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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벌써 1년째지만 국민 인식은 '오리무중', 문제는 낮은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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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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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도 지난해부터 디폴트옵션 제도를 시행하며 상황 반전에 나섰으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러나 국내 퇴직연금의 대부분 비중을 원리금 상품이 차지하는 데다, 퇴직연금을 책임지는 사업자들이 사실상 수익률 제고에 비교적 무심한 만큼,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퇴직연금 관심 없는 우리 국민들

25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에 대한 직장인들의 인식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2일 퇴직연금에 대한 국민 인식과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1년간 시범운영을 거친 '디폴트옵션 제도'가 국내에 본격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퇴직연금 가입자 중 과반 이상이 수익률을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업계에선 지배적인 상황이다.

디폴트옵션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퇴직연금의 종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의 가입 형태는 크게 3가지, 즉 확정급여(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퇴직금을 사업자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해당 사업자에서 퇴직금을 수령하는 형태다. 이때 회사가 적립금의 운용 주체기 때문에 퇴직연금의 손실과 수익의 책임 또한 회사가 진다.

다음으로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형태다. 회사에서 임금총액의 1/12 비중을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에 이체하면,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한다. 예컨대 이를 통해 근로자는 주식, 채권, 리츠, 금 등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IRP형은 2012년 6월 종료된 개인퇴직계좌(IRA) 제도의 후신으로, 근로자가 퇴직 또는 이직 시 받는 퇴직금 일시금을 은퇴 시점까지 관리해 주는 제도다.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DC형과 운영 구조가 동일하나, 조기에 회사를 퇴직하는 사람이나 중간정산을 받는 직장인들이 IRP형의 주 가입자층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이 주로 가입하는 DC형과 차별된다. 한편 기존 IRA형은 가입이 의무화되지 않았던 데다 가입에 따른 특별한 혜택도 없어 가입 실적이 미비한 상황이 지속된바, 당시 금융 당국은 IRP를 새롭게 도입해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함으로써 노후 자금이 단기간에 소진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

이때 디폴트옵션이란 DC형 및 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 지정해 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굴러가게끔 하는 제도다. 예컨대 금융지식이 부족하거나 퇴직연금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일반인들이 운용 지시 권한을 전문가에게 맡겨 수익률 제고를 추구하는 식이다.

정부는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을 통해 그간 상대적으로 도외시됐던 퇴직연금이 대기성 자금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수익률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디폴트옵션을 선택하지 않는 직장인들이 절반 이상을 넘는 데다, 본인이 디폴트옵션 선택 대상인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태반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보다도 낮은 수익률 때문

이렇듯 우리 국민들이 디폴트옵션 제도와 퇴직연금에 관심이 없는 건, 본질적으로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실제 지난해 퇴직연금 전체 가입자의 연간수익률은 0.02%로, 수익률 통계 공시 이후 최저 수준의 수익률을 보였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회사가 운용하는 DB형은 1.51%, DC형과 IRP형은 각각 -1.21%, -3.14%를 기록했다. 최근 5년(2018~2022년)과 10년(2013~2022년) 연 환산 수익률도 1.51%, 1.93%로 2%에도 못 미치고 있다. 즉 우리 국민들은 퇴직연금이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디폴트옵션 제도의 대상인 DC형과 IRP형조차도, 그 뒷단에는 사실상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사업자 선정을 강제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DC, IRP는 무엇보다도 가입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만큼, 적절한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와 퇴직연금 사업자 간 1대1 계약에 의해 모든 업무를 일임하는 '계약형' 구조인 탓에 결국 사업자 선정은 가입자가 아닌 회사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금융기관 선택에 있어 가입자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가입자가 회사에 요청해서 사업자를 변경하는 등 선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선 근로자 전체의 동의를 얻어 회사 내 '퇴직연금 규약'을 변경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수익률 제고가 힘든 이유, '사업자 책임 부재'와 '원리금 보장 상품 편중'이 꼽혀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 즉 수익률 부진의 원인을 '사업자의 책임 부재'로 꼽는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적립금 규모를 키울수록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사업자는 상품을 기업에 제공하는 역할만 할 뿐, 실질적인 운용은 자산운용사에서 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사업자는 규모를 키울수록 사업자 수익은 높아지기 때문에 수익률 제고는 뒷전이고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등의 '양적 성장'만 매몰돼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퇴직연금 상품의 대부분이 원리금보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저조한 수익률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총 46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11곳이 전체 적립금의 77%를 차지했는데, 이중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10곳은 원리금보장 운영방식 비중이 높은 보험권과 은행이 독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8월 에프엔데이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앞서 살펴본 디폴트옵션마저도 전체 적립금의 85.3%를 차지하고 있고 있다. 즉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편중된 퇴직연금에서 되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정부도 퇴직연금 인식률 제고를 위해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그럼에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초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시장이 전반적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게끔, 가입자가 해지 손실 없이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는 '연금상품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자 변경이 쉬운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연금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앞서 살펴본 사업자의 책임 부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관련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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