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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LBO 시장 회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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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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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상승에 따라 거래 비중이 뜸했던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가 올 하반기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1일(현지 시간) 기업 매각 거래 전문 분석 기관인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19%까지 비중이 떨어졌던 LBO가 최근 들어 다시 PE(Private Equity, 사모펀드)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8년 40%에 육박했던 PE들의 LBO 거래는 이자율 상승기를 겪으며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Add-on(기업을 추가 인수해 기존에 인수한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 Growth-Equity(위험성은 높지만 고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 PE보다 VC에서 일반적임) 등의 방식이 더 활성화된 상태였다.

연간 LBO, Add-on, Growth-Equity 거래 건 비중(2023년은 6월 30일까지)/출처=Pitchbook

은행들도 LBO 대출에 관심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멜리사 녹스(Melissa Knox)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은행 공동 대표에 따르면, PE들의 LBO에 대한 수요가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은행들과 대출 협상에서 우호적인 조건을 다수 넣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최근 이자율 상승세가 주춤해진 데다 기업 가치 평가 구조의 정상화를 비롯해 투자 집행이 안 된 투자금까지 늘어나면서 PE가 은행보다 협상에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초, 시카고 지역 대형 PE 중 한 곳인 GTCR은 월드페이(Worldpay)의 지분 55%를 LBO로 인수했다. 185억 달러(약 23조7천억원)에 달하는 인수 거래액 중 50억 달러(약 6조4,150억원)를 자기 자본으로, 84억 달러(약 10조7,772억원)를 차입액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 인수 금융 계획의 내용으로 알려졌다. 피치북에 의하면 지난 3월 이후 금리 상승이 정체되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LBO 지원에 나섰고, 최근 들어서는 은행과 개인투자자 비중이 비슷해졌다. 이어 IT 기업들에 대한 PE들의 투자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인수 금융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가치 평가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인 만큼,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는 것도 은행들이 LBO에 관심을 갖는 대목이다. 녹스 공동 대표는 IT 업계에서 최근 기업들의 합병이 증가한 데다 IPO(기업공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가치 평가에 대한 투자자 측의 불만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자율이 올해 하반기부터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LBO 확대를 예측하는 요소다. 변동금리 대출을 통해 LBO 인수 금융 자금을 마련하는 PE들의 특성상, 이자율 하락이 인수 금융의 수익성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외부 변수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LBO가 줄었던 이유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LBO가 확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LBO가 줄어들었던 것은 인수 금융이 금리보다 다른 외부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최근 LBO가 다시 확산되는 것 또한 단순히 이자율 하락 때문이 아니라,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건과 더불어 미국의 지방 은행들의 대출 구조화 상품 접근이 차단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기존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줬던 대출 구조화 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진 만큼, 대안으로 PE에 대한 대출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실제로 올 상반기 대출 구조화 상품의 절반 이상이 LBO 지원보다는 기존 대출 상환에 쓰였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처를 찾는 은행들이 다시 예전의 LBO 방식 대출에 나섰기 때문에 PE들의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CVC 캐피탈 파트너스도 지난 20일(현지 시간) 유럽-미국 9차 투자 펀드 290억 달러(약 37조2,070억원)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PE 역사상 최대 규모의 펀드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LBO 시장이 커지면서 PE들에게 점차 우호적인 투자 조건이 마련됨에 따라 내년까지 PE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다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LBO가 사실상 불법으로 취급되고 있기에 직접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 입을 모으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대출을 통해 국내 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꾸준히 있었던 만큼, 미국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도 매물을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전직 IB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넘치는 자본금이 아시아와 한국에 들어오는 데는 반년~1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며 미국 LBO 시장 회복세로 "내년 하반기부터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바이아웃(Buyout)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 기관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RB)는 이달 말 한 차례 더 베이비스텝(0.25%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사실상 금리 인상을 끝낼 것으로 예상했다. 사모펀드 업체 로페즈 & 그레이(Ropes & Gray)의 케이트 위더스(Kate Withers) 파트너는 "LBO는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라며 최근 들어 대출 조건이 변화되면서 사모펀드들의 자금 마련에 숨통이 트였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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