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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20203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심사를 거쳐 10개 펀드를 선정했다. 이번엔 청년, 여성, 재도약,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2,787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운용사가 최종 선정됐다. 1차 출자사업엔 총 79개 펀드가 신청했으며, 경쟁률은 7.48대 1로 작년 3.45대 1 대비 2배 증가했다. 올해 민간 출자 기조가 더욱 보수적으로 바뀌며 투자업계의 모태펀드 출자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의 창업을 돕는 청년창업펀드는 3개로, 결성 금액 967억원 규모로 선정됐다. 특히 이 중 2개 펀드, 결성 금액 367억원의 경우 등록 3년 이하 신생·중소형 벤처캐피털(VC) 루키리그로 배정됐다.
이외 여성 창업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여성기업펀드는 결성 금액 260억원 규모로 편성됐으며, 사업재편·사업전환 승인기업과 폐업 사업주가 재창업한 기업 등에 투자하는 재도약펀드는 320억원, 소부장 분야 우수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소재부품장비펀드는 540억원, 중소·창업·벤처기업 인수합병(M&A)과 중간회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M&A 펀드는 7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얼어붙은 벤처투자시장, "1차 모태펀드론 택도 없어"
작년 하반기부터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벤처투자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에 중기부는 신속한 벤처펀드 결성과 벤처투자 공급을 위해 올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0여 일만인 1월 4일 1차 정시 출자사업을 공고했다. 이에 대해 이영 중기부 장관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워 모태펀드 출자가 정책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시기"라며 "투자 촉진 인센티브가 모태 자펀드에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자금 조달이 힘든 스타트업에 신속히 투자 자금이 공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출자한 1차 모태펀드의 액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모태펀드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발을 빼겠다고 선언한 상황인데, 여기서 민간 투자사가 나설 이유가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정부가 1차 출자 모태펀드에서부터 도전적인 시도를 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인지하고 즉각 수용에 나섰다. 한국벤처투자는 '23년 모태펀드 2차 출자 사업'을 접수, 여기서 총 88개 펀드가 모태펀드에 1조1,305억원을 출자 신청했다. 이번 2차 정시 출자사업의 경쟁률은 금액 기준 3.4대 1이다. 2차 정시 출자사업에선 각 분야당 △초격차 펀드 4,750억원 △창업초기펀드 4,075억원 △창업초기 루키 펀드 1,700억원 △초격차 루키 펀드 1,300억원 △스케일업·중견도약펀드 1,080억원 △일반세컨더리펀드 1,000억원 △lp지분유동화펀드 400억원 규모의 출자 요청이 접수됐다.
한국벤처투자는 신청 수요 중 모태펀드를 통해 총 3,3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며, 여기에 민간자금까지 더해지면 최종적으로 결성될 벤처펀드는 약 8,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모태펀드 출자 사업을 통해 1조원 이상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해 스타트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차후 한국벤처투자는 24개 내외 조합을 최종 선정해 선정된 운용사에 민간출자자 모집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대비 1조원 차이, 韓 벤처 생태계엔 정부 필요해
투자 침체로 인해 스타트업의 안주머니 사정이 점차 악화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즉각 보다 폭넓은 액수의 2차 모태펀드를 들고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벤처투자 업계에서 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비율은 매우 높다. 정부가 잠시 발 빼는 시늉을 하자 민간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그 결과 1조원에 달하는 액수가 벤처 업계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난해 중기부가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를 진행할 당시엔 1.3조원 규모의 벤처펀드가 최종 선정됐다. 모태펀드 출자 3,700억원과 함께 민간 출자금 약 9,481억원이 더해진 결과였다. 당시 벤처 생태계는 이 같은 정부 모태펀드의 마중물에 힘입어 활기를 띠었다. 특히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조성된 벤처펀드들은 다양한 기업의 탄생과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원활히 공급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2023년 1차 모태펀드 정시 출자에선 정부가 출자금을 1,500억 남짓 줄였고, 이에 대한 시장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민간 출자 펀드를 포함한 벤처펀드 규모가 지난해 1.3조원에서 올해 2,787억원으로 1조원가량 소멸해 버린 것이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될 이유다.
최근 3고(3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이어지고 해외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태펀드 출자는 정책의 마중물로서 기관 투자자 및 민간 펀드 출자를 이끌어야 할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최근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벤처 업계는 시름을 앓고 있다. 이번 정부 모태펀드가 벤처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