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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항의도 엄마가 대신” 직장까지 따라온 헬리콥터 부모, Z세대 ‘업무 부적응’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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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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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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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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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개입, 성인 자녀의 독립성과 직업적 신뢰 훼손
신입사원 조기 해고 사유로 지목된 근태·소통·피드백 수용 능력
과잉보호로 약화한 자율성, 직장 내 책임 회피로 표출되기도

표1. Z세대 직장생활에 개입하는 ‘헬리콥터 부모’ 주요 사례

개입 단계주요 사례기업 측 우려
입사 지원채용 담당자에게 지원서 진행 상황 문의, 취업 박람회에서 자녀의 이력서 대신 제출구직 의지와 독립성 부족
채용 면접화상 면접에 함께 참여하거나 화면 밖에서 답변 조언의사소통·상황 대처 능력 검증 곤란
근무 관리건강보험 문의와 병가 연락을 부모가 대행기본적인 직장생활 수행 능력에 대한 의문
성과 평가기대에 못 미친 평가를 받은 이유를 부모가 회사에 직접 문의피드백 수용과 문제 해결 역량 부족
해고 대응지각·무단결근으로 해고된 성인 자녀의 복직 요구회사와 직원 간 공식 소통 체계 훼손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제티(Zety)

미국 기업들이 성인 자녀의 입사 지원과 성과평가, 해고 절차에까지 개입하는 ‘헬리콥터 부모(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부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태 불량과 소통 능력 부족, 피드백 거부 등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신입사원의 기본기 결손을 둘러싼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부모의 과잉보호가 책임감과 자기조절 능력의 형성을 가로막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패와 갈등을 직접 수습할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직장에서도 판단과 책임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등 가정의 양육 문제가 기업의 인사관리 비용으로 전가되는 양상이다.

해고 통보 뒤 걸려온 직원 어머니의 전화, 자녀 대신 면접·병가 챙기기도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헬리콥터 부모들이 성인이 된 Z세대 자녀의 입사 지원부터 해고 대응, 성과 평가까지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인력 파견 업체 최고운영책임자(COO) 스티븐 클라크는 최근 24세 남성 직원을 해고하는 데 두 번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해당 직원은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 첫 주에 네 번이나 지각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본인에게 해고를 통보했지만 몇 시간 후 그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다가 거절당하자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 클라크 COO는 "이건 회사와 당신 아들 사이의 문제"라며 "그는 성인 직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화상 면접이나 채용 행사에서도 부모의 개입이 잇따르고 있다. 인사 담당자들은 지원자와의 화상 면접이나 복리후생 협상 등 까다로운 대화가 오가는 통화 도중 부모가 화면 밖에서 몰래 앉아 답변을 조언하거나 관여하는 모습을 목격한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해 자녀의 지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가 하면, 취업 박람회에 딸의 이력서를 들고 찾아와 구직 의사를 전한 부모도 있었다.

직장에 들어간 후에도 부모의 입김은 계속된다. 한 하드웨어 유통 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지난해 성과 평가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받지 못한 Z세대 직원의 어머니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럴 땐 '자녀에게 회사와 직접 얘기하라고 권유하라'고 안내한 뒤 자녀와의 직접 소통을 유도한다"고 전했다.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건강보험 옵션을 문의하거나, 성인 자녀의 병가 전화를 대신 걸어주는 사례도 있다. 미 온라인 이력서 플랫폼 제티(Zety)가 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취업 면접에 부모와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부모들은 고용 한파와 자녀들의 사회적 불안감, 인맥을 통한 도움 등을 이유로 들지만, 기업 채용 담당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인사 관리자들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지원자의 독립성 부족을 드러내며, 채용 후에도 회사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업무 현장에서 드러난 기본기 결손

헬리콥터 부모 논란 이면에는 Z세대 신입사원의 업무 역량을 둘러싼 기업의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다. 요즘 직장에서 Z세대는 애물단지다. 미국 교육·취업정보 플랫폼 인텔리전트닷컴이 지난해 8월 신입 채용에 관여하는 기업 임원과 관리자 9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자를 채용한 기업의 75%는 일부 또는 전부의 채용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60%는 해당 연도에 뽑은 최근 대졸자 가운데 적어도 일부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채용 실패 원인으로는 동기와 주도성 부족이 50%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직업의식 부족이 46%, 의사소통 역량 부족이 39%, 피드백 수용 곤란이 38%, 문제 해결력 부족이 34%로 뒤를 이었다. 근무 시작 시간에 자주 늦는다는 응답은 20%, 회의 지각은 18%, 과제 제출 지연은 15%였다. 이처럼 기업들이 문제로 지목한 항목의 상당수가 고도의 전문기술보다 근태와 의사소통, 납기 준수, 지시 이행 등 직장생활의 기본 규범에 집중됐다.

우선 Z세대는 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터라 ‘언택트(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입사 초기에 재택근무를 했다. 이로 인해 상사나 고객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인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UKG가 주요 12국의 Z세대 3,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가 “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전자기기 사용도 의외로 서툴다.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복사기·스캐너 같은 사무용 전자기기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지 못해 위축되는 ‘테크 셰임(tech shame)’을 겪고 있다. 특히 Z세대라면 각종 전자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것이라는 주변의 선입견을 의식해 처음 접하는 기기나 프로그램 사용법을 묻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형식을 갖춰 이메일 보내는 법을 모르는 Z세대도 적지 않다. 휼렛패커드(HP)가 지난해 세계 주요국 직원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20대 직원 다섯 명 중 한 명은 사무용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반면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40대 이상 직원은 25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반복되는 Z세대의 업무 부적응, 확산하는 ‘폐급 세대론’

물론 일부 조사만으로 Z세대 전체의 업무 능력을 재단할 수는 없다. 어느 세대에나 업무 역량과 직업 의식이 떨어지는 구성원은 존재한다. 그러나 기업의 불만이 주도성, 피드백 수용, 감정 조절, 책임 이행 등 비슷한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개인의 기술 부족을 교육으로 보완할 수는 있어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까지 기업이 대신 교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스타트업 경영자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Z세대를 ‘폐급 세대’라고 부르는 거친 표현이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특정 연령집단 전체를 모욕적인 언어로 규정하는 방식은 정당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없으나, 채용 이후 확인되는 기본기 결손과 반복되는 갈등이 기업 현장에서 일시적인 세대 불평을 웃도는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과격한 멸칭의 확산은 세대 전체의 무능을 입증하지 않지만, 관리자가 체감하는 업무 부적응의 누적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는 평가다.

‘조용한 퇴사’부터 ‘의식적 언보싱’까지

그동안 Z세대의 직장 행동은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중심으로 설명돼 왔다. 조용한 퇴사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채 근로계약에서 요구하는 업무만 수행하고 추가적인 헌신을 거두는 행태를 뜻한다. 시장조사기관 갤럽은 2022년 미국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이와 같은 비몰입 상태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전 연령층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특히 Z세대의 업무 몰입도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갤럽 조사에서 Z세대의 업무 몰입도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포인트 하락했고, 적극적 비몰입 비율은 6%포인트 상승했다. 원격·혼합근무를 하는 젊은 근로자 가운데 회사가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안다고 답한 비율도 40%를 밑돌았다.

관리직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의식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도 Z세대의 달라진 경력관을 보여주는 사례다. 직원 참여도 조사 전문기업 엔펄스의 토마시 슈클라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조사 결과 Z세대 가운데 고위 관리직을 맡아 상사가 되고 싶어 하는 비율은 약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젊은 직장인들이 관리직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승진 이후 늘어나는 책임과 업무 부담이다. 관리자는 경영진에게 사업 목표 달성 여부를 보고하는 것은 물론 팀원들의 업무 성과와 동기 부여, 심리적 안정까지 책임져야 한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의사결정 부담과 근무시간도 함께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정이 미룬 책임 교육, 기업이 떠안아

이 같은 행태는 일과 승진을 바라보는 Z세대 특유의 가치관으로 설명돼 왔지만, 전문가들은 원인의 일부가 성장 과정에 있다고 본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실패와 갈등을 대신 처리한 탓에 성인이 된 뒤에도 책임을 직접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직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생활에 필요한 기본기는 입사 교육 몇 차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약속을 어긴 뒤 불이익을 감수하고, 잘못을 지적받은 뒤 이를 수습하며, 불편한 상대와 직접 대화하는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앞선 헬리콥터 부모 사례처럼 부모가 매번 앞서 사과하고 항의하고 협상하면 자녀는 판단과 수습 능력을 익힐 기회를 잃는다. 과잉보호가 반복될수록 책임을 감당하는 역량도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다.

학술 연구에서도 이런 양육 방식과 청년층의 부적응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어덜트 디벨롭먼트(Journal of Adult Development)'에 실린 메타분석은 18∼29세 청년 4만6,365명을 다룬 53편의 연구를 종합했다. 연구 결과 헬리콥터식 양육을 강하게 체감한 청년일수록 불안·우울 등 내면화 증상이 많았고, 학업 적응도와 자기효능감, 자기조절 역량은 낮았다. 캐나다 대학생 491명을 조사한 2024년 연구에서도 부모의 과잉 개입을 많이 경험한 학생은 진로 적응력이 낮고 자기 의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부모가 성인 자녀의 면접과 성과평가, 해고 절차에 개입하는 행위는 가족 내부의 과잉보호가 직장 질서로 이어진 사례다. 부모는 자녀를 돕는다고 여기지만 기업은 이를 독립성과 책임감 부족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잘못을 인정하고 불이익을 감수하며 당사자가 직접 문제를 수습하는 훈련이 빠진 가정교육은 취업 이후에도 흔적을 남긴다. 가정에서 끝냈어야 할 책임 교육을 기업과 동료가 뒤늦게 떠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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