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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각각 전년 대비 3.0%, 0.1%에 불과했다. 특히 PPI가 CPI의 선행지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부터는 물가 상승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지난 17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을 다시 막으면서 밀 가격 폭등과 더불어 연쇄 물가 상승이 다시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유가와 곡물 가격 폭등이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부터 계속된 물가 상승의 주원인이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7월부터 2~4개월 주기로 러시아가 곡물 수출 합의를 연장해 오다 이번에 합의가 파기될 위기에 처한 만큼, 곡물發 물가 상승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인플레이션 종말과 금리 인하, 달러 약세 키운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産 밀 수출이 막히더라도 유가 하락세에 따른 물가 하락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CNN 등의 외신은 러-우 양국이 전쟁 막바지에 마지막 힘겨루기 중에 나온 협상 전략 중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상 전후 질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미국 은행권에서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발단으로 연이어 터졌던 금융권 불안 우려가 미국 내에 잔존하는 데다, 인플레이션이 올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잦아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도 오는 7월 하순으로 예정된 회의에서 '베이비스텝(Baby step, 기준금리 0.25%p 인상)'을 한 차례 더 선택하는 것으로 금리 인상기를 끝낼 것으로 전망한다. 하반기부터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금리 인상의 명분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 시대가 왔던 주원인이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이었던 만큼, 금리 인하기를 맞아 달러 약세 시장에 대비해야 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14.10까지 치솟았던 미국 달러 인덱스는 이번 주 들어 202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금융권에서는 달러 인덱스 하락세가 이미 올해 초부터 예견되었던 점을 지적하며 '弱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된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弱달러 시대', 엔화 및 유로 강세에 한국 수출은 나아질 것
달러가 약세에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일본 엔화 및 유럽 유로화가 고평가되는 시장이 올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전망이다. 피터 배설로 BNP파리바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몇 달간 달러화 약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호주·뉴질랜드·노르웨이 통화가 (상대적으로) 절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에 이어 영국, 캐나다 등의 주요 국가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인 달러 약세가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클 케이힐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달러의 추가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국가별) 인플레이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내년에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현재의 1.12달러에서 1.15달러로, 달러당 엔화 가치도 현재 139엔에서 125엔으로 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금융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수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의 해외 수출 감소폭이 한국보다 덜했던 것은 엔화 약세의 가속화에 따른 것으로, 최근 달러당 엔화 가격이 144.76엔에서 138.63엔으로 뛰어오른 만큼 엔 표시 상품의 달러 가격 인상이 일본의 대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脫달러' 현상이 弱달러 부채질할 것
지난 4월 실시된 블룸버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억제, 미국 은행권 불안과 더불어 중국 위안화 절상, 엔화 강세 등이 미국 달러에서 이탈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그간 금융 완화 정책을 고수해 온 일본은 지난달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4엔대까지 폭락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이어 미-중 갈등으로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는 것만 강조됐을 뿐, 중국의 경기 회복 기조를 위안화가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도 지적된다. 지난 5월 중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0.1%p 인하했다. 여전히 서방 자본의 중국 이탈 현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으나, 올해 2분기 들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脫코로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중국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달러 이탈 현상이 한층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표시 상품 가격 상승은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나, 달러 약세에 따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완화가 장기적으로는 수출 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