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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투자 회피하며 제자리걸음 중인 정부, 중·소형 VC 전문성 강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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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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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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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소벤처기업부

실물경기 둔화와 세계적 고금리 영향으로 올 1분기 벤처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했다. '투자 혹한기'라는 단어가 들어맞는 시기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중소형 벤처캐피탈(VC)과 액셀러레이터(AC)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VC 중심의 벤처투자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투자 생태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럼 개최한 중기부·VC협회, "함께 위기 대응해 나갈 것"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이하 VC협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벤처캐피탈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엔 이영 중기부 장관, 윤건수 VC협회장,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부사장,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 김태훈 티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포럼은 고금리·고물가 등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벤처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VC 업계와 정부가 함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1분기 벤처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은 각각 5,696억원, 8,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6%, 60.3% 감소했다.

최근 벤처투자가 급감한 건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번 투자 혹한기를 '투자 재원의 부족'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해결책 마련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협회장은 "정부가 신성장 산업 분야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초기 단계 투자 활성화 및 소형 VC를 위한 모태펀드 증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모태펀드에서 AC나 소형 VC는 상당히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김진영 대표에 따르면 AC 기관의 경우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1억원~3억원가량을 조달하는 게 전부다. 이 같은 상황에서 AC나 소형 VC들이 지속적으로 펀드를 결성하고 회수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는 게 업계 측의 입장이다.

중·소형 VC도 나름의 역할 수행할 수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투자 혹한기가 지속될수록 오히려 중·소형 VC의 일거리가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김태훈 대표는 "중·소형 VC는 저희처럼 투자 경력이 15년 이상 되는 사람들이 독립해서 만든 곳도 있지만, 특정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만든 경우도 있다"며 "이런 VC들엔 다양한 혁신 초기기업과 산업군을 발굴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역설했다.

작은 VC일수록 특정 산업 출신의 전문가로 구성된 경우가 많아 신규 사업을 일으키는 스타트업들에 당장 눈에 보이는 지분 비율 이상으로 사측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특정 산업에 몸담고 있던 이들의 경우 관련 직종에 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 단순히 자금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세일즈 네트워크를 뚫어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소형 VC들의 가능성을 정부가 제대로 알아차려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VC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김태훈 대표는 "자사가 최근 공제회 출자사업에 도전했으나 결국 선정되는 건 운용자산(AUM) 2,000억원~3,000억원 수준의 대형 VC더라"며 "출자사업을 매칭할 때 소형 VC만의 역할이 있는데, 그것이 감안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 측은 이미 실행 중인 중소기업에 대한 80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에 더해 금융위원회와 함께 추가 자금 지원, 규제혁신 등 벤처·창업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에 업계는 불만과 불안감을 표한다.

정부의 위험회피 심리, VC 발전에 걸림돌 돼

정부의 '위험회피' 심리가 높다는 점도 주요 지적 대상이다. 모태펀드 출범 당시부터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스타트업 등 위험 부담이 큰 자산을 회피했고, 이로 인해 국내 VC들은 다양한 외부자금(유한책임사원, LP)로부터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를 결성하기 어려워졌다. 물론 정부 차원의 모태펀드 조성이 정부 재원으로서 시장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다른 LP들의 VC 조합 결성 참여를 높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자금 등이 VC 총 투자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0~20% 내외에 불과하다.

VC의 경우 LP로부터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없으며, '위험회피' 성향이 짙은 LP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LP는 공적자금 성격이 강해 투자에 실패할 경우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수적 투자 성향을 주로 띄게 된다.

국내 자본시장이 해외에 비해 공저연기금 및 정책금융기관의 출자 비중이 높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이 같은 출자는 국내 자본시장의 단기간 성장에는 도움이 됐으나, 한편으론 국내 자본시장의 협소한 수요 기반을 반증한다. 또한 연기금과 정책금융기관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 즉 위험회피 심리가 국내 자본시장에 반영돼 개인 투자시장도 위험 회피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국내 PEF(Private Equity Fund, 사모펀드)의 낮은 레버리지 비율과 회수가 용이한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것) 투자의 비율이 높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소형 VC, 각자의 전문성 키워 '전문 VC'로 거듭나야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중·소형 VC가 수준에 맞는 정보 제공 및 분석은 물론 경쟁력 있는 기업을 가려내는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투자자는 해당 기업이 투자할 가치가 있는 기업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금의 흐름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전문성 없는 VC로 인해 기업은 자사의 경쟁력을 시장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큰 잠재력을 지닌 기술에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VC는 그 잠재력을 볼 수 있는 경험과 네트워킹이 겸비된 통찰력, 확실한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VC가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투자에 임함으로써 단순 중·소형 VC를 넘어 '전문 VC'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전문 VC 매니지먼트를 순탄하게 운용하면서 VC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무조건 중·소형 VC를 살려달라 소리치기엔 시장이 너무도 커졌다. 범람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정 시장에 전문가로 뛰어들어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장관은 이번 포럼에서 "이미 실행 중인 중소기업에 대한 80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에 더해 금융위원회와 함께 추가 자금 지원, 규제혁신 등 벤처·창업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번 투자 혹한기는 투자 재원의 부족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금만 공급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다. 얼어붙은 자본시장을 녹여낼 '햇빛'을 과연 정부가 발굴해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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