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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스케일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28회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 육성 종합계획(2023년~2025년)'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종합계획은 「중소기업기본법」 제19조의2에 따라 3년 단위로 수립하는 법정계획으로, 앞으로 3년간 중소기업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벤처기업계는 이날 제시된 복수의결권 및 성과조건부주식(양도제한조건부주식, RSU) 특례를 통해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제별 맞춤 전략, 효과적 수행 위해 법 상시화는 '필수'
중기부는 이번 종합계획의 주요 과제로 ▲경제기여도 50+ 달성 ▲글로벌 중소‧벤처 강국 도약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을 꼽았다. 세 가지 주요 과제별 맞춤 전략은 글로벌, 디지털, 함께 성장, 위기 극복 등 4개 분야로 세분화해 제시했다. 중기부는 효과적인 전략 수행을 위해 2027년 일몰 예정인 「벤처기업법」을 상시화해 안정적인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저 중소·벤처기업들의 수출 지원을 위해 현재 전 세계 12개국 20곳에 소재한 수출 비즈니스인큐베이터(BI)를 금융, 기술, 프로그램 등을 종합 지원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바꾼다. 중기부는 올해 3월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UAE) 두바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GBC를 확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주요 해외 거점에는 중소벤처 주재관을 파견해 현지의 애로 사항에 귀를 기울일 방침이다.
흩어져 있는 수출기업 지정제도는 '글로벌 강소기업+ 프로젝트'로 통합해 1,000개사를 선정하고 집중 지원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최대 1억원의 수출바우처, 시중은행 10곳과 정책금융기관 8곳을 통해 금리 및 보증료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글로벌 벤처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세계 기준에 맞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해 첨단 분야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돕고 네거티브 규제 특례, 글로벌 수준의 실증 및 인증체계 구축, 투자·R&D 등 패키지 지원을 추진한다.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및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펀드는 연내 8조6,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은 콘텐츠 개발역량이 우수한 창의적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로컬콘텐츠 대학, 콘텐츠 기반 장인대학, 지역 창업가 양성프로그램 등을 개설해 인재를 육성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아이디어 발굴부터 창업 및 사업화, 성장에 이르기까지 육성 단계별 정책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날 박종찬 중기부 중소기업정책관은 "상생할 수 있는 신동반성장 모델을 발굴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쓸 것"이라며 "이번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정책영역별 세부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26년, 제자리걸음 '이제 그만'
그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던 벤처기업법은 처음 제정된 1997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세부 조항만을 고치며 일몰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해 2월 의결된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벤처기업 비상장주식의 시가를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시행령을 통해 합리적인 기업의 가치 평가를 도모했고, 12월 의결된 개정안에서는 벤처기업 현물출자 특례 대상 확대를 비롯해 스톡옵션 활용 및 신고 의무 강화 등을 제시하며 제도를 고도화했다.
이번 벤처기업법 상시화 추진에 벤처기업계가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금까지의 벤처기업법 개정은 기존의 법 조항을 대체하거나 현장의 관행을 공식화하는 수준에 불과해 '반쪽짜리 지원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날 제시된 복수의결권 및 RSU 특례는 보다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사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벤처기업법 상시화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특례는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법에 따라 무조건 주식 1주당 1개의 의결권만 가질 수 있었다. 이는 창업자가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보유 주식이 적어짐에 따라 의결권도 같이 적어지는 결과로 이어져 회사 경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질 때는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인정된다. 그동안 투자유치와 경영권 사수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던 벤처기업들은 복수의결권 특례를 통해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복수의결권 특례와 더불어 RSU 특례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스톡옵션의 매력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RSU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린다. 일정한 성과를 달성하는 경우에 한해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는 달리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여 고성과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부여 대상자의 범위나 수량 등에 한계가 없고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많은 기업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근속 기간과 성과 등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직원들의 강력한 업무 동기가 되기도 한다. 복수의결권이 창업주의 경영권 사수에 그 목적이 있다면, RSU는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효과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중기부는 현재 관계 부처와 RSU 도입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급물살 탄 복수의결권·RSU 특례, 활성화 위해선?
벤처기업계는 '벤처기업 스케일업 적극 지원'을 외친 정부의 뜻에 공감했다. 중기부의 발표 직후 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법 상시화가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부의 적극적인 벤처기업 지원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엔 남아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 먼저 코앞으로 다가온 복수의결권 특례 시행은 발행 기업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비롯해 자본시장 내 연착륙, 기업의 오남용에 대한 대책까지 두루 고려한 시행령 마련이 강조된다. RSU는 더 갈 길이 멀다. 현행법 내에서는 다소 까다로운 벤처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요건과 절차 완화가 선행되는 것은 물론, 세법에 규정되지 않은 세제 혜택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나아가 현재 국내에서 RSU를 도입한 기업이 2%대에 불과한 만큼 적극적으로 제도의 우수성을 알리고 각종 행정 절차를 도울 수 있는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