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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유로존 재정 개혁, 예측 가능한 재정관리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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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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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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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국가별 재정 여건 반영했지만 낮아진 제도 투명성 
복잡한 부채 지속가능성 모형이 키운 예측 불확실성 
단순한 부채 기준과 투명한 검증 체계 구축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로존은 2024년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7.4%에 이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재정체계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평균 수치만으로는 회원국의 재정 여건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리스의 국가부채 비율은 153.6%, 이탈리아는 135.3%, 프랑스는 113.0%에 달한 반면 에스토니아는 23.6%에 그쳤다. 회원국 간 재정 여건 차이가 큰 만큼 하나의 기준만으로 모든 국가를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국가별 중기 재정계획과 부채 관리 경로를 중심으로 재정체계를 개편했다. 그러나 단순한 규칙을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과 전망 모형에 기반한 체계로 바꾸면서 제도의 투명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하나의 지표, 복잡한 계산

새 제도의 출발점은 회원국별 재정 여건을 반영하는 데 있다. EU는 국가별 중기 재정계획을 재정관리의 중심에 두고 각국이 4~5년 단위의 재정·구조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회원국이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국가부채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에 합의할 경우, 최대 7년의 재정조정 기간이 허용된다. EU 집행위원회는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토대로 부채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국가별 재정 경로를 제시하고, EU 이사회가 이를 최종 확정한다.

재정관리는 순지출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총정부지출에서 이자비용과 경기순환에 따른 실업급여, 일시적 재정조치, EU 지원 사업비처럼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항목을 제외한 순지출이 합의된 경로를 벗어났는지를 관리계정(control account)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과거처럼 여러 재정지표를 동시에 관리하던 체계보다 운영 방식은 한층 간결해졌다. 하지만 목표를 정하는 과정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순지출 목표는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해진다. 여기에 부채 감축 기준과 재정적자 시정 기준, 안전 여유 확보 요건까지 함께 적용된다. 겉으로는 하나의 지표만 관리하는 단순한 체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가정과 분석 결과를 거쳐 목표를 산정한다. 결국 관리 방식은 단순해졌지만 목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전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주: 재정 개혁으로 부채 감축 하한이 도입됐으며, 국가부채가 GDP 대비 90%를 넘는 국가는 더 엄격한 연간 감축 기준을 적용받는다.

중기 재정관리의 한계

제도 개편 이후 실제 운용은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순지출 중심의 중기 재정관리는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재정운용을 목표로 했지만, 2024~2026년 대부분의 유로존 국가는 여전히 경기순응적인 재정정책을 펼쳤다. 명목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으면 지출을 확대했고, 성장세가 둔화하면 지출을 빠르게 줄였다. 제도는 중기적 관점의 재정관리를 지향했지만 실제 정책은 단기 경기와 정치 일정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평가 기준도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조약 기준을 충족했는데도 '중대한 미준수 위험' 판정을 받은 국가가 있는 반면, 순지출 기준을 지켰음에도 과도한 재정적자 절차(EDP) 대상에 포함된 사례도 있었다.

유연성을 확대한 조치 역시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EU는 17개 회원국에 대해 2025~2028년 국방비 증가분을 GDP의 최대 1.5%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예외 조치가 종료되면 회원국들은 연평균 GDP 대비 약 0.4% 규모의 추가 재정긴축에 나서야 한다. 구조개혁을 조건으로 조정 기간을 최대 7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도 성장 효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정조정을 미루기 위한 정치적 선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주: 대부분의 관측치는 경기순응적 특성을 보여 단기 성장률 변화가 여전히 지출계획에 반영되고 있다.

예측 가능한 부채 기준

이 같은 한계를 줄이려면 재정 목표를 정하는 방식부터 단순해져야 한다. 중기 재정계획과 순지출 관리체계는 유지하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국가부채 기준을 중심으로 재정 목표를 제시하는 접근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정부는 국가부채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기초재정수지를 관리하면 된다.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높을수록 같은 부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큰 기초재정흑자가 필요하다. 현행 제도 역시 같은 원리를 적용하지만 실제 목표는 수천 줄의 코드와 다양한 경제 변수, 여러 가정을 반영한 확률 모형으로 산출한다.

이에 따라 부채 안정에 필요한 최소 기초재정수지를 재정 목표의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조정 기간이 끝난 뒤 10년 동안 유지해야 하는 최대 기초재정흑자를 기준으로 하고, 국가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0%를 넘으면 일정 수준의 안전 여유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국가부채 비율이 140%이고 금리와 경제성장률의 차이가 1%포인트라면 목표 기초재정수지는 2.8%로 산출된다. 기준이 단순해질수록 재정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와 의회는 필요한 재정조정 규모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국민도 목표가 바뀌는 이유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투자 정책 역시 예외 인정 여부보다 해당 사업이 성장 잠재력과 장기 재정 건전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단순한 기준, 투명한 검증

그러나 국가부채 기준만으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전쟁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충격까지 모두 포착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재정 목표는 단순한 국가부채 기준을 중심으로 제시하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위험을 보완하는 이중 검증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추가적인 재정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면 EU 집행위원회는 어떤 충격이 반영됐는지, 왜 추가 조정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복잡한 모형이 재정 목표를 대신 결정하도록 두기보다 명확한 기준을 검증하고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편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재정 전망과 가정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독립기관의 경제전망을 활용하고 회원국에 동일한 금리 가정을 적용하는 한편 사후 평가 시점도 미리 명확히 정해둘 필요가 있다. 각국 재정위원회와 유럽재정위원회(EFB)의 사후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제도가 복잡할수록 정치적 개입을 막기는커녕 외부의 감시와 검증만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2024년 개편된 EU 재정준칙은 회원국별 재정 여건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러나 국가별 맞춤형 관리가 복잡한 계산과 불투명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유연성은 유지하되 재정 목표가 어떻게 정해지고 검증되는지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앞으로 유로존 재정 개혁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Fiscal Turn Needs a Clearer Debt Compas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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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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