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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수의사 상담 플랫폼을 운영하는 닥터테일이 30억원 규모의 프리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닥터테일에 투자한 스타셋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전문 벤처캐피털로, 국내외 유망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미국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까지 앞다퉈 온라인 반려동물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프리 A 라운드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반려동물 헬스데이터 기반 맞춤형 케어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포부를 밝힌 닥터테일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진료 기록 활용해 온라인 상담, 불필요한 동물병원 방문 급감
닥터테일은 반려동물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병원 방문과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해 주는 온라인 수의사 상담 서비스를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다니던 동물병원에 저장된 의료기록을 애플리케이션(앱)에 동기화해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수의사가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에 특허가 등록돼 있다. 닥터테일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동물병원 방문을 최대 76% 줄일 수 있으며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적합한 서비스와 제품을 추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닥터테일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기존 텍스트 기반 상담을 비디오 기반 실시간 상담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이대화 닥터테일 대표는 “이번 투자는 닥터테일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성장을 가속해 선진 수의 진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팬데믹으로 급성장한 美 반려동물 시장, 수의사 부족 문제 심각
미국 반려동물 시장은 국민의 약 73%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만큼 대규모를 자랑한다. 미국반려동물산업협회(APP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한화 148조원 규모로, 연평균 6.6%의 성장을 거듭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미국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을 부추겼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타티스타의 미국 반려동물 현황 보고서(Pet Ownership in the U.S., 2021년 발간)에 따르면 약 2,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팬데믹 기간 중 '반려동물 양육을 포기했다'는 응답자는 1%대에 불과했으나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고 답한 비율은 10%에 육박했다. 재택근무의 확대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비롯해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미국 내 수의사는 오는 2030년까지 1만5,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 기업 월마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월마트는 원격 수의 진료 업체인 Pawp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자사 멤버십 가입자에게 1년간 반려동물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AI 분석 반려동물 건강 정보를 비대면 진료에 연계하는 서비스 티티케어를 운영하는 에이아이포펫, 온라인 홈케어 서비스 십일리터 등 대한민국 스타트업들도 줄지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새, 말 등 다양한 전문 수의사 보유로 차별화
닥터테일은 온라인 진료에 거부감이 없는 MZ세대의 반려동물이 개나 고양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새, 물고기, 말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수의사 20명과 손잡고 미국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참여 의사를 논의 중인 수의사도 6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닥터테일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는 20만 명이 넘는다. 이는 하루 최소 500건 이상의 상담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이전 병력을 참고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고 말하며 "예를 들어 반려견이 혈뇨 증상을 보일 때 이전 병력이 있으면 과거의 요로 결석이 재발했는지, 생리혈인지, 암의 전조 증상이 있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닥터테일은 비싼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응급실을 찾는 반려동물을 줄이기 위해 일반 동물병원들이 문을 닫는 심야 시간대 상담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축 아닌 가족' 인식 강한 미국 반려동물 보호자 사로잡을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미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3년부터 연평균 9.7% 성장 중이다. 과거 사료나 간식, 각종 생활용품 구매에 그쳤던 온라인 반려동물 시장은 건강기능식품, 헬스케어, 전문 의료 서비스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내 아이는 발이 4개에요(My Kid has 4 paws)'라고 적인 차량 스티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 천국인 미국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이 보호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0단계 수의 진료 서비스'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