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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수 부진과 금리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 애로요인은 하반기에도 여전할 거란 분위기다. 특히나 올해 원자재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고착화된 인플레이션에 따라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대 경영애로 요인은 ‘원자재 가격’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지난 3~7일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3년 하반기 경기전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2023년 하반기 경기전망지수(SBHI)는 88.7로 올해 상반기(82.3)보다 6.4p 상승했다.
분야별로 보면 매출 SBHI는 85.2→90.7로 상승했고, 영업이익(82.6→88.5), 자금 사정(81.8→86.0)도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재고수준(102.0→100.6), 설비수준(97.4→96.8)도 개선될 거란 전망이 앞섰지만, 인력수준(85.1→87.7)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상반기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51.0%로 가장 높았고, 이어 내수부진(46.2%), 금리상승(30.8%) 등 순이었다. 하반기 경영 애로 요인도 원자재 가격 상승(46.2%)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내수부진(43.4%), 금리상승(28.6%) 순으로 높았다.
SBHI(Small Business Health Index)는 '매우 좋지 않다'부터 '매우 좋다'까지 답변을 다섯 개로 나눠 중소기업들에 향후 한 달 동안의 경기 전망을 물은 지수다. 지표가 100 이상이면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음을 뜻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원자재 가격은 하락 추세, 올해 들어 ‘10%’ 가까이 하락
중소기업들이 올해 최대 경영 애로 요인으로 꼽은 원자재 가격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유, 천연가스, 구리, 밀 등 23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Bloomberg Commodity Indices)’는 월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1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를 통해 “원자재지수가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돌아서는 등 원자재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현상과 더불어, 유럽의 산업활동 부진,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등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들어 1/3 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에너지 위기로 일찍이 고물가 현상을 겪었던 유럽연합(EU)에선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물가 지표가 급락하는 추세다. 독일의 경우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1%를 기록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국제유가 역시 2021년 하반기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 5월 70달러 밑으로 추락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현재 7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21년 하반기 평균 가격으로,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조치에도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시점 국내 경제 평가와 하반기 전망은?
올 상반기 우리 경제는 중기중앙회 설문 결과와 마찬가지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위축 등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됐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0.8%의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의 경우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제조업은 수출 부진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일각에선 최근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으로부터 회복 중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려했던 제조업 부진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물량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회복 중이며, 서비스업도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양호한 고용 여건과 지속 장기평균을 상회 중인 소비자심리지수 등으로 미뤄볼 때 현재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 하반기 국내 경제가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라 변동이 높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는 “대외적으론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여부와 주요국들의 고금리 지속 여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내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지속 여부, 소비 개선세 지속 여부, 반도체 산업 회복 시점 등이 추가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