품의 60~75%를 미국산으로 써야 하는 ‘바이아메리칸법(Buy American Act)’을 거론하며 “한국에서 부품을 더 잘 구할 수 있다고 하면 미 의회 의원들은 ‘그 부품들을 클리블랜드에 있는 내 지역구 회사에서 사길 원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알다시피 조선소는 이를 거부할 통제권이 없다”고 했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한국의 저렴하고 품질 좋은 철강, 엔진, 기자재를 가져와 조립하는 데 있지만 미 해군 군함을 납품하려면 바이아메리칸법에 따라 납기도 느리고 비싼 미국산 철강과 엔진, 레이더 등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군함 건조 경험이 전무한 상선 위주의 조선소가 숙련공 부족과 공급망 붕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릭 랩스(Eric Labs) 미 의회예산국(CBO) 해군 전력·무기 선임분석관은 “한화오션의 최신 경영 기법이 미국 조선업을 부분적으로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외국 경영진이 들어온다고 해서 미국의 높은 임금 구조, 간접비, 미국산 조달 부품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의 임금 수준은 미국의 60% 정도고, 중국은 그보다 훨씬 더 낮다. 선박 건조 비용의 40%가 인건비인 상황에서 (값비싼 미국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한) 이는 극복하기 엄청난 부담이며, 상대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필리조선소에서 새로운 호위함을 건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는 필리조선소가 호위함 설계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과 선박 건조를 신속히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라며 “상업용 선박이 아닌 군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인력 규모와 다양한 숙련 기술자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한화의 원잠 진출 야심도 안보 성역 앞 한계

한화오션이 선언한 ‘미국 핵잠 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제기된다. 제임스 홈즈(James Holmes) 미 해군대학(Naval War College) 해양전략 석좌교수는 “미국 시민권자조차 핵 관련 보안 인가(Security Clearance)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냉전 시절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인 도시바(Toshiba)의 기밀 유출 사건을 언급했다. 도시바가 소련 해군에 잠수함 소음을 줄이는 데 기여한 제조 기술을 이전하는 바람에 소련 잠수함을 탐지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홈즈 교수는 “이 때문에 수출 통제가 미국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고, 국방 공동체 내에서는 간첩 행위와 불법 기술 이전의 결과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어졌다”며 가까운 “동맹국에도 보안 인가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의심의 대상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실제 미 핵잠의 원천 기술을 관리하는 통제탑인 NAVSEA 08(미 해군 원자력 추진국)은 동맹국에조차 기술 접근을 불허하는 ‘외국인 열람 금지(NOFORN)’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내 한국 소유 조선소에서도 원자력 추진이나 전투 체계 등 핵심 기술 공정에는 한국 엔지니어들이 접근조차 못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홈즈 교수는 또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한국이 자체 핵잠의 건조를 추진한다고 해도 이를 필리조선소에서 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대한민국 해군을 위한 핵잠을 건조하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필리조선소가 과거 해군의 원자력 추진과 관련된 작업을 수행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기술적·정치적 이유를 모두 고려할 때 한국이 핵잠을 건조하게 된다면 이는 한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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