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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녹지는 경기도 내 조성녹지의 23%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수치다. 이런 아파트 녹지를 ‘그린인프라’로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민간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원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이 이러한 내용을 담아 ‘아파트 녹지의 재발견, 도시의 핵심 그린인프라로 활용하자’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는 도시에서 전략적 계획 또는 지역적 관리대상인 보전⋅녹지지역의 네트워크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물순환이 가능한 지역 △공원 △정원 △녹지지대 △옥상녹화 △가로수 등을 폭넓게 포함하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그 중요성이 커졌다. 아파트 녹지는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이미 도시의 중요한 '그린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파트 녹지 면적은 관련법 개정 및 제도 도입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파트 녹지의 관리를 위한 법과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이 도입되었지만, 녹지관리 관련 사항은 미비한 것이 현실이며 돈을 들여 관리하지 않는 아파트 녹지는 결국 그 양과 질적 가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녹지 연간관리비는 1㎡당 827원으로 도시공원의 연간관리비의 ¼ 수준으로 매우 낮다. 또한, 아파트 녹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부족으로 수목 건전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아파트 녹지는 이미 도시의 핵심 그린인프라, 그에 적합한 관리 수준 필요
전국의 아파트 면적의 29.5%가 경기도에 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면적으로 그에 따라 아파트 녹지 면적도 가장 크다. 2020년 기준 경기도 내 조성녹지는 208.8㎢로 도시공원 97.8㎢, 시설녹지 63.2㎢, 아파트 녹지 47.7㎢로 구성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파트 녹지 면적은 오산시 면적(42.7㎢)보다 크고 여의도 면적(2.9㎢)의 16배를 넘는 크기로 전체 조성녹지의 23%를 차지한다.
아파트가 많은 지자체에서는 아파트 녹지가 도시공원과 시설녹지보다도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데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이러한 아파트 녹지에 대한 이용과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아파트 옥외공간 관련 연구에서는 입주민의 1일 평균 옥외공간 이용시간이 약 30분으로 그중 녹지 내 산책로의 이용시간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시민의 도시공원 평균이용시간인 주당 2~3시간과 비슷한 시간이다. 하지만 녹지관리에 대한 입주민의 낮은 인식과 사유지라는 이유로 공공의 무관심 속에서 아파트 녹지는 도시의 중요한 그린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관리되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녹지, 따라오지 못하는 제도
한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관련법 개정으로 지하주차장이 확대되기 시작한 2000년 들어 아파트 내 녹지 면적이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20년간 36㎢ 규모의 아파트 녹지가 조성됐으며, 최근 5년간 조성된 면적은 11.9㎢로 0.2㎢ 크기 100개의 근린공원 녹지면적과 같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공동주택단지 리모델링 사업, 1기 신도시 재건축, 3기 신도시 조성 등을 고려한다면 도시공원의 증가속도보다 아파트 녹지의 증가속도가 빠를 전망이다. 전체 아파트 녹지 중 40.2%에 해당하는 19.1㎢의 녹지가 지난 10년간 조성됐으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아파트 녹지는 지난 20년간 5년마다 평균 43.2%씩 증가했으며 2001년 이후 조성된 아파트 녹지가 전체의 75.6%를 차지한다.
하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공공의 관심이 부족해 공동주택단지 내 녹지관리를 위한 법과 제도는 미흡하다. 아파트 녹지에 관한 법률은 「건축법」에서 정한 의무조경면적 관련 사항만 존재할 뿐이다. 도시의 핵심 그린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는 아파트 녹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는 없다.
경기도 아파트 단지의 관리비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아파트 연간관리비의 약 4.7% 정도만 녹지관리에 사용되며, 단위 면적당 관리비도 도시공원 유지관리비의 1/4 수준(827/1㎡)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중요한 그린인프라에 적합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완공 후 5~10년 이내 아파트의 녹지 관리비용이 특히 높은데 이는 녹지관리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절감을 할 수 있도록 과도한 가지치기를 특정 시기에 시행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녹지관리 현장을 조사한 결과, 일시적으로 발생한 현안 해결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이 소요되는 형태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다. 특히 예산 절감을 위한 관리방식으로 인해 녹지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 안전문제로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도시 그린인프라에 대한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는 시대에 아파트 녹지에 대한 관리 소홀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간의 이용목적으로 조성된 녹지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입지 △조성 후 경과 기간 △수목 종류 △이용목적에 따라 관리되어야 조성목적에 맞게 기능할 수 있으며 관리가 소홀할 경우 녹지 기능성이 낮아진다. 연구원은 “아파트 녹지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도시 내 그린인프라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며 “이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민간, 중앙정부, 지자체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지원사례 늘고 있으나 재능기부 차원에 그쳐
이와 함께 도시의 핵심 그린인프라 차원의 아파트 녹지관리 방안으로 △공동주택 녹지의 조성과 관리사항을 공원녹지기본계획, 도시숲기본계획 등과 함께 장기적으로 도시계획 관련법에서 다룰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정비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통해 명확한 녹지관리 규정 마련 △‘경기도 공동주택단지 수목관리 지침’을 제정해 기초지자체·공동주택단지 관리자·녹지관리 사업자 등이 활용 △중앙정부·지자체·민간의 역할 분담 △거버넌스를 통해 관련 정책의 효율적인 추진 등을 제시했다.
아파트 녹지가 많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녹지관리 지원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조경 관련 사업은 대부분 전문가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되며 사업대상지의 선정, 지원 규모에 대한 기준과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따라서 자발적인 조경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 지자체,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장기수선계획 수립 대상으로 73개 항목을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 조경시설물은 포함되었으나 녹지는 없다. 김한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녹지가 가지는 그린인프라로서의 공공성에 집중하고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이 각각 책임 있는 모습으로 아파트 녹지에 대한 지원정책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