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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원격근무 중인 미국 본사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기 위한 '숙박 할인 캠페인'을 내놨다. 7일 CNBC에 따르면 구글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캠퍼스 호텔에서 1박당 99달러(약 13만원)에 묵을 수 있는 ‘여름 특별 행사'(Summer Special)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사무실 출근에 거부감을 가진 대다수 직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구글 직원들은 높은 가격 부담,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 등을 이유로 구글의 해당 프로모션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무실 나와라" 구글의 회유책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앞장서 원격근무제를 시행했던 구글은 지난해부터 주3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주거비 등을 이유로 사무실 출근 강요에 반발, 한동안 근무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들이 하이브리드 근무에 동참하지 않자 구글은 지난 6월부터 사무실 출근 카드를 점검해 이를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등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번 캠퍼스 내 호텔 할인 행사는 직원들의 사무실 근무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구글의 전략이다. 프로모션 대상인 호텔은 구글 소유로, 17만㎡ 크기며 총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구글은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것을 상상해 보라”며 “한 시간의 추가적인 수면을 즐길 수 있다”고 홍보했다. 사무실 근처에 위치한 호텔에 숙박하면 출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번 프로모션으로) 구글러들이 하이브리드 업무환경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구글에서 받은 돈 구글에 쓰라고? 직원들 '냉담'
그러나 직원들은 구글의 야심 찬 전략에 냉랭한 반응을 내비쳤다. CNBC는 "사내 토론포럼에선 배우 린제이 로한이 '노 땡큐'라고 말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직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내 급여 일부를 구글에 돌려줄 수 있게 됐다', '일과 삶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이 더 낫다' 등 프로모션에 대한 부정적인 '밈'이 직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박 99달러에 달하는 숙박 요금, 호텔 편의시설 이용 요금 등을 생각하면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다. 한 직원은 사내 토론포럼에서 “하룻밤에 99달러? 아주 감사합니다”라고 해당 프로모션을 비꼬았으며, 또 다른 직원은 “한 달 3,000달러(약 393만원)에 가구, 무제한 식사, 공과금, 청소 등이 포함됐다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사무실 출근 강요에 반발심을 품고 있는 가운데, 가격적 메리트가 없는 숙박 프로모션으로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구글이 사무실 출근 여부가 성과 평가에 반영될 것이라 밝힌 이후, 구글 노조는 "구글 직원들은 유연근무제로 일하면서도 수준 높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모호한 출석 추적 방식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직원들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회사의 정책에 반대의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직원들 등 떠미는 'IT 구조조정' 바람
이처럼 사무실 출근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 확산을 주도했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하나둘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고 있다. 구글 외 사무실 근무를 독려하고 나선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으로는 메타가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회사로 오프라인 출근 시절에 입사한 엔지니어가 원격근무 기간 입사한 사람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린다"며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을 장려했다. 이달 초 메타는 사무실에 배정된 직원들에게 9월부터 일주일에 3일은 사무실에 출근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직원들은 사무실 근무가 업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기업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장으로 복귀하는 근로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 JLL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전역에서 근로자 60만 명이 사무실 복귀 명령에 서명했다. 오는 9월까지 8만5,000명이 추가로 사무실에 복귀할 예정이다.
일부 근로자들이 사무실 출근을 수용하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IT 업계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지목된다. 한동안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IT 업계의 대규모 감원에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이 해고를 피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자들이 사무실 출근을 수용하기 시작한 가운데, 구글의 무의미한 자사 상품 '프로모션'은 오히려 직원들의 반감을 키우는 악수라는 평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