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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케이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버블 붕괴의 그림자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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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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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지수 3,900엔 선 뚫었다, 버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
탄탄한 기업 실적이 성장 이끌어, 외국인 투자자 유입·엔저도 호재
'마이너스 금리' 탈출 가능성 커져, 제조업 경기 침체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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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경제’ 붕괴와 함께 미끄러진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2일 닛케이지수는 개장 이후 버블 경제 최고점(1989년 12월 29일 종가) 3만8,915엔을 넘어섰고, 이후 상승을 계속하며 전일 대비 2.2% 오른 3만9,098.68엔에 마감했다. △주요 기업 실적 개선 △미·중 갈등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 유입 △디플레이션 완화 기대 등이 증시 전반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저 타고 날아오른 일본 기업들, 증시 성장세 견인

일본 증시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었다. 도쿄 증시 프라임(1부) 상장기업 1,020곳의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 예상치는 43조4,397억 엔(3,260억 달러)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의 경우 2023년도에만 4조 엔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장 기업이 3조 엔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것 역시 일본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에서는 도요타와 같이 꾸준히 흑자를 내는 일본 기업 7개를 흔히 ‘7인의 사무라이’라고 지칭한다. 글로벌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장비 기업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자동차 업체 도요타, 스바루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 등 7곳을 일본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주도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투자 자금 유입 △엔저 현상 장기화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 전망 등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올해 닛케이지수가 4만 엔 선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15일 닛케이지수 2024년 전망치를 지난번 예측 때보다 3,400엔 상향한 4만3,000엔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이와증권의 아베 겐지 연구원은 “일본 주식 전체의 예상 EPS(주당 순이익)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에 대한 매수세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제조업 가라앉는데" 일본, 금리 인상 단행할까

장기간 침체 상태에 빠져 있던 일본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기조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새해 첫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 경제가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 4월 피벗(Pivotㆍ통화정책 전환) 기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피벗 시점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때”로 규정해 온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를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urchasing Managers' Index, PMI)는 1월 48.0에서 2월 47.2로 하락하며 9개월 연속 기준선인 50.0을 하회했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조사하고, 이에 가중치를 부여해 0~10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낸 값이다. PMI가 50을 밑돌 경우 일반적으로 경기 위축 국면이라고 풀이한다.

제조업은 한 국가의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이자, 국가 경기의 '가늠자'로 꼽힌다. 제조업 경기가 가라앉으면 산업계 전반의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본 역시 제조업 경기 침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성장세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이한 일본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오히려 제 목을 죄는 '악수'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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