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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에 맞설 日 자동차 연합전선” 혼다·닛산 SDV 협력 확대, 도요타도 부품 규격 통일로 생태계 결집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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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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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혼다·닛산, SDV 경쟁력 확보 위해 협력 전선 강화
글로벌 완성차 업계서 SDV 중심 '디팩토 스탠더드' 구축 경쟁 벌어져
도요타, 日 완성차 업체들에 車 부품 규격 통일·공동 조달 방안도 제안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SDV의 두뇌 역할을 하는 차량용 운영체제(OS)와 전자제어장치(ECU)를 공동 개발해 투자 부담을 낮추고, 미국·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일본 자동차 업계는 범용 부품의 규격 통일 및 공동 조달까지 추진하며, 개별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부품 생태계를 하나로 묶는 협력 전선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혼다-닛산의 SDV 개발 전략

지난 26일 교도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혼다와 닛산은 오는 8월 공식 합의 도출을 목표로 기술 공동 개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차세대 SDV 시장에서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SDV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능을 제어·관리할 수 있는 차량으로, 운전, 엔터테인먼트, 통신, 안전 등 대다수 기능이 소프트웨어와 연결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신규 기능 등은 하드웨어 변경 없이 무선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배포된다.

양 사 협력의 핵심 목표는 OS 개발이다. OS는 부품과 시스템에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사령탑이자, 자동차의 편의성과 상품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여기에 혼다와 닛산은 OS에서 전달되는 명령을 바탕으로 차량 전체를 통제하는 핵심 부품인 ECU 역시 공용화할 방침이다. 기존 자동차는 엔진·브레이크 등 기능별로 수십 개에서 100개에 달하는 ECU를 탑재하지만, SDV의 경우 다양한 기능 업데이트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ECU가 필수다. 다만 SDV용 ECU 개발은 설계 난도가 매우 높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양 사의 협력 행보는 공통된 개발 기반을 마련해 투자 효율성 및 기술 개발 속도를 챙기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합병 무산됐지만 협력은 지속

시장은 혼다와 닛산이 합병 논의 결렬 이후로도 협력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추세다. 앞서 양 사는 지난 2024년 12월에 공동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양 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식으로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연합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업체2023년 판매량 기준)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일각에서는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가 협력 전선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협상은 출발 단계부터 양 사의 현격한 기업가치 및 재무 여건 차이로 인해 암초에 부딪혔으며, 이후로는 닛산의 구조조정 속도에 대한 이견도 두드러졌다. 이에 혼다는 공동 지주회사 구상을 수정해 닛산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닛산 이사회는 독립성과 브랜드 존속에 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양 사는 지난해 2월 경영 통합 관련 검토를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SDV 개발, 왜 중요한가

혼다와 닛산이 통합 논의가 무산된 뒤로도 SDV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소프트웨어 경쟁에서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 못지않게 플랫폼의 규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엔진, 변속기, 제동 장치 등 하드웨어 부품 중심이었지만, SDV는 차량용 OS, 반도체, 데이터 형식,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등을 중심으로 기능이 설계된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여러 차량이 동일한 소프트웨어 기반을 사용해야 하나의 서비스를 여러 차종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다.

SDV 시장에서 공통 API와 OS, 전자·전기 아키텍처가 마련될 경우, 외부 개발사와 부품업체는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에너지 관리 기능 등을 여러 브랜드와 차종에 빠르게 이식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이고, 생태계 참여 기업을 늘려 플랫폼의 활용 가치를 추가로 끌어올리게 된다. 향후 혼다와 닛산이 구축한 SDV 생태계에 미쓰비시, 도요타, 부품업계 등 일본 자동차 업계 주요 플레이어들이 동참할 시, 현지 SDV 공급망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묶이게 된다. 일본산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해외 부품사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해당 규격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유인이 커진다. 일본식 규격이 사실상의 업계 표준인 ‘디팩토 스탠더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표준 경쟁' 본격 점화

SDV 표준을 둘러싼 경쟁은 일본을 넘어 주요 자동차 생산국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에서는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현대모비스, 네이버, KT 등 65개 기업과 6개 연구 기관이 참여하는 ‘SDV 표준화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자동차 업체와 반도체·통신·전자·플랫폼 기업을 함께 묶어 각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되던 기술들의 접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협의체는 올해 내로 차량 API, 전자·전기 아키텍처, 데이터 규격 등의 표준안을 신속히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능형 커넥티드카, 자동차용 반도체, 데이터 보안, 차량용 인공지능(AI), LTE-V2X 통신 등의 국가표준을 동시에 정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먼저 상용화된 기술 규격을 국제 표준으로 확장하고, 중국 자동차 표준의 해외 적용을 늘리겠다는 야망이다. 미국은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엔비디아, 퀄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민간 기업이 각자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관망 중이다. 영국 반도체 업체 ARM이 주도하는 SOAFEE(Scalable Open Architecture for Embeded Edge)와 같은 국제 산업 연합은 특정 차량용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클라우드 기반 개발 구조 확립에 나서기도 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우선 개발·시험한 뒤, 서로 다른 반도체와 차량에 배포할 수 있도록 공통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日, 범용 부품 공급망 자립 시도

SDV 분야의 각축전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자체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범용 부품의 규격을 통일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도요타 부회장이자 일본자동차공업회(JAMA) 회장인 사토 고지는 최근 혼다, 닛산을 비롯한 일본 7개 주요 완성차 업체에 철강재, 와이어하니스, 수지 부품 등 차량의 성능이나 브랜드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품의 사양과 제조 기준을 공동화하자고 제안했다. 부품의 기본 규격을 통일하면 여러 업체가 동일한 부품을 함께 조달해 구매 단가를 낮추고, 설계·시험·재고 관리에 드는 비용을 대폭 경감할 수 있다. 특히 생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 등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과 같은 공급망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일본 자동차 생태계의 자생력은 눈에 띄게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본 자동차 공급망은 중국산 저가 부품에 사실상 잠식당하며 독자적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중이다. 지난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혼다가 중국 업체가 만든 섀시(차대)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며 "차의 가격이나 성능을 결정하는 기본 구조에 해당하는 섀시를 중국 업체에 맡겼다"고 보도했다. 도요타가 지난 3월 중국에서 발매한 전기차 ‘bZ7’의 외형 역시 중국 광저우자동차의 ‘A800’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모델의 전·후륜 사이 길이 등이 밀리미터(㎜) 단위로 일치한다는 지적이다. 닛케이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본 전기차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내용’ 측면에서 중국 차가 돼 가고 있다”이라며 "닛산과 마쓰다는 중국 부품을 쓴 차를 중국 외 지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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