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시대 세수의 역설, 생산성이 높아져도 세원은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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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생산성과 세원 구조 노동소득 감소보다 세원 이동이 핵심 국내 과세 기반 확보 위한 재정 개편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노동소득세와 사회보험료는 전체 조세수입의 51.5%를 차지한다. 전체 세수의 절반 이상을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소득이 임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이동하면 재정 기반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 성과는 기업이윤과 자본이득, 해외 기술기업에 지급하는 사용료 등 다양한 형태로 분산될 수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이윤과 자본이득은 임금소득보다 과세 시점과 규모의 변동성이 크고, 해외 기술기업에 지급하는 비용은 국내 과세 기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AI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국내에서 과세 가능한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생산성이 높아져도 세수는 기대만큼 늘어나기 어렵다.
생산성과 세수의 연결고리
AI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3년 생성형 AI를 활용한 글쓰기 실험에서는 작성 시간이 40% 단축됐고 결과물의 품질 평가는 18% 높아졌다. 고객센터 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시간당 처리 건수는 평균 14% 증가했으며 숙련도가 낮은 상담원의 생산성은 최대 34% 개선됐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실제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재정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절감된 시간이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면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수입도 함께 늘어난다. 반면 기업이윤이나 자본이득으로 귀속되면 과세 시점이 늦어지거나 각종 공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된 가치는 과세 대상이 아니며, 해외 클라우드와 AI 모델 공급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은 국내 과세소득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AI 시대 재정을 좌우하는 것은 부가가치의 귀속 구조다. 같은 생산성 향상이라도 소득이 어떤 형태로 분배되고 얼마나 국내 과세 기반에 남느냐에 따라 세수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더라도 부가가치 1원당 세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AI 영향 직무와 세원 구조의 변화
AI 정책에서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점은 AI의 적용 가능성이 높은 직무를 곧바로 일자리 감소 규모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일자리의 약 25%가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자동화 위험이 높은 직무는 3.3% 수준에 그쳤다. 사무직과 디지털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고소득국은 AI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34%에 이르지만, 이는 기술 활용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실제 채용 축소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노동시장도 이 같은 흐름을 보였다. 덴마크 행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AI 챗봇 도입 2년이 지난 뒤에도 AI 영향이 큰 직종의 임금과 근로시간 변화는 2% 미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재정 위험까지 제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은 기존 인력을 한꺼번에 줄이기보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I가 초급 인력의 반복 업무를 대신할수록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노동소득 증가세도 점차 둔화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수 효과는 산업별 경쟁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가격 인하와 소비자 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은 늘어난 생산성을 이익으로 흡수하거나 내부 유보를 확대하기 쉽다.

세원 변화에 대응하는 재정 전략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소득 증가세도 약해질 수 있다. 실제 글로벌 노동소득 비중은 2019년 52.9%에서 2022년 52.3%로 하락한 뒤 정체됐다. AI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부터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노동보다 자본에 더 많이 돌아가는 흐름이 이어졌음을 뒷받침한다. 유럽투자은행(EIB) 조사에서도 AI를 도입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고용 축소보다 자본 투자 확대를 통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자체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채 해외 AI 서비스에 의존하는 국가는 생산성 향상의 혜택보다 세원 약화가 먼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AI 자체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데 맞춰져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AI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국내의 과세 가능한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노동과 자본에 대한 과세가 특정 투자 방식을 왜곡하지 않도록 세제 정비가 필요하다. 투자세액공제와 감가상각, 법인세, 사회보험료 체계를 함께 점검해 세제가 불필요한 노동 대체를 유인하지 않도록 하는 접근도 요구된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경쟁이 충분히 작동하면 AI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임금과 투자, 소비로 폭넓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에 이익이 집중되면 생산성 향상에도 세수 확대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재정당국의 대응 방식도 변화가 요구된다. 고용과 임금, 기업이윤, 해외 디지털 서비스 거래를 함께 살펴 세수 구조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재정 영향을 미리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세무 행정에도 AI를 적극 활용해 탈세와 세원 누수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에서 노동소득세와 사회보험료가 전체 조세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은 AI 시대 재정정책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임금 기반이 약해질수록 연금과 의료, 복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AI 시대의 재정 경쟁력은 줄어드는 노동소득에 계속 의존하는 데 있지 않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국내의 과세 가능한 소득과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조세와 재정 체계를 선제적으로 개편하는 데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AI Fiscal Erosion Begins Before Jobs Disappea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