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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살얼음판’, 中 컨트리가든 디폴트 위기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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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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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구이위안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역외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달 한 차례 유예기한을 확보한 달러 채권의 이자 지급 기한이 도래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의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다수의 정책을 내놓은 만큼 비구이위안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2년 전 헝다그룹(에버그랜드)의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채무 상환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달러 채권만 12조원 훌쩍, '산 넘어 산' 아닌 '이자 넘어 이자'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은 비구이위안이 지난 9월 지급하지 못한 채권 이자 1,540만 달러(약 208억원)의 지급 유예 기한이 18일로 다가왔다고 보도했다.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비구이위안은 이 기한 안에 채무 불이행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 비구이위안은 “달러 표시 채권을 비롯해 상환 및 유예 기한이 도래하는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전망”이라는 공시를 내놓은 바 있다. 현재 비구이위안이 갚아야 할 달러 표시 채권은 총 15건으로, 그 규모는 약 93억 달러(1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채권 이자 지급은 지난주 비구이위안의 공시 발표 첫 번째 주요 테스트”라고 진단하며 “기업의 부채 폭발과 구조조정의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8월에도 달러 채권 이자 2,250만 달러(약 304억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놓인 바 있다. 이후 유예 기간 30일 안에 해당 이자를 상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머지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일이 연이어 도래하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비구이위안의 사업에 먹구름이 낀 건은 중국 부동산 침체가 주택 판매 건수의 급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비구이위안을 비롯해 헝다, 위안양 등 다수의 대형 부동산 개발기업들이 디폴트 위기를 맞았다. 비구이위안은 이번 위기를 넘긴다 해도 오는 27일 달러 채권에 대한 4,000만 달러(약 541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며, 11월에는 9,196만 달러(약 1,240억원)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운 좋게 위기를 넘긴다 해도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역대급 실적 악화' 위기에도 국내 채권 연장으로 기사회생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가능성은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를 한 지난 8월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비구이위안은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순손실이 450억~550억 위안(약 8조2,000억원~1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같은 실적 악화의 이유로 부동산 사업 부문의 마진율 하락, 부동산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차손 등을 꼽았다.

당시 비구이위안은 달러 채권 이자 2,250만달러(약 296억원)를 지불하지 못한 탓에 디폴트 가능성이 커졌지만, 9월 7일까지 한 차례의 유예기간을 확보하며 기사회생을 노렸다. 9월 해당 채권에 대한 이자를 무사히 상환한 뒤에는 6개의 국내 채권에 대한 만기를 3년 연장하며 한숨을 돌렸다. 당초 8개 채권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달라는 비구이위안의 요청에 채권단은 2개를 제외한 채권의 만기 연장에 동의했고, 나머지 2개의 채권은 추가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만기를 연장한 6개 채권의 규모는 총 108억 위안가량으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2조원의 금액이다.

중국 내에서는 비구이위안이 2년 전 디폴트를 선언한 헝다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은 여력이 남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만기 연장 동의가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채권 만기 연장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발표 직후 진행됐는데, 해당 부양책에는 기존 모기지 금리를 낮추고 대도시의 첫 주택 구입에 대한 특혜 대출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이 담겼다.

다만 디폴트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에는 중국 경제 전반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데, 비구이위안은 한때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였으며 지금도 업계 6위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 전문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가 크리스티 훙은 “비구이위안은 헝다가 디폴트를 선언했을 때보다 4배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만약 비구이위안의 최종 디폴트가 선언되면, 그렇지 않아도 침체한 중국 부동산 시장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4선 도시 아파트 공급 중책 맡은 비구이위안

다만 2021년 9월 헝다의 디폴트 선언 후 중국 부동산 경기 하락이 좀처럼 악화 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비구이위안의 위기 극복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부동산개발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약 13조2,900억 위안(약 2,392조원)을 기록했다. 중국 내 부동산개발 투자가 위축된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현재 비구이위안이 건설 중인 아파트는 총 3,000여 단지로, 지방 중소도시를 의미하는 3·4선 도시에 60% 이상이 밀집해 있다. 중국 정부는 반드시 이들 아파트를 완공해 수분양자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단지에 300가구 안팎의 아파트가 건설된다고 가정했을 때 비구이위안의 파산은 100만 가구 이상의 입주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양후이옌 회장까지 직접 나서 경영 악화와 회사의 위기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한 가운데, 비구이위안이 무사히 기사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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