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단] 부동산에서 ‘증시’로 가계자금 경로 바꾼 중국, CXMT 광풍에도 경제 회복 가능성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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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로 토지재정·가계 자산 기반 동반 약화 국유자금·정책금융 투입, 증시 중심 자금순환 본격화 증시 호황과 실물경제 침체 공존, 성장 전환 한계 드러내

중국이 부동산에 묶여 있던 가계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며 성장동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지방정부의 토지재정과 가계의 자산 증식 기반이 동시에 약화하자, 국유자금과 정책금융을 투입해 주식시장을 새로운 자금 순환의 중심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선도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기록적인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했지만, 실물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 경쟁력을 크게 웃도는 몸값이 형성되면서 정책 주도 증시 부양의 한계도 노출되고 있다. 상당수 중국 기업이 미국의 규제 압박을 감수하며 월가 상장을 추진하는 현실도 본토 자본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정착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성장모델 후퇴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CXMT의 98억 달러(약 14조3,930억원) 규모 IPO에 개인 소매 투자자들의 공모 청약이 200배 이상 몰리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난양공과대학교 탄 콩 얌(Tan Kong Yam) 교수는 이를 중국 사회가 기존의 '부동산 자산 보유 국가'에서 '첨단 기술 주식 보유 국가'로 이행하는 거시적 체질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재정부가 22일 공개한 상반기 국유토지사용권 양도 수입은 9,778억 위안(약 21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감소했고, 같은 기간 지방정부 자체 정부성기금 수입도 25.6% 줄었다. 토지 매각 대금은 지방정부가 기반시설 투자와 공공서비스 지출을 유지해 온 핵심 재원이었지만, 개발업체의 토지 매입 여력이 소진되면서 기존 재정 순환고리는 빠르게 약화됐다.
부동산 자체의 수요와 투자 지표도 회복 신호를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대비 17.2% 감소했고, 신규주택 판매액도 12.6% 쪼그라들었다. 주택 착공 면적은 20% 넘게 감소했다. 개발·분양·토지매각이 함께 팽창하던 기존의 성장 사슬이 수요 위축과 재고 누증, 자금 경색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약화된 셈이다.
정책 시선, 자본시장으로 이동
지방정부의 재정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을 도시 인프라 투자와 재정지출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해 왔는데, 부동산 개발업체의 토지 매입 여력이 축소되면서 이 수입 기반이 급격히 약해졌고,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에 누적된 부채 부담은 재정 운신 폭을 한층 좁혔다. 중앙정부의 재정 이전과 특별채 발행 확대가 이를 보완하고 있으나, 토지재정이 수행했던 규모와 즉시성을 대체하기에는 제약이 크다.
이에 정책의 초점도 공급 확대에서 재고 관리와 도시 재생으로 옮겨갔다. 중국 당국은 신규 주택 공급을 무작정 늘리는 방식보다 미분양 주택 처리, 노후 주거지 개조, 완공 보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 안정에 필요한 조치지만, 과거처럼 건설투자와 토지거래를 통해 단기간에 명목성장을 끌어올리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부동산이 가계 자산 증식의 확고한 통로였던 시대가 저물면서, 당국은 그 자금의 다음 행선지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상황이다.
| 구분 | 시기 | 핵심 조치 |
|---|---|---|
| 국가계 자금 매입 | 2024년 | ‘국가대표팀’ A주 약 7,400억 위안 순매수 추산 |
| ETF 안정 장치 | 2024년 말 | 중앙후이진 ETF 보유액 1조 위안 이상 |
| 인민은행 유동성 지원 | 2024년 10월 | 증시 스와프 5,000억 위안·자사주 매입 재대출 3,000억 위안 도입 |
| 장기자금 유입 확대 | 2025년 | 공모펀드 A주 보유액 연 10% 확대 국유보험사 신규 보험료의 30% 이상 A주 투자 유도 |
| 국가계 매수 재개 | 2026년 7월 | 중국국신·중국청퉁 계열, 총 600억 위안 이상 주식 매입 |
장기자금 유입 유도, 국유보험사까지 동원한 A주 부양책
중국 정부는 이 공백을 자본시장으로 메우기 위해 2024년부터 증시 부양 수단을 전면화했다. 국유 투자기관인 중앙후이진투자공사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여러 차례 확대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드러냈고, 대형 국유기업과 국부펀드 계열 자금도 주요 지수와 전략산업 종목의 수급을 떠받쳤다. 지수 하락 국면에서 국가계 자금이 매수자로 등장하는 구조는 투자자에게 정책 풋옵션에 준하는 심리적 안전판을 제공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앙후이진을 비롯한 이른바 ‘국가대표팀’은 2024년 A주를 7,400억 위안(약 160조원)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중앙후이진의 ETF 보유액은 전년의 약 7배인 1조 위안(약 217조원) 이상으로 불어났고, 주가 하락 시 국영 기관이 지수형 상품을 사들이는 방식은 비상조치에서 상시적 안정 장치로 정착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주식시장에 직접 닿는 유동성 통로를 열었다. 인민은행은 2024년 9월 증권사·펀드·보험사가 보유 자산을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받아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5,000억 위안(약 108조원) 규모의 스와프 제도를 마련했다. 상장사와 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지분 확대를 지원하는 3,000억 위안(약 65조원) 규모의 재대출 창구도 함께 열었다. 지난해에는 공모펀드의 A주 보유액을 3년간 매년 최소 10% 늘리고, 대형 국유 보험사의 신규 보험료 가운데 30%를 주식시장에 배분하도록 유도하며 장기 자금의 유입 경로를 넓히기도 했다.
이달 초 발생한 기술주 급락 국면에서도 동일한 개입 방식이 작동했다. 국유 자산운용사 중국국신홀딩스(中國國新控股)는 재대출과 자체 자금을 활용해 500억 위안 이상을 자사주 매입과 지분 확대에 투입했고, 중국청퉁홀딩스(中國誠通控股) 계열사들은 100억 위안(약 2조1,700억원)의 중국 주식을 사들였다. 상반기 증권거래 인지세 수입이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97.3% 늘어난 점까지 감안하면, 중국 정부는 증시의 유동성과 가격 안정성을 거시정책의 주요 관리 대상으로 편입한 셈이다.
이 조치는 중국의 내수 회복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의 자산가치가 훼손되면서 소비 여력도 함께 약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증시 변동성을 억제하고 기술기업의 공모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면 가계 저축을 금융자산 시장으로 유도하는 동시에 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재원도 확충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질생산력’ 전략의 자금축에도 반도체·AI·첨단제조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함께 민간 저축을 자본시장으로 흡수해 전략산업에 공급하려는 금융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정책과 유동성이 키운 ‘외화내빈’, 첨단공정 장벽은 그대로
CXMT의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은 정책과 가계 유동성이 결합한 증시의 폭발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CXMT는 27일 상하이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에서 공모가 8.66위안(약 1,880원)보다 466% 높은 49위안(약 1만6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3,000억 위안(약 716조8,900억원)으로 직전 1위였던 중국공상은행(ICBC)의 시총(2조7,500억 위안)을 가볍게 넘어섰다. 기본 공모 규모는 579억 위안(약 12조5,780억원), 초과배정 옵션까지 포함하면 666억 위안(약 14조4,680억원)에 달했으며 소매청약 경쟁률은 212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 당시 개인 청약 규모의 10배 수준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CXMT는 각별하다. CXMT는 중국 최대 D램 제조사로, 지난해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약 7.7%로 집계됐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환경에서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일을 산업안보 과제로 보고 있다. 국유 및 국가연계 주주가 상장 전 지분의 36%가량을 보유한 구조도 CXMT가 국가 산업정책의 핵심 거점임을 보여준다.
다만 CXMT의 경쟁력과 첫날 시가총액 사이에는 상당한 선반영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CXMT는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제조공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뒤처져 있으며, 미국의 수출통제로 ASML 등 해외 업체의 첨단 장비를 확보하는 데도 제약을 받고 있다. 소수 유통물량과 D램 가격 상승, 국산화 수요, 정책적 후원이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된 만큼 현재 평가는 향후 추격을 미리 가격에 포함한 성격이 짙다.
실물경제 온도차도 여전
게다가 CXMT의 기록적 흥행 뒤편에서는 여전히 내수와 민간투자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3%로 1분기 5.0%에서 둔화했고, 상반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1.3%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고정자산투자는 5.7%, 민간 고정자산투자는 8.5% 감소했다. 규모 이상 공업기업의 이익은 18.7% 증가했지만, 전자업종과 원자재 제조업의 이익 증가율이 각각 96.9%, 71.7%에 달해 개선 폭은 일부 업종에 편중됐다. AI 수요와 수출 호조가 특정 산업의 수익성을 밀어 올리는 사이 내수와 민간자본의 위축은 이어졌으며, 기술주 시가총액의 팽창을 실물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해석할 근거도 희박하다.
해외 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중국 기업의 발걸음도 이러한 현실을 방증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중국 중소기업 36곳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고, 2024년 연간 상장 기업 수는 64곳으로 집계됐다. 당시 나스닥 상장을 대기하던 중국 기업도 40곳을 웃돌았다. 중국 내 상장 문턱이 높아진 데다, 미국 시장이 제공하는 풍부한 유동성·산업별 전문 투자자·달러 조달 능력이 기업들에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한 결과다.
중국 본토 상장 심사에는 수익성·기업 규모 요건과 함께 기술 자립 등 국가 산업정책 부합성이 중요하게 반영되는 반면, 미국 시장은 정해진 공시·회계 기준을 충족하면 상장 절차에 진입할 수 있고, 통상 심사 기간도 중국 본토보다 짧다. 미·중 갈등과 미국 의회의 규제 압박은 해외 상장의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으나,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본토 증시의 정책 프리미엄과 별개로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여전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