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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IPO] 글로벌 웹툰 1위 네이버 ④ 웹툰계의 유튜브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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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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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만 해도 인정받는 만화가가 되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았다. 엄청난 열정은 물론 뛰어난 예술적 기량까지 요구되는 험난한 과정이었다. 당시에는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웹툰’이 만화계의 주류를 차지하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는 반드시 '훌륭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독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다.

웹툰 산업의 재편

마음의 소리놓지마 정신줄은 초창기 네이버웹툰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적인 초인기작이다. 하지만 얼핏 그림을 보면 그다지 정성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현재 스트리머 ‘침착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웹툰 작가 이말년의 이말년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몇몇 유명 웹툰의 사례에서 보듯 현재는 콘텐츠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재미있기만 하면 그림에 공을 들이지 않은 작품도 유명세를 탈 수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례 없이 많은 웹툰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인터넷상에 연재되고 있는 수백 개의 웹툰은 이같이 역동적인 분야의 빠른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작가들은 더 이상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과 같은 거대 웹툰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커리어를 시작하거나 창작물을 수익화할 수 있게 됐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포스타입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은 작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계속되는 변화에 따라 네이버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도 기존의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 한땀한땀 만화를 그리던 ‘장인’의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웹툰 플랫폼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진 아티스트의 창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I 어시스턴트

네이버웹툰은 인공지능(AI) 활용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2020년에는 전문 AI 기술 조직인 '웹툰 AI'를 신설하고 지난해에는 기술 조직에서 별도로 분리했다. 이후 지속적인 R&D를 통해 독자들이 웹툰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도 선보였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거대 언어모델(LLM) 및 이미지 생성 모델링 관련 AI 응용연구 엔지니어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웹툰AI 조직에서는 실험적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술이 일정 수준까지 발전하면 네이버웹툰의 ‘작화 AI’가 챗봇과 유사한 구독 기반 모델로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유튜브의 궤적과 유사하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웹툰 작가를 직접 고용하기보다는 유튜버 모델처럼 플랫폼과 광고 수익을 공유하도록 훈련된 새로운 유형의 '웹투너'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도전만화에 후원기능이 생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월 최소 15억원(작품당 250만원, 600개 작품 기준)에 달하는 인건비가 급감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네이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웹툰의 혁신 여정은 챗봇 형태로 구체화돼 캐릭터와 스토리 창작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생성 AI의 개발에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24일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팀네이버 컨퍼런스 DAN 23에서 강조한 것처럼, 네이버웹툰은 작가 고유의 스타일을 학습하고 이를 완전한 이미지나 에셋으로 변환해 시각적 서사를 강화할 수 있는 툴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생성 AI의 도입은 혁신을 촉진해 제작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고 콘텐츠 제작의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작가와의 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 업로드된 '웹툰 AI 페인터' 적용 그림 일부/출처=침착맨 유튜브 캡처

작화의 대중화

이같은 네이버의 야망은 단순히 웹툰 작가들에게 새로운 AI 도구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네이버 비전의 핵심에는 웹툰을 예술적 역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플랫폼에 오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미션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디지털 만화 산업의 수익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전략적 움직임의 일환으로 인공지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작가에게 인세를 직접 지급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도구를 도입해 누구나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지난 10년간 네이버는 웹툰을 주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들어 산업이 점차 고도화함에 따라 자본과 기술이 침투하고 있다. 유튜버 생태계가 제대로 스튜디오 갖추고 퀄리티 갖춘 영상 뽑아내는 기업형 스튜디오 채널과 개인이 비교적 자본 투입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운영하는 채널로 양분화 되는 양상과 유사하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기업형 스튜디오가 뽑아내는 대작과 개인이 생산하는 소규모 작품으로 양분화 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버웹툰의 무직백수 계백순은 기업형 스튜디오 연재를 통해 주 2회라는 작업량을 달성했다. 주 2회 연재를 통해 매출과 수익이 개선된 사례가 존재하는 이상 앞으로도 무직백수 계백순처럼 주 2회 연재 작품들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처음에는 노동강도가 약한 장르 위주로, 나아가선 액션이 들어간 장르들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 만큼 자연히 스튜디오의 규모도 늘어나게 된다. 스튜디오를 꾸릴 수 없는 개인 작가들은 노동력을 벌충하기 위해 AI 도입이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토리, 연출, AI

전통적인 만화 업계에서는 스토리텔링과 연출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작가들은 작화적 기량을 연마하는 것과 연출적 능력을 다듬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작화 분야에서의 AI 기술적 혁신을 통해 작가들은 작화라는 부담스러운 작업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 기법과 내러티브 연출을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됐다.

AI의 도입으로 새로운 기회가 열렸지만, 스토리 및 제작 분야는 잠재적인 '레드오션화'에 직면해 있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작가가 늘어날 경우 연재 작품량도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웹툰 영역의 스토리와 연출은 점점 유행에 민감해지는 추세다. 트렌드에 더욱 민감한 ‘웹소설’ 분야를 살펴보면 인기 작가의 연령대는 주로 20대와 30대에 걸쳐 있으며, 40대로 접어들수록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트렌드는 세대 차이로 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의 도입으로 창작 과정이 간소화될 경우 잠재적인 작가 풀이 넓어지는 동시에,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AI를 통해 창작물을 다듬고, 용도를 변경하고, 개선하는 데 탁월한 작가 그룹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실력을 쌓을 시간과 노력이 줄어드는 만큼 더욱 젊은 작가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는 곧 업계가 트렌드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비록 새로이 등장할 '웹투너'들은 기존의 '만화가'라는 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웹툰' 내지는 'AI를 활용하는 작가'이라는 개념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가능성의 지평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웹투너 체제가 완성된다면 네이버웹툰은 지금보다 염가의 방식으로 IP를 발굴할 수 있다. '원고료'대신 광고 수익을 웹투너와 공유하거나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사한 광고 제거 구독 시스템으로 인한 수익, 구독 기반의 AI 서비스를 개척하는 것 모두 실현 가능한 범주에 있다. 네이버가 AI의 도입을 통해 웹툰 생태계를 또 한번 재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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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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