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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라가르드 총재, 유로존 인플레이션 잡혔다고 속단하긴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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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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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사진=유럽중앙은행 페이스북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올린 4.25%로 확정했다. ECB는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총 9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해당기간 중 인상폭은 425bp로 유로 창설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ECB "물가상승률 2% 달성까지 통화긴축 이어갈 것"

이날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ECB 총재는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통화정책회의는 당초 목표했던 물가상승률 2% 수준을 적기에 회복할 수 있도록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앞으로의 물가상승 전망, 근원인플레이션 동향, 기존 통화정책의 효과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또 "최근 일부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완화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당초 전망치를 넘어선 물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ECB의 통화정책은 자금시장의 흐름에 부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CB에 따르면 지난 6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5.5% 올랐고 근원 CPI도 5.5% 상승하면서 여전히 ECB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

ECB는 현재 통화긴축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자금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대출 등 자금 조달 조건이 강화되면서 강화로 인해 대출 수요가 위축돼 인플레이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리가르드 총재는 "당분간은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2%를 적기에 회복하기 위해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근원인플레이션 전망, 통화긴축의 효과, 유럽 경제와 금융시장의 관련 지표 등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금리 수준과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ECB는 최소준비금의 보수를 0%로 결정했다. 최소준비금 제도는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일정 금액의 예금을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통화량을 조절하는 기제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최소준비금의 이자율을 0%로 낮출 경우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이 감소한다. 이에 대해 ECB는 "긴축통화의 통제효과를 유지하고 금리 인상의 효과를 자금시장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며 "다만, 통화정책의 밸런스를 고려해 최소준비금에 부과하는 보수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현행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물가·노동시장 일부 지표 회복에도 경제 전망 부정적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과 향후 유로존의 경제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수 수요가 감소하고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소비와 지출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제조업 분야의 생산량이 감소했고 부동산 수요와 기업 투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 업종이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관광업 등 대면 서비스업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어 단기간에 경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 감소와 소득 증가로 인한 소비 확대, 공급망의 재건과 개선에 따라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시장의 주요 지표들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인 6.5%를 기록한 이후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실업률이 개선됐다"며 "다만 노동시장의 주요 지표들을 보면 이같은 추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어 제조업 분야에서는 실업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0-2023년 유로존의 실질 GDP, 취업율과 실업률, 인플레이션(2023.6. 기준)/출처=EuroStat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효율적인 재정 운용에 대해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유로그룹이 발표한 유로존의 재정 기조에 대해 동의한다"면서 "각국의 재정 정책은 생산성 향상과 공공부채의 점진적인 축소를 목표로 설계돼야 하며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지금의 에너지 위기가 해소되면 각국 정부는 유기적으로 협력해 관련한 지원정책을 신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만약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해당 조치들이 유지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켜 향후 더 강력한 긴축통화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로존의 공급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의 생산량을 늘리려는 노력은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넥스트 제너레이션 EU'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ECB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EU의 재정정책 프레임 개혁 작업을 올해 안에 완료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기준 강화하면서 대출 수요 감소

현재 ECB의 통화긴축 정책은 금융시장에서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통화정책회의 이후 ECB는 중단기 무위험지표금리(Risk-free interest rates)를 인상했고 시중은행들은 지난 5월 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을 각각 4.6%와 3.6%로 올렸다. 이와 함께 ECB는 시중은행들에 3년간 초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3차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의 상환을 결정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강화됐다. 다만 지난 6월 대규모 TLTRO 상환은 시중은행들이 미리 자금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원활히 진행됐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차주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과 가계에 대한 신용대출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은행대출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과 대출규모 축소 방침으로 인해 올해 2분기 대출 수요가 급락했고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에 주택 대출 수요도 5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연간 대출 성장률도 감소했다. 지난 6월 기업 대출과 가계 대출은 각각 3.0%, 1.7%로 하락하면서 2분기까지의 연간 성장률은 각각 0.0%, -0.2%로 추산된다. 또한 지난 6월 유로시스템에서의 통화량 증가율은 0.6%로 조사됐으며, 2분기 기준 연간 성장률은 -1.1%로 감소했다.

임금·이익 마진 증가 등 물가상승 압력요인으로 작용

한편 지난 6월 유로존의 물가는 전월 대비 0.6%p 하락한 5.5%로 집계됐다. 에너지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연평균 상승율 -5.6%로 돌아섰다. 식품 가격은 11.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률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근원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실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6월 물가는 5.5%로 상승했다. 상품가격과 서비스가격이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상품가격 상승률은 지난 5월 5.8%에서 6월 5.5%로 하락한 반면 서비스가격은 여름철 휴가 수요가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5.0%에서 5.4%로 상승했다.

대내외 여건이 변화하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상승을 견인해 온 대외요인들은 완화되는 반면, 임금 상승과 함께 기업 이익 마진이 여전히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유로존 내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계속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은 2%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지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경기 하방 리스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 내 지정학적 긴장 상태와 이로 인한 무역 단절, 유럽 경제의 부담 가중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긴축통화의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강력하거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유로존의 수출이 감소할 경우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견고한 노동시장, 실질 소득의 증가, 불확실성 감소 등이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성장률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물가상승 압력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는 에너지와 식품가격의 잠재적 상승 가능성을 꼽았다. 특히 러시아의 곡물거래 이니셔티브(흑해곡물협정) 탈퇴와 기후 위기가 에너지와 식품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당초 목표치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오래 지속되거나 임금과 기업의 이익 마진이 상승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강력한 통화긴축의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와 식품가격 상승률이 하락세로 전환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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