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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대보다 빚 부담” AI 투자 경쟁에 美 빅테크 신용위험 급등, 오픈AI 상장도 불확실성 속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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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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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리스크 속 美 빅테크 CDS 프리미엄 일제히 급등
선행투자 구조로 재무 부담 가중, 오라클은 적자 전환까지
상장 일정 미룬 오픈AI, 수익성·규제 불확실성에 신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줄줄이 뛰고 있다.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인프라 등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는 가운데, 신용시장이 빅테크의 성장성보다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생성형 AI 시장을 선도해 온 오픈AI의 기업공개(IPO) 지연 흐름 역시 시장의 경계심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치솟는 엔비디아 CDS 프리미엄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27일 장중 14bp(1bp=0.01%) 급등하며 82bp까지 치솟았다. 이는 스와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CDS는 채권 발행 기업이 부도·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경우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CDS 프리미엄이 오른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실제 부도 가능성이 커졌다기보다는, 기업의 신용위험을 시장이 이전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DS 상승세의 배경에는 최근 발표된 대규모 AI 투자 계획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SK그룹과 5,000억 달러(약 730조원) 규모의 포괄적 사업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다. 향후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설계 플랫폼인 ‘DSX’를 토대로 한국에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의 AI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컴퓨팅 시스템과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도입되며, 가동 예정 시점은 2027년이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도 차세대 AI 메모리의 안정적인 공급 및 공동 설계를 위한 장기 협력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빅테크 AI 투자 과열 조짐

여타 미국 주요 기술 기업의 신용위험 지표도 나날이 치솟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금융정보업체 LSEG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등의 CDS 프리미엄은 최근 잇따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체적으로 메타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27일 기준 약 94bp까지 뛰었고, 아마존은 69bp, 알파벳은 67bp, 브로드컴은 66bp 선까지 올랐다.

이들 기업의 CDS 프리미엄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AI 인프라 시장 선점을 위해 벌어진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 경쟁이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가 올해 집행하겠다고 밝힌 설비투자액은 총 5,200억∼5,500억 달러(약 750조8,800억∼794조2,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투자자들은 이러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AI 매출 확대를 위한 성장 전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부담이자 리스크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의 막대한 지출이 향후 독점적인 AI 서비스 수익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I 시장의 선행투자 리스크

이 같은 우려는 AI 인프라 사업 특유의 선행투자 구조에서 기인한다. AI 인프라 사업자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실제 고객 수요가 충분히 확인되기 전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센터 부지, 전력망, 냉각 설비, 초고속 네트워크 등 각종 기반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 증가 흐름에 발맞춰 서버를 단계적으로 증설할 수 있었던 기존 클라우드 사업과 달리, 사업 초기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뒤 점진적으로 가동률과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형태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AI 투자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회사채, 프로젝트금융, 장기 임대계약 등 외부 자금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건물, 전력 공급 계약, 임대 의무 등은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다. 수요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디거나, AI 서비스 가격 경쟁이 심화해 매출 단가가 하락하더라도 비용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서버와 전력 설비가 충분히 가동되지 않아도 이자 비용,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은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영업현금흐름 증가 속도가 투자비와 금융비용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추가 차입에 필요한 금리와 신용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오라클, 재무 상황 '위태'

이 같은 AI 선행투자 리스크를 명백히 보여주는 기업이 오라클이다. 오라클은 AI 기업들과 맺은 대형 클라우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대거 조달한 상태다. 지난해 9월 180억 달러(약 26조4,240억원), 올해 2월 250억 달러(약 36조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출 규모 역시 눈에 띄게 불어났다.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자본 지출은 557억 달러(약 81조7,670억원)로 전년(212억 달러·약 31조1,216억원)보다 약 163% 폭증했고, 잉여현금흐름은 237억 달러(약 34조7,9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이 320억 달러(약 46조9,760억원)에 달했음에도 불구, 지출 규모가 이를 훌쩍 웃돌며 재무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시장은 이러한 위험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오라클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27일 215bp를 기록하며 연초(144bp) 대비 71bp 뛰었다. 상승률로 환산하면 약 49%다. 같은 날 오라클의 2056년 만기 회사채와 미국 국채 간 금리 차도 263bp까지 확대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역시 최근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오라클의 AI 인프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약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BB- 등급은 투기등급(정크 본드) 바로 위 단계다.

오픈AI 상장 계획 지연

최근 들어서는 생성형 AI 열풍을 선도해 온 오픈AI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상장 서류(S-1)를 제출하며 IPO 절차에 착수했다. 자문단은 오픈AI 측에 기업가치를 다소 낮춰 올해 중 상장하는 방안과 2027년까지 기다려 기업가치 1조 달러(약 1,444조9,000억원)를 인정받는 방안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조 달러 이하의 기업가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고 전해진다. 최근 확인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올해 3월 1,220억 달러(약 176조1,6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8,520억 달러(약 1,230조2,880억원)다.

다만 기업가치가 오픈AI 측의 기대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 오픈AI는 올해 매출을 지난해(130억 달러·약 18조7,720억원) 대비 3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유지 중이지만, 현재 월 매출은 20억 달러(약 2조8,88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간활성이용자 지표 역시 올해 중 10억 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9억 명대에 정체된 상태다. 오픈AI는 챗GPT 서비스에 광고와 전자상거래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시험하며 수익원 다변화에 나섰지만, 막대한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흑자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규제 역시 리스크 요인이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오픈AI에 최신 모델 GPT-5.6을 정부가 승인한 소수 파트너에게만 우선 제공하라고 요청했다. 백악관 측은 해당 조치가 라이선스 및 사전 승인 제도가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이미 이달 중순 앤트로픽이 정부 지시로 페이블 5·미토스 5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추세다. 이는 상장을 준비하는 오픈AI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AI 모델의 출시 시점과 제공 대상을 좌우하게 될 시 핵심 신제품의 매출 기여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이러한 리스크를 투자설명서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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