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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와 소송전서 '10개 쟁점 중 9개' 승리한 애플, '외부 결제 허용' 판결로 사실상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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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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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미국 법원이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대부분 쟁점에서 애플의 손을 들었다. 2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제9항소법원은 앱스토어에 대한 애플의 엄격한 통제가 연방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원심판결을 유지하기로 했다.

법원은 애플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앱스토어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구글과 같은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 업체와의 차별점이며, 결과적으로 앱 거래 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한다고 봤다. 단 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10개 주장 가운데 1개를 인정했다. 애플이 앱 개발사가 앱 내에 링크를 걸어 앱스토어 외부 결제 수단을 안내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10건 중 9건에서 승리했으나, '외부 결제 허용'을 막지 못하며 사실상 패배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차후 아이폰 앱에서 구독이나 디지털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든 앱 개발사는 고객을 애플과 무관한 외부 결제 웹사이트로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앱스토어 외부 결제 허용'한 법원, 승자는 에픽게임즈?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분쟁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애플은 운영 정책에 따라 앱 내 유료 결제가 발생할 경우 애플 앱스토어에 포함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액의 약 30%를 수수료로 받으며, 앱 이용자를 앱스토어 외부 결제 시스템으로 안내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 같은 운영 정책에 반발한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이 떼어가는 30% 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주장, 자사 최고 인기 게임인 포트나이트에 자체 인앱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이후 애플과 구글은 계약 위반을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퇴출했고,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이 앱 배포 독점권을 행사해 앱 개발사들에 불합리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며 2020년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전 세계 시장의 이목은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분쟁에 집중됐다. 판결에 따라 글로벌 앱 결제 시장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원심에 이어 항소심 역시 대부분 쟁점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준 만큼 현재 애플의 앱스토어 및 수수료 정책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판결 후 성명을 통해 "쟁점 사항 10개 중 9개가 자사에 유리하게 결정됐다"면서 이를 “대단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단 "한 가지 주장에 대해선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가 검토를 고려 중"이라고 덧붙이면서 차후 소송을 이어갈 가능성을 열어뒀다. 애플이 언급한 '한 가지 주장'은 사실상 이번 소송의 맹점이었던 '앱스토어 외부 결제 수단 허용'이다.

법원은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10개 주장 중 '앱스토어 외부 결제 허용'만을 인정했다. 이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법원이 기존 판결을 지지했지만, 애플의 외부 결제 금지 조항을 기각한 긍정적 판결로 인해 iOS 운영자들이 외부 결제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했다"며 패소한 9가지 쟁점 사항보다 승소한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핵심 쟁점인 외부 결제 부분에서 승리한 에픽게임즈가 사실상 소송의 승자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사진=에픽게임즈

앱마켓 '공룡' 애플·구글의 수수료 정책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관련 논란은 단순 애플과 에픽게임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정책에 반발하는 기업은 상당히 많다. 에픽게임즈 외에도 스포티파이 등 다수의 대형 정보기술(IT) 업체가 애플의 결제 및 수수료 정책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 온 바 있다. 애플이 1,60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시장을 독점하며 입점 기업에 지나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앱마켓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구글도 유사한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강행하며 시장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인앱결제 의무화로 인해 구글 앱마켓 ‘구글 플레이’에서 게임·콘텐츠 등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는 앱은 구글이 마련한 자체 결제 시스템인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필수적으로 도입하게 됐다. 이에 앱 개발사는 이용자가 인앱결제로 결제한 금액의 10~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납부하게 됐다. 단 앱 개발사의 선택에 따라 6~26% 수수료가 부과되는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은 허용된다.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인앱결제를 의무화하자 수수료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네이버 웹툰·웹소설 서비스의 유료 결제 수단인 '쿠키'의 가격을 들 수 있다. 쿠키란 네이버에서 만화/웹소설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한 유료 결제 수단으로, 충전 플랫폼(웹/앱)에 따라 가격 차이를 두고 있다. 웹에서 충전 시에는 쿠키 1개를 100원에 구입할 수 있지만, 앱에서 충전 시에는 1개당 120원에 구매해야 하는 식이다. 인앱결제 수수료로 인해 앱 내 소비자의 콘텐츠 이용료가 인상된 것이다.

업계에선 네이버웹툰이 '구글플레이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으로 한 자릿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본다.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은 인앱결제 강제로 시장의 비판을 받은 구글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방안으로, 구글플레이에서 월별 활성 설치 수가 10만 건 이상이면서 이용자 평점이 높은 동영상·오디오·도서 앱의 수수료를 15%로 낮춰주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결국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며 탄탄한 이용자층에 수수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대기업보다 영향력과 자금력이 약한 중소 앱 개발사가 가장 큰 피해자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수료 부담에 콘텐츠 서비스 이용료 줄줄이 인상, 이번 판결로 완화될까

상기 '쿠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그간 대부분 플랫폼은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왔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이후 콘텐츠 업계가 서비스 이용료를 줄줄이 인상한 것이 그 방증이다. 포문을 연 것은 OTT 업계였다. 웨이브는 당시 자사 안드로이드 앱에서 판매하는 구독 상품의 가격을 15%가량 올렸다. 비슷한 시기 티빙도 안드로이드 고객의 요금을 기존 요금제 대비 14~15%가량 인상했다.

음원 업계에서도 줄줄이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음원 플랫폼 플로는 구글플레이 앱 이용권 가격을 14% 인상했고, 바이브는 ‘무제한 듣기’ 이용권의 구글플레이 월 이용료를 16% 올렸다. 업계 점유율 1위인 멜론도 이용료를 10%가량 올리며 '인상 릴레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 애플의 외부 결제 안내 금지 정책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국내 앱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애플 앱스토어는 한국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앱 내 제3자 외부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개발자는 외부 결제 모듈을 연결할 경우 게임·콘텐츠 등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최대 26%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기존 인앱결제 수수료 30%보다 소폭 할인된 금액이다.

문제는 '병행결제'가 허용되지 않아 애플 결제 시스템과 외부 결제 시스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수료 절감을 통한 이익보다 3자 결제 전용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큰 셈이다. 결국 대부분 업체는 애플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이 국내에서 시행한 제3자 외부 결제 허용 정책이 사실상 '허울뿐인 상술'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내 애플 앱스토어의 높은 수수료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못했다. 상기한 '네이버 쿠키'의 사례처럼 웹과 앱 내 가격에 차이를 두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고,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앱마켓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앱 내에서 앱마켓 외부 결제 수단을 안내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수수료 부담이 전가되는 인앱결제를 사용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판결의 영향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애플,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를 낮추는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플랫폼 독점 규제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오가는 가운데, 앱마켓 '공룡'으로 불리는 구글과 애플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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