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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꿈꿀 여유 없다" 결혼·출산 기피하는 청년들, 출산율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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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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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줄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전년 동기(0.75명)보다 0.05명 감소한 0.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작년 4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출산율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에 출산율 0.7명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청년층의 출산 의지는 점차 희미해져 가고만 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질 낮은 일자리와 실업에 치여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가운데, 청년층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꾸라진 출산율, 0.7명 선 무너지나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 △2018~2019년 0.9명대 △2020~2021년 0.8명대 △2022~2023년 0.7명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출생아는 5만6,087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6.8%(4,062명) 감소하며 2분기 기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초반(30~34세) 산모의 1,000명당 출생아 수는 65.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명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91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역시 2019년 11월부터 44개월째 자연 감소 중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작년(0.78명)보다 낮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숱한 저출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 역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10년(2012~2022년)간 19~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 비율은 지난해 36.4%로 2012년(56.5%) 대비 20.1%P 줄었다. 결혼 후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율은 53.5%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8년(46.4%)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돈 없어서 아이 못 낳는다', 청년층의 비관

출산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제적 문제'가 지목된다. 지난 3월 인크루트와 아이배냇이 성인 1,1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출산·육아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54.1%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13.7%), 결혼 적령기 늦춰짐(11.6%),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됨(11.4%), 미래에 대한 불안감(6.1%) 순이었다.

향후 자녀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66.2%(현재 자녀 있음 25.6%, 현재 자녀 없음 40.6%)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향후 결혼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미혼 응답자 64.6%가 없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48.7%가 '결혼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40%는 '결혼을 위한 경제적인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9월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진행한 결혼 의향 관련 조사에서도 유사한 추이가 관찰됐다. 해당 조사에서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청년은 51%에 달했으며, '출산을 꼭 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17.1%에 그쳤다. 결혼·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으로는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이유(57%)'가 최우선으로 꼽혔다. 이어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39.9%)', '사회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36.8%)' 순이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지는 경기 침체 기조로 인해 출산율이 한층 위축됐을 가능성이 크다. 물가, 금리, 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시장 전반이 줄줄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섣불리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내년까지도 경기 침체의 여파가 출산율에 반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위태롭게 살아가는 청년들, 지방에선 실업률 폭증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결국 청년들의 위태로운 경제적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의 산업별 취업 분포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숙박 및 음식점업 청년 취업자 수는 64만3,000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3월에 대비 9만 명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 전체 취업자에서 청년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월 26.5%에서 올해 3월 28.4%까지 늘었다.

숙박·음식점업은 전통적으로 근속 기간이 짧고 이직과 전직이 활발해 고용 안정성이 낮은 업종으로 꼽힌다. 관련 업종 청년 취직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결국 청년층의 일자리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층 상용 근로자(249만3,000명)는 전년 대비 4만5,000명 감소했다. 반면 계약 기간 1개월 이상∼1년 미만인 청년 임시직(106만8,000명)은 1만3,000명, 계약 기간 1개월 미만인 청년 일용직(13만8,000명)은 1만 명 남짓 늘었다.

지방의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하다. 수도권의 경우 불안정하게나마 청년 고용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지방 일부 지역은 아예 실업률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22년 지역별 청년(15∼29세) 고용 동향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반기 청년 고용률 1위를 기록한 지역은 서울특별시(52.2%)였다. 인천광역시, 경기도 등 수도권 고용률 역시 40% 후반~50% 초반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전라남도와 강원도, 울산광역시 등 지방에서는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전남(10.3%), 강원(9.5%), 울산(9.4%) 순으로 실업률이 높았고, 하반기에는 울산(10.9%), 부산(7.6%), 강원(7.0%) 순이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작년 상반기 20대 초반 실업률(17.5%)이 전국 평균(8.1%)의 두 배를 웃돌았으며, 울산은 하반기 20대 초반 실업률이 19.4%로 전국 평균(5.7%) 대비 세 배 이상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은커녕 당장 내일이 불확실한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 들어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동안 청년 일자리의 질 역시 꾸준히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사실상 효과가 없는 출산율 제고 정책을 반복하기보다도, 청년층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국가로 발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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