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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유럽 산업 자율성, 공급망 통제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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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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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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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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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보다 중요한 핵심 기술과 공급망 
생산 확대만으로는 산업 경쟁력 확보 한계
EU, 공급망 통제력 강화에 정책 집중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유럽연합(EU)이 역외에서 수입한 태양광 패널 대부분은 중국산이었다. 겉으로 보면 유럽이 청정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입 비중만으로 산업 경쟁력을 판단하면 공급망의 실제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도 생산을 유지하고 공급망을 신속하게 전환하며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역량이다.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과 산업을 통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장이 유럽에 들어서더라도 핵심 기술과 부품, 생산 운영을 외부에 의존하면 공급망 주도권은 기대하기 힘들다.

산업 자율성의 핵심은 생산 통제력

산업 경쟁력은 흔히 완제품의 수입 규모와 원산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급망이 취약한 것으로 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의 실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2024년 EU의 역외 첨단기술 수입액은 4,780억 유로(약 806조원)였다. 이 가운데 중국산은 1,410억 유로(약 238조원)로 약 30%를 차지했다. 품목별 중국 의존도는 리튬이온 배터리 52.8%, 컴퓨터 54.5%, 스마트폰 40.7%, 태양광 셀 63.7%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공급망 의존도는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에서 생산하는 제품 상당수도 중국산 부품과 생산장비, 특허, 공정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산 거점의 위치만으로 공급망 경쟁력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생산시설을 역내에 확보했더라도 핵심 공정 기술과 생산장비, 원자재를 외부에 의존하면 공급망 충격에 대응할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정 기술을 축적하고 지역 공급업체를 육성하며 핵심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하면 역내 생산의 전략적 가치는 한층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 반도체 위탁생산에 의존하는 전자산업과 수입 웨이퍼·셀을 조립하는 태양광 산업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

주: 유럽의 취약성은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터리와 태양광, 디지털 하드웨어 모두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지만 공급망 주도권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태양광 산업이 보여준 공급망 현실

배터리 산업은 생산시설 확충만으로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4년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능력의 약 8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약 75%는 중국 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생산설비다. 양극재와 음극재, 원자재 정제, 생산장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까지 가치사슬 전반에서 경쟁우위를 구축한 결과다. 이러한 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중국의 배터리 팩 가격은 유럽 대비 약 35% 낮게 형성됐다.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Northvolt)의 사례도 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 이 회사는 정책 지원과 우수한 인력, 전략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유럽 배터리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3월 파산했다. 대규모 투자 부담에 공급망 경쟁력 부족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계획한 생산능력을 실제 생산으로 연결하지 못한 결과다.

태양광 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렴한 중국산 모듈은 유럽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앞당기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반면 역내 제조 기반은 빠르게 약화됐다. 산업계에 따르면 2023년 EU의 태양광 모듈 자급률은 15%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모듈 생산능력은 약 12GW, 셀은 약 2GW였으며 잉곳과 웨이퍼 생산능력은 1GW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가치사슬 상류 공정의 생산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유럽 태양광 산업의 구조적 약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취약성은 전자산업과 반도체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EU의 대중국 첨단기술 무역적자는 920억 유로(약 155조원)에 달했다. 반도체 역시 한국과 대만,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유럽회계감사원(ECA)은 2030년 EU의 세계 반도체 생산 비중이 목표치인 20%에 크게 못 미치는 11.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 배터리 생산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생산 기반은 여전히 유럽 밖에 집중돼 있다.

산업 자율성을 높이는 정책의 조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인다고 모든 생산 공정을 역내로 이전할 필요는 없다. 모든 기술과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해외 기술과 자본, 부품을 활용하더라도 특정 국가나 기업이 공급망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른바 '관리된 상호의존(Managed Interdependence)'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산업정책은 기술 축적과 공급망 통제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공적 지원은 생산시설 유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지 파일럿 라인 구축과 엔지니어링 조직 육성, 핵심 부품 비축, 연구개발(R&D), 숙련 인력 양성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해외 기업의 투자가 역내 기술과 생산 역량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조달도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EU의 '넷제로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은 입찰 과정에서 가격뿐 아니라 공급망 회복탄력성도 함께 평가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조달 비용 증가와 에너지 전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력망과 전력전자 등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금융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EU의 '청정산업협약(Clean Industrial Deal)'과 혁신기금(Innovation Fund)은 투자 계획이나 업무협약(MOU) 체결만으로 지원을 결정하기보다 공급망 다변화와 연구개발, 인력 양성, 장기 구매계약 등 구체적인 성과를 단계적으로 확인하면서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무역 방어조치 역시 같은 원칙에서 접근해야 한다. 관세와 수입 규제는 기업이 공급망을 재편할 시간을 확보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기술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장기간 유지할 경우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상승은 물론 상대국의 보복 조치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역내 산업 기반이 자리 잡을 때까지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주: 유럽 태양광 산업의 약점은 상류 공정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은 셀과 웨이퍼, 생산장비, 공정 기술 확보에서 좌우된다.

산업 주권의 새로운 기준

유럽 산업의 전략적 자율성은 생산시설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공급망 충격에도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생산시설을 유럽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 복귀)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인력과 자본이 특정 산업에 집중되면서 새로운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산업정책은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술과 기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공급망 다변화를 장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위기 상황에서도 생산과 기술 개발이 흔들리지 않는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장의 숫자가 산업 경쟁력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 Needs Control, Not Autarky: A New Test for European Industrial Autonom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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