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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아직 최악은 아니다? “이란 개입 땐 글로벌 경제 휘청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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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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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위군이 공개한 하마스 공습 전후 위성 사진/사진=이스라엘 방위군(IDF)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이란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위기감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기록적인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이번 전쟁에 개입하게 될 경우 2024년도 세계 경제성장률(GDP)이 예상치보다 1.0%p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50년 전 '악몽' 되풀이된 중동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모로코를 방문한 각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중동전쟁으로 확대되면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같은 불안감이 본격적으로 고조된 것은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차총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스라엘의 민간인 대피 공지, 북부에 새로운 전선이 생길 수 있다는 뉴스 등이 연일 날아들었다”며 “전쟁은 빚지고, 비싸고, 분열된 세계에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이코노믹스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는 이번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여파를 △가자지구 내 지상전 △이란-이스라엘 대리전(레바논과 시리아 등 참전) △이란의 참전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이 중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 참전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고 이에 따른 여파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대비 1%p 내려갈 것으로 추산되면서다. 블룸버그이코노미는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이번 정쟁에 개입할 경우 197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오일쇼크 발 인플레이션’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은 1937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충돌한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당시 이집트는 유대교 명절인 욤키푸르에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빠른 속도로 진격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반격이 이어졌지만, 이집트군은 이마저 철저히 대비했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 역시 이스라엘 축제일을 노렸으며, 이미 가자지구 지하에 하마스 지도부가 몸을 숨길 수 있는 대규모 터널까지 갖춘 상태였다. 50년 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전쟁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50년 전에는 이집트가 탈환하고자 하는 영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평화협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제거’를 전면에 내세운 탓에 양측의 대화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으로 독립 후 하루 최다 사망자 발생이라는 비극을 맞았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루에만 하마스의 기습으로 발생한 사망자가 1,200명을 넘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민간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 규모가 1,000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테러이자 전쟁으로 규정하고 일주일째 가자지구를 사실상 포위한 채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 내 전쟁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양측의 희생자 수치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하루 만에 4% 뛴 국제유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국제유가도 급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따르면 1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 대비 4.43% 오른 배럴당 86.58달러에 거래됐고, 브렌트유 가격은 4.24% 뛴 89.66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미국이 러시아 원유 수출 제재를 어긴 유조선 업체 2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이스라엘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며 유가가 상방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남부로 이동할 것을 명령하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유럽과 아시아 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지수는 전장보다 4.45%포인트(0.98%) 하락한 449.18에 장을 마쳤으며, 영국 런던 증시 FTSE100지수도 45.18포인트(0.59%) 내린 7599.6로 집계됐다. 또한 홍콩항셍지수는 2.33% 하락한 1만7813.45를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집계되면서 긴축 공포가 확대된 데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pixels

국제유가 배럴당 150달러 전망, 실제 오를 가능성은?

당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유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일 것이란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닌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전쟁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란은 산유국인 데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발이 묶이게 된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이번 전쟁에 참전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64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NYMEX 13일 WTI 거래 종가가 86.58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50달러까지 급등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여파로 2024년 세계 인플레이션율도 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당초 전망치보다 1.2%p 오른 수치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오일쇼크’가 중동 전쟁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1973년 시작된 1차 오일쇼크는 앞서 언급한 4차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당시 이집트를 지지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등은 석유 감산에 나섰고, 이스라엘을 지지한 미국과 영국 등에 석유 수출을 금지하며 전 세계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당시 국제유가는 불과 1년 만에 네 배가량 치솟았다. 이후 1979년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에서 비롯된 2차 오일쇼크는 이란-이라크가 일제히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서 1981년까지 이어졌다. 1990년 8월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배럴당 17달러던 유가가 불과 두 달 만에 41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은 우리나라도 '예의주시'

크고 작은 글로벌 오일쇼크 속에서 국내 경제는 매번 크게 휘청였다. 산업 특성상 중공업을 비롯한 제조업 비중이 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3년 3.2%였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74년 24.3%를 기록한 후 1975년엔 25.2%로 뛰었다. 2차 오일쇼크가 불어닥친 1979년엔 18.3%, 1980년에는 28.7%를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에너지 수요는 3만900toe(석유환산톤)에 달할 전망이다. 오일쇼크 직후인 1981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요가 4,572toe였던 점을 감안하면 20여 년 사이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역시 이 기간 75%에서 94.3%로 늘며 석유 가격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다소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들어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 산유국들의 적대 의식이 약해진 데다 세계 원유 시장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이란이 전면에 나서 팔레스타인을 도울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게 국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전쟁이 확대될 경우에는 공급량 감소로 불가피한 충격이 예상되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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