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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업계가 민관 합동으로 2025년까지 '8조원+α'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민관 정책펀드를 통해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CVC 업계에 마중물을 붓겠단 취지다. 다만 각종 규제가 여전한 상황인 만큼 펀드 조성 외에도 실질적인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CVC 펀드 조성 나선다
24일 산업부와 국내 CVC 42개사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CVC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고 CVC 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가 발표한 '산업 역동성 제고를 위한 CVC 활성화 방안'에는 △2025년까지 CVC 정책펀드 1조원 조성 △CVC 참여형 연구개발(R&D) 오픈이노베이션 추진 △CVC 투자기업의 성장지원 △CVC 제도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CVC 업계는 △1조원 정책펀드에 더해 7조원 규모의 CVC 펀드 추가 조성 △모기업·계열사를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검증 △시장개척 등 스케일업 전주기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CVC 투자 확대를 위해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적용받는 외부자금 조달 비율 제한, 해외투자 비율제한 등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민관 합동 펀드 조성에 대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대·중견기업과 벤처기업간, 주력산업과 신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로서 CVC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CVC 업계가 국내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방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관계부처와 함께 법령개정에 착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CVC 투자와 연계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확대하고, 모든 산업부 R&D의 기획·평가 과정에 CVC 참여를 확대하는 등 기술 수요자 중심으로 R&D 프로세스를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중물' 부었지만, 업계는 "글쎄"
CVC는 일반적으로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VC)을 의미하는데, 대기업 유보자금을 벤처 시장으로 끌어들여 민간 주도의 경제 체제를 구축하고 벤처투자를 늘리겠단 취지가 담겨 있다. 당초 그간 정부는 금융·산업간 상호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30일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허용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100% 자회사로만 소유할 수 있다. 부채비율제한(200%), 펀드 내 외부자금 제한(40%), CVC 계열사 및 총수일가 지분보유 기업에 대한 투자 금지 등도 포함됐다. 해외투자의 경우 총자산(투자조합 출자금액 포함)의 20%까지만 가능하다.
다만 업계에선 여전히 규제의 복잡성이 강화되는 등 CVC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 정부에 '마중물'을 부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지난해 정부가 참여하는 1,000억원 규모의 CVC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선정된 펀드는 효성그룹이 주도하는 펀드와 동남권 중소·중견기업이 투자에 참여한 2개 펀드로, 이들은 기술, 인력, 판로, 네트워크 등의 역량을 활용해 피투자기업의 신산업 진출, 사업 다각화, 밸류체인 강화 등 스케일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민관 합동 펀드 조성의 주춧돌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CVC 규제 해소가 먼저 이뤄져"
다만 지주사가 만든 CVC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제대로 된 CVC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에선 일반지주회사의 CVC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60.3%)났다.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비 지주회사 그룹의 CVC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많아 투자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일반지주회사 CVC는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 최대 20%로 제한 △지분 100% 의무 보유 △자기자본의 200% 이내의 외부 차입금 제한 △ 투자조합 자금조달 시 총수일가 및 계열 금융회사의 출자 금지 등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해외의 경우 일반지주회사 CVC의 설립 방식과 펀드 조성상 특별한 규제가 없어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를 선택할 수 있다. 중국 레전드홀딩스의 자회사인 레전드캐피탈(CVC)이 2011년에 결성한 ‘RMB Fund Ⅱ(펀드)’에는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와 함께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 시안 샨구파워(에너지 회사) 등 다양한 외부 기관이 자금을 출자했다.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일반지주회사 CVC에 대한 차별적 정책은 금융권의 규제 완화 기조에도 배치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자산운용사가 창업투자회사 등과 함께 벤처투자법에 따른 벤처투자조합을 공동 운용할 수 있게 허용한 바 있다. 국내외 벤처투자 대기 자금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업종 분류가 상이한 2개 사가 벤처펀드를 공동으로 운용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건데, 업계에선 크게 의미 없는 규제 완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투자조합 공동 운용 시 운용 주체가 50%씩 출자하는 것이 업계의 관례인데 외부 투자자가 40%까지만 출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CVC 설립과 운영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규제만 해소한다 해도 큰 의미가 없다. 제도의 실효성이 반감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