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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들의 교수 직군 평균 초봉은 약 6천만원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다. 2010년에 국내 S대학 교수직을 제안받았던 한 해외대학 교수는 당시 6천만원의 연봉을 제안받고 생활이 어렵겠다는 판단에 해외대학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국내의 모 명문 사립대학 교수도 주말 강의, BK21 프로젝트 등을 통해 추가 수입을 얻고 있으나, 고교 동기 중 의대에 진학했던 경우와 비교하면 급여 수준에서 큰 폭의 차이가 있어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 도입되자 S대 공대 학생들 상당수가 유학, 취직 대신 의전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수, 삼수를 해서 의대를 갔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당시 S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마친 학부 동기들이 대기업에서 받는 연봉을 비교해보면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결론을 얻는다"고 말했다. 대기업 임원급으로 승진한 학부 동기가 세전 연봉 2억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인 반면 의전원을 선택했던 본인은 실수령액만으로도 연간 4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의대 쏠림은 당연한 현상, 문제는 의대가 아니라 공대와 자연대
교육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을 의료계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대안으로 제시된 타 전공의 현재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S대 공학 박사 학위를 마치고 모 대기업에 연구원으로 취직한 한 공학 연구직 관계자는 학부 때는 물론이고 석·박사 학위 내내 교수님들이 주는 프로젝트에 치이다 보니 급하게 논문을 썼을 뿐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고급 수학, 통계학 도구들을 익힐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외 유학을 선택해 미국의 S대, M대 등의 글로벌 최고 명문대학에 진학한 동기들이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전해 들으며 좌절감이 심했는데, 졸업 후 연구직을 찾으면서 평생 정부 프로젝트만 하다가 공학 연구자 생활을 마감하겠다는 괴로움이 밀려왔다고 밝혔다.
박사 학위를 마치고도 다시 박사 시절에 공부했었어야 하는데 할 수 없었던 지식들을 배우기 위해 해외 대학의 고급 온라인 교육 과정을 찾고 있다며 다시 학부 시절로 돌아가면 의전원을 선택하거나 혹은 박사 유학을 선택했었어야 한다는 후회감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대 쏠림 현상은 이미 한국 대학 교육이 사실상 붕괴한 상황에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꿈을 좇기보다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쪽으로 몰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졸업률이 절반 이하로 내려갈 만큼 고급 교육 해야 인재 양성 가능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높은 졸업률'을 꼽았다.
해외 명문대학처럼 시간 부족을 항상 느낄 수밖에 없을 만큼, 고급 교육이 이어지고 그중 살아남는 일부만 졸업할 수 있도록 해 줘야 대학 교육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데, 한국은 사실상 입학만 하면 쉽게 종업할 수 있다 보니 입시 부정이 더더욱 심해지는 데다 대학 교육 자체가 내실이 부족하다 보니 '학위 장사'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석궁 사건'으로 유명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학부 3, 4학년 교육의 대부분은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이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대학들이 졸업률을 높여야 대학 순위와 등록금 수입 등을 유지할 수 있으니 학생들 중 극소수만 실력을 갖춘 채 학부를 졸업한다고 설명했다.
S대 학부 시절 1년간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현재는 미국의 로스쿨을 졸업해 현지에서 변호사로 재직 중인 박주연 변호사는 "영국에서 1년간 숨도 못 쉬면서 공부했는데 미국 로스쿨에서도 항상 체력 부족을 느꼈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압박감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출연 기술이전 지원보다 정출연 인력 수준부터
지난해 12월 국회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정출연') 실사를 통해 정출연의 기술이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정출연의 수익성 개선 및 구성원들의 연봉 인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외 대학 박사과정을 마친 후 국내에 귀국한 한 관계자는 "연구의 수준이 높아야 기업들이 구매하려고 한다"며 "대부분 장롱 특허 수준인 연구를 하고 있고 정부 프로젝트라는 게 그렇게 단기로 보고서용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시간을 들여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라는 의문을 냈다.
이어 "한국에서 설령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해도 동료 연구원들이 기본적인 수학, 통계학 모델들을 몰라 협업을 포기하고 해외 연구소에 있는 박사 시절 동기들과 대화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의견도 냈다. 국내 학계 관계자들은 "한국 왔으면 연구 포기하고 정부 프로젝트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대학교수들 사이에 만연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출연 박사들의 연봉 수준이 낮다는 주장에도 "해외로 치면 학부생들이 하는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연봉을 더 높게 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강도 높은 평가를 내기도 했다. 정출연 인력들이 매년 100여 명씩 조직을 떠나 기업, 학교, 혹은 창업 등을 이어가는 것도 고급 인력일수록 조직의 한계를 빠르게 느끼고 다른 살길을 모색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성과가 안 나오면 인력을 더 투입하는 공학적 접근을 벗어나 내부 인력의 역량을 재점검하는 경영학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