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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소부장경쟁력위)를 개최해 소부장 정책 방향 변화를 두고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소부장경쟁력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응한 소재‧부품‧장비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며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집중하였던 소부장 정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는 취지 아래 시작되었다.
해외에만 의존했던 소부장 수입, 각국 규제 조치 극복하며 변화 꾀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소부장 수입에 의존해왔다. 2018년 10월 한일 간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 직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수출을 중단했다. 당시 국내는 전량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공장은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본격 발표했다. 또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해 수많은 소재‧부품‧장비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에 국내에서는 일본의 규제에 대응하며 소부장 1.0전략을 발표하고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를 건립해 기업들의 에러사항을 해결했다. 또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해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100대 품목 공급 안정화,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소부장 전문기업 육성, 강력한 추진 등 예산‧금융‧규제 특례 지원 등의 분야를 총동원해 공급망을 재편했다.
그러나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해 각국 봉쇄 조치로 교역이 멈추고, 중국 수입에 의존해오던 자동차 핵심 부품인 ‘와이어링하네스’가 수입 중단되어 현대자동차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한파 및 가뭄으로 인한 기후변화 역시 공급망에 차질을 주었다. 결국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 내 제조업 생산 기반을 유치하고,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등 공급망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수출주도로 성장한 나라이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리스크로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과감한 재편을 이어왔다.
소부장 정책 1.0은 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단기적인 방향이었지만 2.0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위기에 맞서는 중장기적 전략으로 변모했다. 공급망 관리 대상 품목을 300대 이상 품목으로 늘리고, 핵심전략기술 및 빅3(big3) 산업에 투자하며, 기업 성장 단계를 구분하고 육성전략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대를 꾀했다. 마침내 추 부총리는 소부장 정책 대상을 일본 주력 산업 중심이 아닌 세계와 첨단 미래 산업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일본 수입 의존도는 줄었지만 중국은 여전해
소부장경쟁력위는 그동안 소부장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한 뒤 향후 5년간 소부장 산업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과거 일본 수출규제와 교역 중단 사태에 대응했던 소부장 정책을 통해 수입 의존도는 2022년 상반기 15.4%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상반기 29.6%를 달성했다. 이로써 작년 중국이 요소 수출을 규제하며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 대중교통, 농업 분야, 물류대란, 유류 공급망 마비 등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고난이도 기술 적용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 중심의 지원체계는 작년 하반기 문제가 된 요소와 같은 범용품 또는 광물에서 추출되는 원소재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경상수지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중간재(소재·부품), 자본재(장비)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소부장 정책 3.0? 경상수지 구조적 개선 위해 국산 제품 육성, 글로벌 공급망 변모 필요
이번 정책 방향은 크게 ▲전 세계와 첨단미래산업으로의 정책 대상 확대 ▲공급망 종합지원체계 구축 ▲소부장 산업 글로벌화 지원으로 나뉘었다.
먼저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던 100대 핵심전략기술을 150개로 확대 및 개편하겠다고 전했다.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모델을 총 9건 승인해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을 조기 사업화하고, 국내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요소 등 중요도가 높은 범용품과 원소재도 ‘소부장공급망 안정품목’으로 별도 선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주력산업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췄던 소부장 R&D를 앞으로는 신산업 R&D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사업화와의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 수요기업과 국내 공급기업 간 협력도 확대해 수입보다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글로벌 공급망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주요 수입품목의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소부장 수출 기회로 활용하는 ‘글로벌 소부장 진출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며 “민간 주도 협력 하의 생태계 확산 및 글로벌 공급망 위기 징후 조기 파악 모니터링 체계 등도 차질 없이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 분야와 유형을 확대하고 협회 등을 통한 발굴 방식에서 공고를 통한 공개모집으로 전환하겠다”며 “행정 절차 지원 전담 기관을 통해 공급기업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8월 경상수지가 30억 5,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례적으로 무역수지가 94억 9,000달러 적자, 상품수지 역시 2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소부장 정책 개편을 통해 고환율로 확대된 상품수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소부장을 국산화하고, 50%가 넘는 중간재 수입 비중을 낮춰 가격 리스크를 줄이며, 핵심전략기술 재편에 나서 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인 소부장 구조를 바꿔 경상수지를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시도는 그동안 해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적 전략을 넘어 국산 제품의 수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 정부에서 해왔던 정책을 디딤돌 삼아 목표한 것처럼 공급망 안정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