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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중국 떠나는 해외 기업들, ‘세금 면제’ 카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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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els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주재원들이 자국 본사에서 지원받는 주택임차료 등 각종 보조금에 대한 중국의 비과세 혜택이 4년 더 연장된다. 이로써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해당 비과세 혜택은 2024년 12월까지 미뤄지게 됐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이 자국 경제가 지속 침체하는 데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떠나는 외국 기업들이 급증한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와 '백약이 무효'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외자 유치 먹구름 끼자 '세금 면제' 외친 중국 정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다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재무부는 29일(현지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 보조금의 개인소득세 비과세 제도를 오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비과세 혜택을 받는 개인소득세 부문은 주택임대료, 언어교육비, 자녀교육비 등이다. 중국은 이에 앞서 이달 초에도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에 관한 의견’ 발표를 통해 "외국 (자본) 기업 및 외국인의 국민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국의 행보가 자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등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비과세 혜택이 종료될 경우 외국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내 사업 규모와 주재원 숫자를 줄이려 할 것이고, 최근 중국이 주력하고 있는 외국자본 유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비과세 혜택 연장 결정이 전해지자, 중국 내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는 '일단 한숨 돌렸다'는 긍정적 반응과 '실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반기는 측에서는 "새 학기 시작을 앞둔 만큼 자녀를 둔 외국인 가구들에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외국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측에서는 "외국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노아 프레이저 캐나다 중국 비즈니스 협의회 전무이사는 "세금 감면 연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 문제’(structural issues)를 해결하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팬데믹 여파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만큼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종료 시점 맞춰 중국 떠날 채비 하기도

당초 중국 내 외국 기업 주재원들의 비과세 혜택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 개인 보조금에 관한 정책'은 올해 12월을 기점으로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2020년 하반기 중국 세무 당국은 "2021년부터 폐지 예정이었던 외국인 보조금 정책을 2년 연장한다"고 밝히며 "2024년 1월부터는 중국에서 근로하는 외국인은 기본 급여 외에 별도의 주택임차료·언어교육비·자녀교육비 등 보조금의 비과세 우대 정책을 누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주재원들의 세금 부담 증가는 기업 차원의 영업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런 만큼 결국 기업은 늘어난 영업비용 이상의 사업수익이 가시화하는 경우에만 사업 규모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해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음수를 기록했고, 소매 판매 및 산업 생산 등 지표도 일제히 상승 폭을 줄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중국 정부의 목표인 5%대보다 낮은 4%대로 하향 조정하며 외국 기업들의 비관적 미래 전망에 힘을 실었다.

올해 초 상하이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AMCHAM)의 조사에서도 탈(脫)중국 움직임이 뚜렷하게 포착됐다. AMCHAM 산하 1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당 조사에서는 70%에 육박하는 기업들이 중국의 비과세 폐지가 우수한 해외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내 다수의 해외 경제단체는 비과세 혜택을 유보해 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중국 세무 당국의 불확실한 태도에 하나둘 중국을 떠날 준비에 나섰다.

'형평성 외면' 비판받은 감세 정책, 중국에선 통할까

중국은 이번 비과세 혜택 연장 조치로 탈중국 행렬을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데 모였다. 다수의 국가에서 이미 외국인 세제 혜택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부작용만 낳으며 실패를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7월 우리 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국내 근무 시작일부터 5년으로 제시된 소득세 19% 단일세율 적용 기한을 폐지하고 평생 단일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우수 인력의 국내 장기 근무를 유도하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해당 개편안이 발표되자 사회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세제개편안대로 외국인 과세특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약 1,480억원 규모의 감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특히 19%의 단일세율 적용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총급여 2억원 이상의 고소득 외국인들"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들 '고소득 외국인' 중 상당수가 '무늬만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기업이 해외에 인력을 파견할 때는 해당 시장의 상황에 정통한 인력을 위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파견 대상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해외 국적자들이 최우선 선발되기 때문이다. 각종 의무는 벗어나고 세금 등에서는 혜택을 골라 받는 증권시장의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 역차별' 현상이 외자 유치 과정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못한 감세 정책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한국의 전철을 밟고 있는 중국이 묻지마식 세제 혜택으로 원하는 수준의 해외 인력과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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